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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쪽같은 소방관 감사부 외삼촌이 못마땅한 우리 어머니
게시물ID : sisa_8569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뿌슝뿌슝쀼슝
추천 : 13
조회수 : 73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3/02 19:46:22
오늘 어머니가 제 사는 곳에 오셔서 외식을 했습니다.
 
외식을 하다가 소방관으로 20년 넘게 재직중인 외삼촌 이야기를 하시는데
 
외할머니에게 문재인에 대한 어필을 많이 하시는 모양입니다. 문재인이 대통령 되면 아들 소장도 할 수 있다면서요ㅋㅋㅋㅋ
(일단 자세한 정보는 검열...선거법에 혹시나 저촉 될까봐.....)
 
어머니는 외삼촌이 행동이 항상 불안하고 맘에 안드신다고 하십니다.
중학생인 아들보다 마흔이 훌쩍넘어 오십을 바라보는 삼촌이 더 키우기 힘들다는 숙모의 말이 생각나고
가족끼리 모이면 장난치다가 이모와 엄마한테 등짝 맞는걸 노상 보면서 커왔던 지라 삼촌이 장난이 심해도 좋은 사람이다 하며 웃어넘기려니까
그게 아니라 워낙 고집이 세서 윗사람들한테 찍히기 쉽다고 그게 너무 불안하고 안타까우시답니다.
 
어렸을때부터 잘못된걸 보면 그냥 못 넘어가는 성격이었다고 큰놈들한테 덤비다가 맞고 오기도 일수고(그래서 권투를 배웠다고 ㅋㅋㅋ)
어딜가도 애가 성격은 좋은데 고집이 세고 융통성이 없는게 흠이라는 어른들 말을 듣곤 했답니다.
 
그 말을 듣고보니 외삼촌이 어느날 전화가 와선 저보곤 자신이 근무하는 소방서 홈페이지에 익명으로 글을 좀 써달라고 하는겁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대충 내용이 기억은 나는데 불공정한 인사조치에 항의하는 글이었습니다.
마침 그게 생각나서 그거 이야기도 해주니 그때도 삼촌이 난리쳤다가 엄청 고생했다고 짤리면 어떡하나 불안해서 혼났다고 하십니다.
 
삼촌 정의롭고 멋진데 그게 뭐가 나쁜거냐니까, 잘못된게 아니라 걱정이 많이된다고. 삼촌 참 훌륭하고 좋은 사람인데,
너네 삼촌도 인제 윗사람들한테 잘보이고 해야 승진도 하고 하는데 성격이 그렇게 모가 나서 어떡하냐고 하십니다.
 
뭐랄까...참 안타깝더라구요.
 
저희 어머니는 솔직히 못 배우고 가난하십니다. 정치는 아무것도 모르시구요 그냥 평생 다른 사람들과 얽혀서 정으로만 사셨습니다.
일가친척 걱정을 자기 혼자 다하시고 아들이랑 같이 사는 친구 이불이 낡았다고 친구들 이불까지 싹 사서 가지고 오곤 하십니다.
아버지나 아들이 밖에서 스트레스 받아서 누구 욕이라도 할라치면 그래도 다른 사람한테 나쁜 마음 가지면 안된다시는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그냥 착한 소시민입니다.
 
어머니라고 외삼촌이 참 훌륭하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칭찬을 하지만 어머니는 못배우고 무식한 자기보다 훨씬 똑똑한 동생이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너무 튀지말고 그저 남들처럼 살았으면 좋겠는데 저렇게 설쳐서 바득바득 감사부까지 들어가는 외삼촌이 이해가 안됩니다.
(외삼촌한테 감사부 잘 어울린다는 말에 감사부가서 하는 일이 남들 혼내는 일인데 그런거 하면 사람들하고 척지기 쉽다는 겁니다.)
 
우리 어머니한테 우리나라의 모습은 공정하고 정의로우면 모난 놈이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으면 고집불통인 그런 사람이 되어 낙오되는 그런 사회였던겁니다.
저희 어머니가 뭘 배우셨겠습니까? 정치학을 배우셨겠습니까 사회학을 배우셨겠습니까?
(아침에 가방메고 나오면 계집애가 고등학교를 왜 가냐고 외증조모께서 부지깽이 들고 지키고 계셨는데요.)
오로지 그냥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낀겁니다. 그런 우리 어머니가 보신 우리나라는
학교는 물론 그 어떤 집단에서도 그렇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이 윗사람들에게 찍혀서 낙오되고 고통받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정의로운 사람들이 쓰러져가는 걸 보시며 어떻게 반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그냥 숨 죽이고 시키는대로 살아오신겁니다.
그런데 동생이 그 쓰러져가는 사람들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불안하시고 답답하고 걱정되시겠습니까?
어머니가 화를 내며 말려도 외삼촌은 까불거리며 그냥 넘어가버리곤 어디서 또 맞고 들어오니까요. 
 
뭐라고 어디서부터 설명해야될지를 모르겠더라구요. 어머니가 60년 가까이 몸으로 체득한 우리나라는 그런 나라고,
우리 삼촌은 어머니가 봐왔던 수많은 불나방 중 하나니까요.
 
그래서 폰 받아서 1811-1000 눌러드리곤
(가족들한테는 정치적인 이야기 잘 안했습니다. 말이 안 통한다기보단 어렸을적 잘 모르고 어른들한테 뎀비고 했던 흑역사가 있어서...가족끼리 싸우게 되더라고요...)
그거 해가지고 나중에 투표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뭔가 꺼림칙하다는 어머니한테 그냥 한마디만 했습니다.
 
그거 해서 잘 되면 외삼촌 진짜 소장 될 수도 있어. 그런데 엄마가 안 도와줘서 잘 안되면 진짜 짤릴 수도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머니는 말을 왜 그렇게 하냐며 타박하시곤 불안하신지 안내원이 시키는대로 다 하시더라구요 ㅋㅋㅋㅋㅋ
 
어머니와 했던 대화가 상당히 인상 깊어서 주절주절 써보긴 했는데,
뭐 글이 정리가 잘 안되네요 ㅋㅋㅋㅋㅋ
 
그냥 그저 우리 어머니가 외삼촌을 불안해 하시지 않고 그냥 자랑스러워만 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별 생각 없이 그냥 우리나라를 살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대접받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 할 수 있는 나라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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