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마지막까지 아슬아슬하게 땀을 쥐면서 경기를 봤습니다. 일단 이겨서 기분 좋구요. ㅎㅎ 조별 토너먼트를 3전 3승으로, 무실점으로 국제 대회를 마친 것이 처음인 것 같네요.
동남아를 연상시키는 무더위와, 벌레들, 그리고 안 좋은 잔디에서도 투혼을 발휘해서 뛰어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오늘 정말로 박수를 쳐 주고 싶은 사람은 역시 '슈 감독'입니다. 오늘 경기가 '전술의 승리'라는 관점을 가지고 몇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1. 심리전에서부터 선수 친 슈 감독
먼저, 슈 감독은 어제 기자회견에서부터 평소와 다른 '예민함'을 보였습니다. 한마디로, 내일 경기 '어렵다'는 거죠. 그러면서, 지난 번 쿠웨이트 전 끝나고 '우승 후보에서 멀어졌다'는 말로, 먼저 선수단의 '정신력' 강화를 주문합니다.
또한, 몸이 성치 아니한 선수는 아무리 유명해도 빼겠다고 했습니다. 무엇을 의미합니까? 23명 전원이 다 '한팀'으로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요구한 거죠. 그 결과는? 오늘 경기로 나타났습니다. 전과 다른 투혼으로 무장한 대표팀은 오늘 '이가 아니면 잇몸'으로라도 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박주호 선수와 구차철 선수의 부상은 안타깝고 큰 부상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에 휘슬이 울리고 기성용 선수가 그라운드에 누운 장면이 오늘 선수들의 각오?를 말해줍니다. 한마디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뛰었구요. 이러한 '팀 스피릿'과 정신력을 끌어낸 '슈 감독'을 칭찬합니다
2. 전반적 전술 - 측면 수비의 봉쇄령
오늘 호주는 소위 '중앙 라인'의 주전급을 다 쉬게 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의 '측면'만을 노려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거죠 (슈 감독의 엄살이 좀 먹힌 것 같습니다. ㅎㅎ) 하지만, 슈 감독은 상대방 감독의 전술을 미리 읽은 듯이, 전반전에 중앙을 비우더라도 측면 돌파는 허용하지 않았고, 따라서 호주의 '크로스 택배'를 통한 공격이 안 먹혔습니다. (중앙은 헐거웠지만, 호주의 공격이 매섭지 않아서 ㅎㅎ)
적절한 선택이자 전술이었습니다. 호주의 루트와 공격 전개를 미리 읽은 거죠. 오늘 우리의 윙백들은 한마디로 '최고 주전급'이 뛰었습니다. 김창수, 김진수... 수비도 잘하고, 무엇보다, 위치 선정을 잘 해서 크로스 넘어가지 않도록 적절한 압박을 해 주면서 동시에 빠른 역습을 하는 스피드를 가진 선수들입니다. 슈 감독의 노련함이 보인 장면입니다.
3. 후반전 전술 - 중앙을 두텁게
전반전에 1대0으로 뒤진 호주는 대대적인 반격을 후반전에 합니다. 사실 오늘 경기가 후반 초반에 과열? 되면서 (특히 구자철 부상으로) 이제 '자존심 싸움'이 되었습니다. 호주는 아껴두었던 공격수 3명을 다 바꾸는 '초강수'를 둡니다. 아무튼 이기겠다는 것이고, 그것은 측면이 안되니 중앙으로 뚫어 보겠다였습니다.
이때 슈 감독의 혜안이 돋보입니다. 장현수를 투입해서, 소위 미들 3명을 한국영, 장현수, 기성용으로 해서 중앙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거죠. ㅎㅎ 전술은 적중합니다. 전반보다는 후반에 훨씬 중앙 공격 빈도가 많아진 호주이지만, 3명이 든든히 중앙을 버티어 주었습니다.
아무튼 오늘 경기로 우리는 '최악의 잔디구장을 앞으로 피할 수도 있고, 괜히 중국 만나서 가득이나 부상자 많은데, 소림 축구 안해도 되고, 무엇보다 호주의 자존심을 꺽었다는 것과, 실제 주전급 다 쓰게 하고 중앙 수비수 8강에서 한명 못 나오게 하는 그야말로 1석 4조의 효과를 얻었습니다.
흔히, 리그용 감독을 '조련형'이라고 하고, 국대와 같은 감독을 '지략형'이라고 합니다. 즉 한정된 자원과, 제한된 시간에 어떻게 선수를 적재 적소에 써서, 자신이 구상하는 축구를 하느냐인 거죠. 이런 면에서 슈 감독은 오늘 잘 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빨리 부상 선수들이 컨디션 회복해서 (특히 손흥민, 오늘 후반전에도 인상적인 모습이 아닌 건 아마도 컨디션이 아직 올라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 8강부터는 시원한 골도 터지는 국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대... 한민국 화이팅
펌: 다음 스포츠 네티즌 토론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