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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있을지 모를 이야기들]-3
게시물ID : panic_925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수전증오나봐
추천 : 4
조회수 : 71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2/21 1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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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뭔가 아득한 기분에 휩싸여 있다가 정신 차려보니, 어딘지 잘 모르겠는 횡단보도 앞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냥 넓은 논밭 사이로 쭉 뻗은 도로 위에 횡단보도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흔한 시골 풍경이었다.
 
물론 근처에 건물 하나 없는 곳에 횡단보도만 덩그러니 있는 게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도대체 여긴 어딜까, 난 왜 여기 있는 걸까, 고민해봤지만 머릿속은 이상할 정도로 텅 빈 채,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횡단보도 건너편 논에 누군가 지나가고 있는 걸 보았다.
 
저 사람에게 물어봐야겠다 싶어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갑자기 검은 색 승용차가 미칠듯한 속도로 도로를 가로질러 나에게 달려왔다.
 
 
 
주저앉듯 뒤로 피해서 간신히 부딪히지는 않았지만 욕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찔한 타이밍이었다.
 
이런 씨발, 아무리 한적한 도로라지만 저렇게 달리는 건 너무 하잖아... 등등 투덜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건너편 논의 사람은 그 사이 조금 더 멀어지고 있었다.
 
왠지 조급한 마음으로 다시 건너려고 하는데, 웬걸,
 
 
 
다시 검은 차가 내 쪽으로 달려들었다.
 
 
 
비명을 내지르며 앞쪽으로 간신히 피했는데, 이번엔 반대편 차선에서 다시 검은 차가 덮쳐왔다.
 
정말 구르듯 제자리로 도망쳐오자, 검은 차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빠르게 멀어져가고 있었다.
 
마치 날 노리듯 달려온 사실은 다 잊은 듯이.
 
 
 
이쯤 되자 기분이 매우 이상해졌다.
 
아무리 빨리 차들이 달려온다지만, 그냥 쭉 뻗은 도로를 달려오는 차들을 건너는 순간까지 못보고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상황이 계속 생길 수 있는 걸까?
 
왜 나는 건너기 전까지 그 차들을 못 보는 거지?
 
 
 
 
그리고 제일 이상한 건데,
 
어째서 지나간 세대의 검은 차가 다 같은 차인 것 같을까?
 
 
 
 
건너편의 사람은 어느새 어렴풋한 형상이 되어 멀어져가고 있었다.
 
그 모습에 초조함은 커져갔다.
 
그냥 무시하고 다른 길로 가면 좋을 텐데, 이상하게도 나는 횡단보도 앞에서 돌아서지 못하고, 그를 향해 걸어야만 한다는 기분에 갇혀있었다.
 
 
 
건너야만, 건너야만 해.
 
 
 
강박과도 같은 생각과 함께, 도로 위에서는 어느새 양방향 저 멀리로부터 익숙한 검은색 차 두 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내가 언제 건널지 알고 있다는 듯이, 기묘할 정도로 빠르게, 또는 느리게, 가깝게, 그리고 멀게.
 
 
 
이건 혹시 꿈이기라도 한 걸까.
 
나는 저 차에 부딪혀 꿈을 깨고 마는 그런 수순을 밟는 걸까.
 
하지만 이게 꿈이 아니라면?
 
부딪히는 그 순간이 현실이라면?
 
그럼 난 어떻게 되는 거지?
 
어떻...?!
 
 
 
 
가득한 의문 속에서 다시 아득해지는 정신을 억지로 붙들고 나는,
 
한걸음을 다시,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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