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이야기가 돌아다닌지는 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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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자동차 시동이 안 걸려.
남자: 그래? 배터리 나간거 아냐? 라이트는 켜져?.
여자: 어제까지는 제대로 됐는데. 왜 갑자기 시동이 안 걸리지?.
남자: 엔진 트러블이면 곤란한데. 일단 배터리 문제인가부터 확인해 봐. 라이트는 들어와?.
여자: 아이 참, 나 오늘 OO까지 가야되는데! 차 없으면 안 되는데....
남자: 그거 큰일이네. 어때? 라이트는 켜져?.
여자: 아 분명히 어제 탔을 때는 괜찮았는데, 히잉. 이 고물차! 이럴 줄 알았으면 차 안 바꾸는건데!.
남자: 라이트는 켜져? 안 켜지는거야?.
여자: O시에 약속이니까 아직 시간은 있지만, 걸어서 가기에는 넘 멀어~.
남자: 그래. 그런데 라이트는 어때? 켜져?.
여자: 응? 미안, 잘 안 들렸어.
남자: 아, 뭐, 라이트는 켜져?.
여자: 왜?.
남자: 아, 시동 안 걸리는 거 아니야? 배터리 나가서 그러는 걸 수도 있으니까.
여자: 무슨 말이야?.
남자: 응?.
여자: 에?.
남자: 자동차 배터리 나갔을 수도 있으니까, 그거 확인부터 해보자구. 라이트 켜 봐.
여자: 그게 왜? 배터리 방전됐으면 라이트 안 켜지잖아?.
남자: 아니, 그러니까. 그걸 알아보려는 거니까 라이트 좀 켜 봐.
여자: 혹시 지금 화내고 있는 거야?.
남자: 아니 별로 화 안 났어.
여자: 화내고 있잖아. 왜 화 내?.
남자: 그러니까, 화 안 났다고.
여자: 뭐 내가 잘못했어? 말하면 사과할께.
남자: 괜찮아. 화 안 났어. 괜찮아, 괜찮으니까.
여자: 뭐가 괜찮은데?.
남자: 휴~ 아냐 배터리 말한거야.
여자: 차 이야기하는거야?.
남자: 아 그래, 차 이야기.
여자: 지금 차가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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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지금 사태도 이런 차이에서 오는 거 아닐까?
(일부 미친것들 빼고)
이 사건과 관련해서, 대부분의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원하는 것은, [공감] 인 것 같다.
그랬구나...
불안했겠구나...
무서웠겠구나...
힘들었겠네...
그런 반응을 원하면서, 남성들에게
이 사건을 봐봐, 느껴지는 것 없어?
...라고 말하고 있는 것 아닐까?
...
나도 남자지만... 남자들은 [해결]에 촛점을 둔다.
문제는 이 사건에 있어서, 도대체 누구의 책임이며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CCTV? 방범순찰? 공용화장실 폐쇄?
그런 게 정말 답이야? 그렇게 하면 해결이 돼?
남혐/여혐? 그건 어떻게 막을 것이며, 그걸 막으면
이번 범인같은 정신질환자의 폭력을 막을 수 있어?
선입견에 불과할런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어쩌면 이 또한
남/녀를 구분하는 구시대적 인식일지도 모르지만
남자들은 대부분, 이런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성이 있다.
어쩌라고? 그래서, 나한테 어떻게 하라는 건데?
...
수십년을 정치에 몸 담은 심상정 대표조차도
깊은 책임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당장 정치가, 정책이
무엇을 해야 하면 좋을지 난감하다고 말할 정도로
이 문제는 '정답'이 없는 문제다.
그런데, 그 정답이 없는 문제를
계속해서 들여다 보라고, 그래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남성들에게는 불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남성들이 이 문제에서 눈을 돌리려 하는 것도 아니고
책임감 -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 혹은 부채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다.
정답이 없는 문제, 답이 도출되지 않는 문제를
계속해서 지켜보라고, 공감하라고 말하는 것은
남성들의 문제 해결 방식이 아닐 뿐... 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
밤길에, 누군가에게 위협이 되었을 지도 모를 건장한 남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