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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세습의 광기어린 북한... (경향신문 이응준 기고 발췌)
게시물ID : history_131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콩국수
추천 : 2
조회수 : 75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12/22 22:21:45
인터넷 지면 보기는 유료인 관계로 일부 발췌만 합니다.

http://epaper.khan.co.kr/index.html?exec=viewsearch&height=1640&GCC=AA00199&PaperDate=&PageNo=&PageName=&CNo=155206317&COI=&NCT=&scope=0&keyword=%C0%CC%C0%C0%C1%D8&period=0&startdate=&enddate=&page=1&page_size=10&id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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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체제의 구성 원리는 기독교의 그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원래 공산주의 조직이 초기 기독교 조직을 본떴다는데에서도 그 기원을 찾을 수 있겠지만, 김일성과 기독교의 인연은 한민족의 영적 성향과 겹쳐져 시사해주는 바가 매우 크다. 김일성은 1912년 4월 15일 평안남도 대동군 고평면, 지금의 평양시 만경대에서 기독교 신자인 부모의 3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한의사인 아버지 김형직은 미국인 선교사가 세운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고 어머니 강반석은 교회 집사였다. 한의사인 아버지 김형직은 미국인 선교사가 세운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고 어머니 강반석은 교회 집사였다. '반석'은 다름 아닌 '베드로'일 것이다. 따라서 김일성은 기독교의 설계역학과 작동방식을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체득하고 있었을게 자명하다. '성부 여호와 하나님-김일성,  성자 예수 그리스도-김정일,  성령과 그 말씀-주체사상'이란 '김일성교 성삼위일체'의 구축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또한 김일성 숭배는 유교 충효 사상의 극단적 적용이기도 하다.

 한 개인이 무슨 종교를 가지고 있건 간에 한국인들의 정신을 일제히 지배하는 종교적 무의식의 생리는 무속, 곧 샤머니즘이다. 이 강렬한 에너지가 해방 이후 이남에서는 자본주의와 개신교 사이에 스며들었고 이북에서는 공산주의가 근대화에 실패해 왕조로 퇴행하는 과정에서 (샤머니즘과 유교적 충효사상으로) 물들어버렸다.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제일 이단이 많은 것도, 부흥성회에서 두 손을 높이 쳐들고 통성 기도하는 신자들의 사진과 김일성이 죽었다고 평양 김일성 동상 앞에서 울부짖는 인민들의 사진을 나란히 놓고 보면 대체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는 것도 다 샤머니즘의 탓(한 형태?)이다. 한민족의 샤머니즘이 그나마 긍정적으로 표출된 사례가 대한민국에서의 2002년 월드컵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그러한 '신명 났다'라는 상태는, 서구 인문학에서의 광기라는 개념이 감히 포용할 수 없는 도저한 미스터리다. 한편, 북한은 신을 대리해 종교제도가 통치하는 신정국가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한 인간이 유일신으로 등극해 나머지 모든 인간들을 직접 지배하는 거대하고 기이한 광신 사교집단이 돼버렸다. 잠시 김일성을 베트남의 호찌민과 함께 떠올리면 우리는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호찌민은 인민을 권력의 주체로 삼고 스스로 권력을 평생 경계했다. 그는 집단지도 체제를 수립하여 권력의 많은 부분들을 주변에 맡겼다. 그는 인민들 앞에서 자아비판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으며 직접 정원을 가꾸고 금붕어에게 먹이를 주었다. 그는 베트남 인민들에게 수령님으로 군림한 것이 아니라 '호 아저씨'로 불리며 사랑받았다. ... 중략 금수산 태양궁전이라는 피라미드로 쓰고 있는 김일성과는 그 순수함을 차마 비교할 수가 없다. 절만은 레닌, 절반은 간디였던 호찌민이 남긴 것은 조그만 오두막집 한 채와 책 몇 권뿐이였다. 그는 자신에 대한 종교를 창시한 가짜 신이 아니라 인민을 신으로 섬기는 참된 종교인이었다.

 우리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은 우리 안에 김일성과 같은 악마성이 없었더라면 김일성과 지금의 북한 같은 나라는 잉태되지 않았을 거라는 끔찍한 사실이다.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라는 소리다. 천천히 하강하는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본 남한의 밤은 붉은 십자가들로 뒤덮인 광활한 공동묘지다. 교회들은 세습되고 있으며 신도숫자로 은행대출을 받고 판매된다....(중략)

 어쨌든 김일성은 스스로 신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그가 스탈린의 허락을 받아 일으킨 6.25 전쟁에서 남북한 쌍방 사망자는 약 150만명, 부상자는 360만명, 이북 출신 실향민은 500만명에 달했다. 조선의 좌파독립운동가들을 숙청한 것은 이승만보다 김일성이 훨씬 더 선수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는 수백만명이 산간 오지로 짐승처럼 추방됐고 수십만명이 수용소에서 증발, 즉결 처형당하고 있다. 그뿐인가, 한반도 역사상 가장 심각한 아사 상태가 20년 넘게 벌어지고 있으며 영양실조자가 750만명이 넘는다. "공화국은 사치에 의해서 멸망하고, 독재국은 빈궁에 의해서 멸망한다"라고 샤를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에서 썼다. 생전에 김정일은 자신의 신민들이 300만명이나 굶어죽는데도 왜 경제개혁에 나서지 못했던 것일까? 정말 김정일이 예수라면 인민들이 제사장들의 권위와 속박에서 벗어나 신과 직통하는 자유의 경지, 즉 개방을 펼쳐내야 했던 것 아닌가? 이 죽음의 반인반신에 대한 나의 새로은 의심은 바로 이지점에서 싹텄다. 또한 <강철서신>의 저자이자 남한 주체사상파의 사도 바울인 김영환이 1991년 반잠수정을 타고 밀입북해 김일성을 만났을 때 정작 김일성이 주체사상을 모르더라는 차마 웃지 못할 일화에서 나는 문득 깨달았다. 성자로서의 김정일과 성령의로서의 주체사상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으니 아직도 북한은 나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야훼 김일성의 참혹한 질투만이 형형한 구약시대인 것이다. 고로 북핵은 김일성의 망령이 육신을 얻어 부활한 현현이다.

 김정일 북한을 중국처럼 변화시킬수 없었던 안쓰러운 까닭은 간명하다. 한낱 사악한 인간의 것일 뿐인 자신의 요망한 가계가 드러나는 게 겁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은 김정은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김정은의 백두혈통은 딜레마의 가계다. 김정은 은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못할'것이다. 야훼(북핵)가 삭제된 구약에서 야훼의 모조품인 자신 역시 곧바록 삭제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새로운 시대, 북한의 구약을 깨고 신약의 문을 활짝 열어젖힐 그리스도는 누구일 것인가?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에 절망한 나머지 조선 노동당 창건기념일에 노아의 방주처럼 생긴 욕조안에서 질식한 듯 숨져 있던 황장엽은 감히 그런 역할을 떠맡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북한 인민들 스스로가 그 메시아적 주체가 되리라고 태연히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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