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자리는 책임의 자리입니다 안희정이 오늘 보여준 토론에서 계속 반박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은 자신이 뱉은 어떤 말에 대해서도 책임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마 자신의 발언이 문제라는 것은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자신의 발언을 재확인시켜주는 손석희의 질문에 대해서 모두 부정문으로 답했겠죠 손해를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발언 자체를 철회하는 것은 지금 자신의 이익과 배치되고 우클릭으로 얻은 표를 잃는 일이 될 수 있으니 모든 질문에 대해 부정하는 형태로 손해를 최소화 시키려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을 인정하는 일은 곧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죠 안희정은 책임은 회피하고 싶었던 겁니다 인정도 하지 않고 부정도 하지 않으면 사과를 할 필요도 정정을 할 필요도 없죠 그냥 내 의견의 선의를 알아달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대선 전의 발언에 대해서도 책임회피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한 나라를 관리하는 리더가 될 수 있을까요?
선의가 어떻고 저떻고를 떠나서 적어도 안희정 지사는 오늘 그 자리에서 자신의 했던 발언의 주인이 되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정치철학을 주장했어야 합니다 그게 개똥철학이든 뭐든요 어떤 분은 안희정의 철학교실이었다고 하지만 안희정의 대답은 모두 손석희의 질문에 대한 부정형이었을 뿐 질문이 없어도 성립할 수 있는 독립적인 논리와 절학이 없었습니다 극단적인 우유부단함뿐이었습니다 난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A도 B도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은 의도다
오늘 안희정 지사는 철저하게 자신의 발언에 대해 회피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한 때나마 지지자였던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정치적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아무것도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는 정신승리의 극치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겁에 질린 어린아이 같기도 했습니다
왜 사람들이 안희정 지사에게서 박근혜의 인상을 받는지 알 것 같더군요 그녀도 자신의 선의와 정당성만은 철저하게 믿고 있었죠 마치 우리와는 다른 사전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내가 믿는 것들 내가 결심하는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좋은 의도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녀가 치킨을 먹고 싶어진다면 그건 치킨집 사장의 애환을 달래주기 위한 의도가 되는 거죠. 모든 의도는 선하니까요. 그런 짜맞춰진 선의 따위 필요 없습니다.
말마따나 안희정 지사의 회피적 절학이 아무리 선의를 담고 있다한들 그 과정에 얼마나 많은 불의들이 침범할 지 우리는 박근혜를 통해 미리 경험했기에 책임이 아닌 의도의 선의를 주장하는 안희정 지사같은 분은 절대로 두 번 다시 대한민국의 리더 자리에 올려서는 안 된다고 방송을 보며 느꼈습니다
다음 정권은 모든 말에 대해서 모든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는 정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