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프리퀄'이라는 홍보 덕분에 엄청난 악평에 시달렸던 영화.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세계관만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서울역>입니다.
이 글을 보기 전에
<서울역>은 LG U플러스 통신사의 VOD 어플리케이션인 '비디오포털'에서 (<부산행>과 함께) 무료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1. 시놉시스
어린 나이에 집을 나가 남자친구(이준)와 동거하는 혜선(심은경). 월세를 내지 못해 셋방에서 쫓겨나고, 좀비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인터넷에서 원조교제할 남자를 구한다는 혜선의 모습을 보고, 혜선의 아빠(류승룡)가 혜선의 남자친구와 함께 그녀를 구하러 가는 이야기입니다.
2. 불편할 정도로 현실적인 영화
이 영화의 제작비는 <부산행>의 약 115억보다 훨씬 적은 약 6억.
그래서인지 <돼지의 왕>, <사이비>, <창>의 현실적이고 비극적인 색채들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아빠가 딸을 위해 고난을 겪는다는 이야기가, 얼핏 봐서는 <부산행>과 비슷한데요.
<부산행>의 정서와 감정은 순수한 형태(순수한 기쁨, 순수한 슬픔 등)에 가깝지만, <서울역>의 그것은 무엇인가에 의해 오염되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오염시키고 찌들게 한 '무엇'에 대한 비판이, 감독의 의도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부산행>의 인간군상은 현실적이지만, <서울역>의 인간군상은 현실을 그대로 재현한 듯합니다.
덕분에 불편하고 현실적인 연상호 감독의 이전작들을 그대로 보는 듯한 충격을 느낄 수 있죠.
3. 좀비 아포칼립스 영화에서 좀비보다 중요한 것
이 영화는 좀비 아포칼립스로부터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오락영화가 아닙니다.
영화는 노숙자를 비중있게 다루는데요. (혜선도 노숙자 신세가 되었죠.)
영화 속에서 노숙자들은 차별당하고, 서울역에 무단 출입한 가축 취급을 받습니다.
이런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좀비 아포칼립스를 겪으며 사실상 변한 것은 없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존재하지도 않는) 각자 자신의 집으로 가고픈 욕망이 극대화될 뿐이죠.
만일 부유하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삶에 대한 만족감이 높은 사람들이 좀비가 된다면 그것은 비극입니다.
그런데 삶의 터전도 없고, 성취감이나 자존감도 이미 사라진 사람들이 좀비가 되는 것이 크나큰 비극일지는 의문입니다.
영화는 이런 사람들에게 정부는 무엇을 하는지를 보여주고 무엇을 해줘야 할지를 보여줍니다.
정부가 그들에게 하는 행동과 해줘야 하는 행동은 서로 상충됩니다.
이것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싶습니다.
4. 충격적인 후반부
연상호 감독 작품의 후반부는 언제나 충격적입니다.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던 <돼지의 왕>.
주인공들의 변화가 충격적인 <사이비>.
그리고 <서울역>의 후반부는 좀비로 가득한 절망적인 세상에서 생존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 가치가 주인공들을 패닉 상태로 만들죠.
앞에서 말했듯 무엇인가에 오염된, 사람들의 정서와 감정이 가득한 세상.
오히려 좀비 아포칼립스보다 이 세상이 더욱 절망적이고 암울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5. 소개글을 마치며
사실 이 영화에는 수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일부러 개연성을 무너뜨리려는 장면이 보이고, 더빙 연기도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규모에 비해 6억이라는 제작비도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이런 단점도 일부분에 불과하죠.
그러나 이런 단점을 상쇄하는 영화의 메세지와 이야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중성은 약하지만 독창성은 강한 이 영화 <서울역>을 소개하는 글 마쳐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