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에 있었던 박근혜 탄핵 심판 15차 변론을 방청한 사람입니다.
오유에 글을 자주 쓰지는 않지만 어제 경험한 것은 기록해 두고 싶어 글을 씁니다. 법알못이라 그냥 느낀점만 쓸게요.
10시에 시작하는 재판정에 20분전에 도착해 소지품검사 등을 하고 지정받은 좌석에 착석해 재판이 시작되기를 기다렸습니다. 재판정은 재판석과 방청석이 분리 되어 있었고 증인이나 변호인단은 별도의 출입구로 들어오더군요. 방청석 맨 앞 두줄은 기자석으로 준비 되어 있었고 나머지 좌석에 일반 시민들이 앉았습니다. 기자들이 엄청난 속도로 타자를 치는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인터넷으로 신청해서 당첨(4번 꽝 5번째 당첨)되었으나 늦게 도착해서 맨 뒷자리에 배정받았습니다. 재판정이 한눈에 다 보이지만 또 변호인들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단점도 있었네요. 좌우로 있던 카메라 기자들이 변호인단 출석 확인중 사진을 찍고 퇴정하여 10시 10분쯤 재판이 시작 되었습니다.
오전 변론에는 증인인 방기선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이 참석하여 대통령측 변호인단과 소추위원단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행정에 대해 문외한이라 조금 지루해하고 있었는데 강일원 재판관이 재단을 만들때 왜 기밀로 해야했는지 질문하니 졸다 눈이 확 떠지더군요. 예리한 몇가지 질문이 있고 증인은 퇴장합니다.
그러다 이동흡 변호인이 발언을 끝내자 한 방청객이 박수를 쳤어요. ( 박씨를 옹호하는 사람인가 생각 했습니다.) 대략 B열 뒷쪽에 앉은 남성 방청객이었는데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단호하게 "조용이 하세요" 하고 경고를 했어요. 바로 재판정내에 보안요원 둘이 제지와 퇴장 권유를 하러 갔는데 이 남성이 퇴장을 거부하더군요. 소란 피우지 않겠다고 했는지 어쨌는지 퇴장당하지는 않았어요.
재판은 다시 진행되고 대통령측 변호인이 요구한 증인들이 여러번 출석 요구를 거부해서 재판관측이 증인 취소를 하자 다시 방청객이 박수를 쳤어요. 좀전의 자리와 거의 비슷한 곳이어서 동일인이라 생각했어요. 기사를 보면 다른 사람인듯 써 있지만 기자들은 타자치느라 바뻐서 못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박수소리 듣자마자 봤거든요. 이번에 보안요원 5명에게 끌려 나갑니다. 안나가겠다고 반항하지만 질질 끌려 나가는 장면을 연출했어요. 방청객 중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도 있었는데 참 못 보일 꼴이었습니다.
하지만 뉴스를 장식한 건 끌려나간 방청객이 아니라 김평우 변호사였죠. 양측 할 말 다 한듯 보여 이정미 권한대행이 더이상 나올 증인이 없으니(김기춘 할배 지병, 고영태 어딨는지 모름 등등으로 오후 일정 없어짐) 다음 변론까지 대통령 나올건지 말건지 알려달라, 우리도 대통령이 온다면 준비 할 시간이 필요하다 등에 이야기로 변론을 끝내려 하자 당뇨이야기가 시작 됩니다.
이부분은 뉴스에 많이 나왔으니 생략.
처음엔 제 귀를 의심했어요? 자기가 지병으로 당뇨가 있는데 지금 어질 어질 하다 뭘 좀 먹어야 하는데 변론 할 것이 있다.
??? 뭔소리야 싶었습니다.
헛웃음이 나더군요. 심지어 서석구 판사가 붙잡고 만류 할 정도였어요. 그만 하라고. 막 서류 봉투 들고 왜 재판을 맘대로 하냐고 난리치니까 이정미 권한대행이 진행은 우리가 한다 하고 끝내버려어요. 단호박인줄. 재판관들이 들어가면서 소란 피우는 김평우 변호인을 쳐다보는 눈빛들이란... (절레 절레 하는 눈빛)
이렇게 12시 조금 넘어 변론이 끝났구요. 방청객들은 빠르게 쫏겨납니다. 소동이 웃겨서 더 보고 있고 싶었지만 보안요원들이 빨리 내보내서 더 못봤네요. 2시간의 짧은 헌법재판소 변론 방청이었지만 나름 이벤트도 있었고 인상깊었어요. 최순실 나온 날은 10시간도 넘게 했다던데 저는 2시간만에 끝나서 직장으로 돌아가야만 했......ㅠㅠ
제가 실제로 본 장면이 그날 저녁 뉴스로 나오니 또 색다르더군요. 뭔가 역사의 한 장면을 목격한 기분이랄까. 며칠 있으면 헌법재판소 홈페이지에 동영상이 올라올테니 여러분도 감상하시길 바라요.
이상 주관적인 방청 감상문이었습니다.
출처 |
주요인물 이름은 기사 검색해서 확인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