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재주가 매우 없어요.
그래서 반말처럼 일긴쓰듯 써내려 갈게요, 양해 부탁드려요 :)
왁싱 전.
약 한두달 전부터 종종 커뮤니티에 브라질리언 왁싱에 대한 글들을 보고 나도 한번 해볼까? 란 생각을 했다.
후기를 찾아 여러 사이트를 검색하던 중 접하게 된 모 일보의 기자 후기를 읽고 평소 겁이 많지 않았던 나는 '해보고싶다' 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리고 찾아온 급 겨울 휴가.
난 2월 말, 모든것을 잠시 내려놓고 먹고, 즐기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약 5박6일의 세부 여행 일정을 잡고
덜컥 항공권을 구입하고 차차 엑셀에 일정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후, 빠진 것들이 있을까 다시 브레인 스토밍 중.
수영복을 입을 생각에 브라질리언 왁싱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당장 다다음주가 휴가라 마음의 준비를 할 여유가 없었던 터라 급하게 예약을 넣었다.
나만 죽을 수 없다는 생각에, 함께 고민해보던 남친에게 왁싱 후기를 보여주며 꼬셨다.
1. 오늘 후딱 받고 주말 푹 쉬자
2. 약 2-3일 동안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을텐데, 다음주면 휴가기간과 겹친다.
3. 혹시 모를 부작용이 나타날 시간을 벌어두자
4. 커플이 같은 시기에 하면 좋댄다
5. 돈은 내가 낸다
나의 논리를 사슴같은 눈으로 경청하는 그는 곧 닭똥만한 눈물을 흘릴것만 같았다. 불쌍하여라...
하지만 비키니를 입지 않을 남자라면 굳이 안해도 되니 '오빠 원하는 대로 해도 좋아' 하며 내 눈을 슬프게 내리깔았다.
그리고 나는 커플 브라질리언 왁싱을 예약하였다.
'생리중인데 탐폰사용하고 가능한가요'
-예.
마법부릴 수 있는 날이 지나고 왁싱받고 싶었으나 나에겐 시간이 없었다.
시술사 언니에겐 조금 죄송스럽기도, 그리고 민망하기도 하였지만 나에겐 정말 시간이 없었다.
시술 시간까지 약 5시간 정도가 남았는데,
10분에 한번꼴로 남자친구는 나를 슬픈 눈으로 쳐다본다.
심장이 답답하다나 뭐라나.
토할것만 같다나 뭐라나.
미안.. 사실 나도 떨리는건 매한가지였으니 우리는 서로 부둥켜 안고 죽음의 시간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왁싱 바로 전,
우리는 각각 간단한 샤워를 하고 1회용 치마로 갈아입었다.
나야 뭐 아줌마 꼴이 되었으니 그렇다 쳐도,
그 꼴에 물을 계속 떠다먹고 있는 남친을 보니 가관룩 그 자체였다. 그냥 귀엽다고 해 주었다.
관리사쌤도 한분이시고 침대도 하나라, 무서움에 벌벌 떨고있는 남친을 안으로 먼저 밀어넣었다.
뭐?? 왜?? 왜 나부터?? 너는?? 왜? 를 울부짖으며 도살장 끌려가는 소마냥 들어가더라.
칸막이 때문에 볼 수는 없었지만 뼛속 깊은곳에서 터져나오는 아우성은 겁없던 나 마저도 벌벌 떨게 만들었다.
남친의 연타 '악' / '아으악!' / '으억' 이 지나고 뒤 돌아 누워달란 말에
두려운 듯 떨리는 목소리로 'OTL 자세를 취해야 하나요' 라는 남친의 물음에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쌤의 목소리가 파티션 넘어 들렸다.
나에게도 다행이었다.
너도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약 30분만의 큰 시술이 끝난 남친은 당이 땡겼는지 테이블에 있던 화이트하임을 까고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아온 나의 시간.
침대에는 부드러운 토끼 인형이 있었다.
내 침대에도 토끼 인형이 있다.
그저 그 인형은 우리가 생각하는 인형의 용도가 아니었다는 것을.
불쌍한 토끼..
라텍스 장갑을 낀 언니야는 정글을 정리해 주셨고,
곧 드거운 왁스가 발라졌으며,
그 따뜻뜨뜻함에 왠지모를 안정이 찾아왔지만,
나는 토끼의 온 얼굴을 내 두 주먹으로 뭉그러뜨리고 있었다.
한면을 한꺼번에 뽑겠지. 그럼 뭐... 많아봤자 10번만 참으면 되려나?
큰 오산이었다.
조금씩 조금씩. 아주 잔인하게. 긴 시간동안 뽑더라.
다행이도, 한번 뽑고 차가운 면으로 바로 뽑은곳을 안정시켜 주셨나니, 조금은 참을만했다.
나는 비교적 잘 참았다.
뭐 이보다 더 힘들었던 수술도 해보았으니 이정도는 참을만 했다. 하지만 토끼의 형체는 더욱더 일그러 졌고.
관리사쌤이 말했다
"여긴 아픈 부분이예요~"
와 함께 나는 비명을 질렀다. 아픈곳은 정말 아프구나.
아.. ㅎ 아픈곳은 한번이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한번에 뽑히는 털은 없나보다.
그리고 난 다시 비명을 질렀다
"으아왜!! 다!! 안뽑혔나요!!!!!으아어!"
그렇게 이겨내었다.
뒷문을 왁싱할 때엔 더더욱 아프지 않아 다행이었다.
왁싱 후,
아기가 되었다.
신기했다.
부드러웠다.
만져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나의 모는 두꺼웠고, 피부는 약했기 때문에 두드러기 마냥 울긋불긋 살이 솟아나 있었다
더욱 더 조심해야 했다.
그리곤 선생님은 친절히 수딩 크림을 발라주시고 작은 통에 따로 챙겨주셨다.
우리는 감사하다는 대답을 하고 미친 듯 당을 충전했다. 잘 참았다.
그날로부터 3일 째.
남자는 어떤지 잘은 모르겠다.
일단. 나는 여자로써, 불편함을 좀 느꼈다.
장점부터 적자면:
1. 부드럽다
2. 위생적이라고 한다. (느끼는 중)
3. 생리 시 기분이 좀더 깔끔하다.
4. 빤쓰옆으로 고개를 내미는 애들이 없다. 정리가 필요없다.
5. 떨어지는 털도 없으니 청소에 도움이 좀 더 될 것이다
6. 신기하다. 아직도 신기해 하는 중.
그리고 후기를 보면 냄새가 덜하고, 관계 시 더 좋다고 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믿어 의심치 않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드러움주의)
주 의: 개인이 굉장히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임
1. 변기 조준이 힘들어 진다. 물이 따라흐르는 지지대 및 방파제가 없으니 지맘대로 솟구친다. 엉덩이까지 타고 내려가기도 한다.
2. 화장지를 좀 더 많이 쓴다. 그중 2/3는 변기를 닦는 데 쓰인다.
3. 생리 시, 패드가 직접적으로 닿아 조금 끈적? 거리는 느낌이 있다.
갯수로 따지자면 장점이 더 많아 재방문을 할 의향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단점의 임팩트가 좀 크다.
조준하는 법을 3일째 터득중이다.
나아지긴 커녕. 오주미의 맘은 갈대같다. 알수가 없어.
이번주 목표는 변기조준의 마스터가 되는것이다.
우라질리언 왁싱 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