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발라의 뒷심, 함식의 부진
사실 전반전은 상당히 잘 짜여진 나폴리의 조직력이 우위를 보여 나폴리 쪽으로 승세가 기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체적으로 나폴리가 우세한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나폴리의 과감한 전방 압박으로 인해 디발라가 다소 고전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과인이 나름 분전하면서 쉴새없이 침투 시도를 하기는 했지만 나폴리의 촘촘한 중원 수비진을 뚫지는 못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시녜의 감각적인 2대1 패스를 이어받은 카예혼이 침착하게 골을 집어넣어 나폴리의 기세는 완전히 달아올랐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경기의 주인공은 디발라였습니다.
이 경기의 명암을 가른것은 디발라와 함식이라는 양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의 대조라고 보아도 될것 같습니다.
나폴리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슬로바키아의 축구 영웅인 함식이 활동적인 경기력을 보이지 못해 56분에 지엘린스키와 교체된 반면, 디발라는 나폴리의 엄청난 압박속에서도 끝끝내 페널티킥을 얻어내 침착하게 골을 집어넣었습니다.
이후에 승세는 완전히 기울어져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과인이 한골, 역습 상황에서 디발라가 측면으로 과감하게 침투하여 콰드라도에게 정교한 패스를 이어주는 상황에서 다시 페널티킥을 얻어 골을 성공시켜 경기를 3대1로 마무리지었습니다.
의외의 활약과 레지스타로서 퍄니치의 새로운 가능성
교체투입된 콰드라도는 그동안의 다소 기복성이 있는 플레이상에 대한 논란을 일축시키고 날카로운 침투력과 활동량을 보여줬습니다.
만주키치도 본 포지션이 스트라이커가 맞나라는 인상이 들 정도로 뛰어난 수비가담력과 활동량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경기에서 가장 눈여겨 본 선수는 유벤투스의 프리킥 및 세트피스 전담자인 미랄렘 퍄니치입니다.
사실 로마에서 유벤투스로의 이적 이후 퍄니치의 활약상은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스탯과 평점만 보면 준수하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벤투스팬들 사이에서는 그 동안 퍄니치의 플레이스타일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려왔습니다.
어떤 팬들은 세리에a 정상급 플레이어 중 한명으로 격찬하는가 하면, 어떤 팬들은 프리킥말고 할줄아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등의 혹평도 있었습니다.
퍄니치에 대한 이런 논란이 생긴 것은 퍄니치가 포그바 이적 이후 생긴 유벤투스의 중원진의 보강 인력 중 한명이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포그바는 타고난 피지컬과 운동 능력, 활동량과 활동 반경, 정교한 테크닉과 폭발적인 침투 능력, 지능적인 플레이를 겸비한 박스 투 박스 유형의 플레이어입니다.
하지만 퍄니치는 활동반경이 좁은 대신 중원에서 섬세한 볼 컨트롤과 넓은 시야, 킥 능력으로 창조적이고 눈이 즐거운 팀플레이를 창출해내는 유형의 공격지향적 미드필더로 활약해온 선수입니다.
비유하자면 포그바는 지용을 겸비한 장수 유형의 선수라면 퍄니치는 전략가 혹은 예술가형의 플레이어라고 할수 있습니다.
퍄니치와 같은 유형의 플레이어가 자신의 기량을 맘껏 발휘하고 팀 공헌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방 및 후방에서 그를 보좌해줄 탄탄한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퍄니치가 이전 클럽인 로마에서 월드클래스급의 미드필더로 성장할 수 있었던것은 라자 나잉골란이라는 다재다능한 중앙 미드필더와 부상 이전에 경기장을 휘젓고 다니던 플로렌치라는 준수한 멀티플레이어가 그와 호흡을 맞추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벤투스 내에선 레지스타로 약간 후방으로 포지션 변경을 했는데.. 그 이후로 로마시절엔 잘 드러나지 않았던 극명하게 갈리는 플레이상의 장단점이 드러났습니다. 호흡이 맞지 않아 퍄니치의 강점인 과감한 롱패스도 허공을 날아가는 경우도 늘어났고...
그 이후에 본인 자리에 어느정도 적응해가면서 공격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아왔고 팀 공헌도를 조금씩 높여가긴 했습니다만 퍄니치의 유베 내에서의 커리어 적응은 아직 현재 진행중인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퍄니치는 다소 가냘픈 체구에 포그바의 박스투박스 유형의 플레이와는 거리가 멀었던지라.. 포그바의 폭발적인 플레이에 열광했던 유베팬들에게는 퍄니치의 전략가형 플레이는 다소 밋밋하게(?) 비춰졌을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이런저런 논란이 유벤투스 팬덤에서 끊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선 퍄니치가 본인의 장기인 롱킥을 자제하는 대신 수비가담 능력과 지능적인 2대1 숏패스를 통해 유벤투스의 중원진을 조율하는 면모를 보였습니다. 확실히 유벤투스 입단 초기에 비해 수비가담 능력이 늘어난 점이 눈에 띠었습니다.
다만 이날 부진했던 케디라와 호흡이 맞지 않았던 부분은 유벤투스에서 새로운 유형의 플레이어로서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하는 퍄니치와 동료들이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 개인적으론 로마팬이지만 퍄니치는 제가 세리에a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 중 한명이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유베에서나 보스니아 국대에서나 건승하길.. 로마가 제시한 더 많은 금액을 뿌리치고 유베로 향한 퍄니치의 선수로서의 야망이 빛을 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