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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would be loved, love and be lovable.
사랑받고 싶으면 먼저 사랑하라, 그리고 사랑스러워지라.
- 벤저민 프랭클린
어젯 밤 눈을 감는 것이 싫었다
누군가 크리스마스보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더 설레인다고 했다
생일날 양껏 차려진 밥상에 푸짐한 축하를 상상하며
일주일을 보냈는데
막상 눈을 감고 생일이 오기를 기다리는 잠에 빠져들 때 쯤엔
왠지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뜬 눈으로 오늘 아침을 맞았다
그냥 기분이 이상했다
살아온 나날 동안 24번의 생일을 보냈지만
왠지 오늘 생일은 조용히 보내고 싶었다
학교를 오가면서 거리를 걸으면서
유난스레 화사했던 신록의 푸르름을 보고도,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를 보고도
그냥 우울했다
사실 아무에게도 축하를 받고 싶지 않았다
그저 숨어지내고 싶었다
그런데 12시가 넘자마자 보낸 내 친구
아침 눈 뜨자마자 축하해 준 성당 사람들 덕분에
생각처럼 되진 않았다
나도 나이를 먹는구나
어느새 20대의 중반이 되었구나라는 생각 때문일까
이유야 어찌됐건 바라는대로
올 생일은 비교적 조용히 보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어쩌면 이렇게 살아가면 좋을지도... 라는 생각이 들때 쯤
오늘 저녁 회의에서 많은 축하를 받았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한참 고민했다
그러나 이내 아무 생각이 없어질 때 쯤 내 표정은 미소 지고 있었다
왠지 속에 있었던 응어리를 털어낸 듯 상쾌했다
깊은 수렁 속에 갇혀 있던 나를 꺼내주고 마음을 깨끗이 닦아준 느낌
말주변이 없어 고맙단 인사도 제대로 못 전했지만
오늘 밤은 어제 밤과 다르게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더 이상 고민은 나를 힘들게 하지 않을까
내가 행복한 것이 행복이다
- 2016년 5월 20일 아무도 모르게 보내고 싶었던 공대생의 25번째 생일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