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때부터 병적으로 천둥소리를 무서워했다.
어릴적엔 엄마와 길을 가다가 천둥이 치면 바닥에 몸을 붙이고 엎드리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도 천둥소리는 내게 공포로 다가온다.
번개가 번쩍. 하면 나도 모르게 두 손은 귀를 막고있다. 몸이 경직된다.
17년 전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우리가족에게 왔던 너는
천둥소리를 너무나 무서워했다. 나처럼.ㅎㅎ
천둥이 치면 온 집안이 다 떠나가라 깨개갱 울고 난리를 쳤다.
마당강아지로 키우다가 네가 어느정도 나이를 먹고나서 내 방으로 데리고 왔는데 그 때부터 넌 천둥소리를 덜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ㅋㅋㅋ생각난다. 벼락치고 천둥이 칠때면 나는 귀를 막아야 하는데 너도 지켜야 하고
너를 지켜야 하는데 귀는 막아야겠고
안절부절 혼자 어어 어쩌지어쩌지 하다가 그냥 널 꼬옥 끌어안고 둘이서 바들바들 떨었던 어떤 날이 생각나네ㅎㅎㅎ
나중에 동생이 그 얘기를 듣고 음악을 틀면 되지 않느냐고 조언해줘서
그 뒤로는 난 음악튼채로 이어폰을 꽂고 두 손으로는 네 귀를 막아주기도 하고 쓰다듬어 주기도 하며 그나마 덜 무섭게 함께 천둥을 견뎌냈던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너는 급격히 늙어갔다.
나이는 계속 먹어왔지만 너의 몸은 그대로일 것만 같았는데
장난도 이제는 많이 줄어들고
심장약도 먹고
눈도 하얘져서 앞을 시원히 못보고
내가 뒤에서 불러도 잘 못 알아듣고
걸음걸이도 뒤뚱뒤뚱
정말 어르신이 된 것 같아.
며칠 전 비가 왔을 때 너는 쉬하러 나가고 싶다고 신호를 보냈지
"비오니까 언능 쉬하고 후다닥 들어오자!"하며 현관문을 나서는 그 순간,
버어어어언쩌어억!!!하고 엄청난 번개가 날 놀래켰다.
늘 그랬듯이 내 두 손은 또 내 귀를 막고 있었다.
근데 곧이어 내 손이 방황하기 시작했다.
어어 안돼! 복순이 복순이!!놀랄텐데 어 어쩌지!!!하며 내 손을 복순이 귀에다 가져대다가 나도 무서워서 내 귀를 막다가 어쩔 줄 몰라하던 그 때
벼락같은 천둥이 울렸다.
그 소리를 듣고 내 동생이 언니 괜찮아? 하며 뛰어나왔다
나는 귀를 막은 채로 동생을 보고 엉엉 울어버렸다.
너무나 큰 천둥소리에 겁먹어서.
그리고 그 큰 천둥소리에 아무반응 하지않은 우리 복순이를 보고 이제는 정말로 귀가 안들리는구나 싶어서 너무나 슬퍼서.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내 모습을 보고
잘 들리지 않는 귀로 내 소리를 듣고선
나를 향해
가만히 꼬리를 흔드는 너를 볼때면
너를 사랑하는만큼 내 가슴도 무너져내린다.
나는 아직 너를 보낼 자신이 없는데
보낼 날은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