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써보기 시작한 소설 도입부분이예요 -
괜찮은 건지 몰라서 ..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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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
어디가 아프다기 보다는 몸의 감각이 없다. 의식이 흐려지고 내 몸이 식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내 몸의 외곽선을 따라 한기가 스며드는 것을 느껴진다. 하지만 우습게도 따뜻하고 아름다운 지금은 봄이고 내 시선 위로는 벚꽃이 아름답게 휘날린다. 푸른 하늘에 점점이 퍼져 화려한 무늬가 완성되고 춤을 추듯 사뿐히 피웅덩이로 고인다. 몇개의 꽃잎은 얼굴 위로 떨어져 화려함을 더한다. 따뜻한 봄날, 스물 다섯 내 청춘. 벚나무 아래 화려하게 교통사고로 진다. 주위로 피로 굴곡진 꽃 하나가 천천히 피어났다.
- 주마등
꽃들이 머리 위로 흩날리는 사이, 눈을 껌뻑일 때마다 시야가 옅어질 쯤 하늘에서 꽃잎들이 멈춰섰다. 죽음 뒤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아름다웠다. 흘릴 수 있다면 눈물이라도 흐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수천마리의 나비가 날갯짓을 하다 일제히 멈추는 느낌이라고 하면 닿을까. 나만을 위한 공연이 펼쳐지는 것을 가만히 구경하고 있었을 때, 누군가 나를 불렀다.
p? 본인이 맞아?
고개가 돌아간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하고 그를 바라봤다. 검은 색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무 뻔하고 뻔하게도 저승사자다 싶었다.
네 맞아요
생각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양복을 입고, 전혀 무섭지 않았으며(심지어 낯까지 익었다), 산 사람과 크게 다른 것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맞으면 얼른 일어나. 니가 죽은 건 알고 있지 ?
화가 났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어투와 지금 내 상태를 보고도 일어서라는 것이 억울했다. 분했다. 말도 나오지 않을 텐데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질렀다.
아니 지금 내 상태를 보고도 그런-
땅을 상체를 들면서 이렇게 소리쳤다. 뭔가 이상한 것을 느껴 말도 중간에 멈춰섰다. 내 밑에 내가 있다. 상식적이지 않다. 아직 다리 부분은 겹쳐있지만, 내 밑에 내가 있었다. 피웅덩이에 박혀있는 나는 그대로인데, 내가 일어났다. 지금 움직이는 내 몸에는 피가 묻어있지 않았다. 어버버 거리며 내가 우물쭈물 거릴 때, 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알았으면 얼른 일어나. 내가 한 두번 아니니까 봐주는 거야. 가야할 곳이 있어.
그제서야 난 순순히 일어났다. 그것이 아니면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여전히 꽃잎 들은 하늘에 휘날리고 멀리 건물의 윤곽선을 만들던 해의 위치도 변하지 않았다. 시간에 갇힌 느낌. 내가 일어나는 모습을 본 사자는 발걸음을 옮긴다. 나는 일어난 뒤에 사자를 따라가며 누워 있는 나를 바라본다. 허탈했다. 공수레공수거라는 말이 생각났다. 어머니가 입버릇처럼 자주 내뱉으시던 말. 욕심없이 살아라고만 반복하셨던 어머니는 자신의 말을 실천이라도 하려는 듯이 빠르게 땅에서 발을 빼셨다. 다 잊었는데. 괜시리 미워진다. 너무나 허무한 기분이 마음 속에서 빠르게 자라나 내 몸을 빈틈없이 채운다. 터질 것만 같다. 나를 구경하러 온 멈춰있는 사람들을 하나 둘 지나 사자를 따라간다.
그래서 니 모습을 오래 보지 않는 것을 추천해. 뭐 지금은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내 마음을 읽은 듯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야기 했다. 검은 옷을 입은 중년의 사내를 뒤따라 걷는다.
저기.. 어디로 가는 거예요 ?
금방 도착하니까 그냥 걸어.
그.. 뭐 염라대왕 만나러 뭐 .. 삼도천 건너고 그런거 하러가는 건가요 ?
뭐가 우스운지 사자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래 그렇다고 근데 그 전에 한가지 먼저 해야할 것이 있다면서.
웃겼으니 가르쳐줄게. 주마등이라고 들어봤지? 그래 그거. 죽음이 눈앞에 닥치면 뭐 필름처럼 지나간다고. 너 지금 그거 보러가.
그건 죽기 전에 보는 거 아니었어요?
그게 쉽게 얘기하면 기억을 복사하는 과정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은 가끔 그런 오류를 보인다고들 하더라고-
신기했다. 그럴 기분이 아닌데. 아니 오히려 이제는 기분이어야 하는 걸까. 헷갈리기 시작한다. 막상 느껴보니 죽음 정말 별거 없구나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또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사자가 입을 연다.
쉽단 생각하지마. 너 죄가 심했으면 바로 형벌 받으러 갔을 수도 있어.
그것도 능력이예요?
뭐가
생각 읽는 거요
능력은 무슨. 너 니가 몇 번째 망자라고 생각하냐
아 -
할 말이 없다.
얼마나 가야 돼요?
걷는 건 형식적인거야. 어느 정도 걷다 보면 짠하고 나타나
서비스 좋네요.
보면 더 놀랄걸?
믿는 척 넘어가려 무시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니 다시 풍경으로 눈이 갔다. 여전히 시간은 멈춰있고, 아름다웠다. 이런 곳에서, 이런 계절에, 이런 시간에 죽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죽고 나니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고 감탄사가 나왔다. 아쉽다면 아쉬운 것은 꽃잎을 스쳐도 감촉이 없다. 움직이지 않는다. 가슴 속에서 또 사소한 것이 부풀어 오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주변 풍경이 일그러지며 어두워진다. 꽃잎만 살아남았다. 이미 상식을 운운하기엔 너무 늦었지만 상식에 어긋난 풍경이다. 빛이 없는데 보인다. 꽃잎도 나도 사자도. 꽃잎이 점점이 박힌 어두운 공간은 꼭 우주 같다. 분홍색 별들이 수 없이 박힌 아름다운 우주. 괜히 코 끝이 찡해진다.
진짜 더 놀랍지? 아까 좋아하는 것 같아서 꽃잎은 남겼어.
조용히 바라본다. 규칙따윈 없이 널브러진 꽃잎들이 찬란하다. 빛은 없어도, 아니 빛이 없어서, 어두움 속이라서 더욱 찬란했다. 그렇게 풍경에 취해있을 때, 사자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제서야 사자를 자세히 봤다. 중년의 남자, 머리부터 발 끝까지 검은색 복장. 근데 손목에 낡은 시계하나가 있다. 시계가 거기서 거기겠지만 왠지 모르게 낯이 익다. 시계에 대해서 물어보려는 찰나
지금부터 바로 지나갈거야
뭐가요?
주마등.
어디로요?
여기로.
네?
모르겠으면 그냥 봐.
또 한 번 욱해서 따지려고 할 때 내 시선 끝 저 멀리서 흰 점하나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주의할 점은 주마등이란게, 별거 없거든 ? 다 니 기억이야. 니가 기억을 못하거나 흐릿하면 화면 상으로도 똑같아. 무슨 말인지 알지 ? 그리고 원할 때 멈출 수 있어. 뭐 울컥하거나 그럴 때 멈춰서 즐겨. 그럼 독창적인 내레이션 기대할게.
- 안녕. 과거들아
나의 첫 기억이 지나간다. 아마도 유치원을 다닐 때 듯 하다. 어린 나를 어머니가 등원 버스에 태운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의 나를 보니, 생각이 자란 지금에야 짠하다. 나는 아버지가 없다. 아니 있었다. 보지는 못했지만. 아버지는 사업의 실패로 인한 심적 고통을 견디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먼저 떠나가버렸다고 어머니가 그러셨다. 어릴 때는 묻기도 많이 물었겠지. 그 때마다 속에서 눈물샘을 묶어내느랴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정말 어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영상은 계속해서 지나갔다. 등원 후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중간에 어떤 친구와 싸우기도 했다. 이름이 a였나. 유치원 이후엔 만난 적이 없는 것 같다. 결국 어린 나는 벌을 섰고, 친구와 화해를 했다. 헛웃음이 나왔다. 금을 이어 붙이는 것이 어릴 때는 저렇게 쉬웠나. 시간이 지나 하원을 했다. 유치원 선생님이 만들어주신 계란 토스트를 입에 물고 오물오물 거리면서 창 밖을 봤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나가는 차의 색을 구분하고 있었을까, 없다던 아버지를 그렸을까. 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항상 하원을 할 땐 어머니가 없었던 것 같다. 어머니가 동네에서 그나마 친한 옆집 아주머니께 부탁을 드리고, 그 아주머니가 나를 마중나오셨다. 선생님에서 아주머니로 나는 양도되었다. 그 시간 해의 색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 일에서 돌아오신 어머니는 항상 허리를 굽히시며 고맙다고 말하기 바빴고, 나는 아주머니 집에서 티비를 바라보거나 그림을 주로 그리며 그런 어머니가 오시길 기다렸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아주 어렸을 때에는 친구가 없었다. 정확히 얘기하면 나가서 놀았던 기억이 없다. 어머니가 나를 데리러 오셨을 땐 항상 해는 건물들 사이로 사라졌고, 나는 집으로 돌아가며 별을 세는 것이, 혹은 달을 가르키며 어머니를 부르는 것이 하루의 전부였다. 계속해서 나는 지나가는 화면과 나의 기억을 연동시켰다.
기억에 아빠는 없네 ? 왜 없는지 물어봐도 되냐?
간지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죽었어요. 나랑 엄마 버리고. 자기 힘들다고. 근데 원망은 안해요. 어차피 기억에 없거든요. 없는 사람이예요 저한테는.
보고싶지는 않았어 ?
집에 사진 한 장도 없었을 걸요. 알고 싶어도 알 수가 없었고, 어디에 묻혔는지도 몰라요. 엄마 성격이면 아마.. 자기처럼 자연으로 돌아가라며 무덤 같은 건 아예 안만들었지도 모르고요. 아니면 미워서 길바닥에 뿌려 버렸거나. 어째 나보다 더 궁금해 하는 것 같은데요 ?
사자의 눈이 날카로워 지면서 나를 바라본다.
나는 눈을 피하며 다시 기억으로 돌아간다. 다음 기억은 쑥 커버린 초등학생 때이다. 정확히는 4학년 쯤. 어떤 여자아이를 괴롭히며 꺄르르 웃고있었다. 교실의 냄새가 뇌로 스며들었다. 진한 나무 냄새가 맴돌고 아직은 여린 살 냄새가 가득했다. 남자 아이들은 항상 땀을 흘리며 놀았고, 나도 그 중 하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