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심리가 이런 게 있습니다.
유재석 같은 호감 연예인이 색드립을 하면 참 좋아보이고, 멋져 보이죠.
근데 비호감 연예인이 색드립을 하면 참 더러워 보여요.
그럼 색드립은 옳을까요? 아니면 나쁠까요?
정답은 그때그때 다를 겁니다. 적절한 시점에서 쓰는 색드립은 재미를 줄 수 있고,
반대로 부적절한 시점에서 하는 색드립은 최악이겠죠.
정치체제도 마찬가집니다.
시점이 중요한거라는 거죠.
내각제는 무조건 나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지금 상태의 내각제는 분명히 나쁩니다.
그러나 내각제 자체가 나쁜 것은 분명히 아닙니다.
저는 안희정 빠도 아니고, 매번 말하지만 문재인씨를 뽑을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요즘 댓글을 보니 안희정이 내각제 주장했으니 나쁜놈이라는 의견이 많더군요.
그래서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안희정의 워딩은 이렇습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점진적으로 내각제로 갈 것이다.
이 발언은 대연정 발언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고,
안희정이 충남도지사 때 추구했던 서로 합의해서 결론 내는 것과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그러나 새누리가 내각제와는 분명 다릅니다.
대통령을 뽑지 않고 내각제로 가겠다는 것은 말그대로 권력 나눠먹기입니다.
지금 당장 야권이 대통령 되는 걸 막겠다는 거고, 적폐를 묻고 넘어가자는 거죠.
그러나 대통령을 뽑고, 적폐를 청산한 다음에 내각제로 가는 것은 말그대로 내각제의 실현입니다.
그건 문제될 게 없죠.
실제 내각제는 문재인씨도 주장했던 것입니다.
물론 문재인씨는 안희정씨보다 더 먼 후일 내각제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새로 헌법을 개정하고, 정당정치가 확립한 이후에 내각제를 하자는 거죠.
안희정은 내각제를 하면서 정당정치를 확립하자는 거니, 둘의 시선은 다릅니다.
결국 새누리의 내각제, 안희정의 내각제, 문재인씨의 내각제는 같은 내각제를 표방하면서도 전혀 다르다는 이야깁니다.
내각제는 가장 안정적인 정치체제인 건 분명합니다.(물론 가장 비효율적이긴 하죠)
만약 우리나라가 내각제였다면 역설적으로 최순실 사태도 없었을 겁니다.
탄핵도 이미 실현되었을 거구요.
내각제의 경우 국민여론에 훨씬 민감하고, 승자독식이 없습니다.
그동안 있었던 새누리의 병폐들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죠.
물론 단점도 있죠. 일본처럼 한 당이 독식하는 경우 전제정치보다 더 최악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재 5당이 난립하는 시점에서 일본처럼 될 일은 없을 겁니다.
5당이 전부 살아남아 독일식 정당정치를 하는 내각제가 되거나,
보수가 묶이고, 진보가 묶여서 영국식 양당정치 체제가 될 확률이 높죠.
예전처럼 새누리가 독식하기에는 우리나라 시민의식도 상당히 발전했으니까요.
따라서 안희정의 내각제 발언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시점과 의도죠.
내각제를 언제 이룰 것이냐,
그리고 적폐청산을 한 뒤 내각제이냐, 아니면 적폐청산을 하지 않고 내각제이냐.
내각제 주장 자체로만 몰아세우면, 결국 진흙탕 싸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각제는 위에 적었듯이 문재인씨도 말했으니까요.
따라서 지금 우리가 안희정에게 들어야 할 건 적폐청산의 의도입니다.
안희정은 보수표를 위해 이 부분을 의도적으로 숨겨왔어요.
분명한 건, 예전에는 적폐청산을 외쳤는데, 지금은 슬쩍 숨기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 안희정의 문제는 오로지 이것입니다.
이걸 숨기는 이유는 보수표 때문인지, 적폐청산의 아이콘이 문재인씨 때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어쨌든 적폐는 제대로 청산되야죠.
박근혜가 탄핵된다고, 적폐가 청산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싸질러논 똥이 얼마인데, 화장실에서 나간다고 해결됩니까?
적폐청산 뒤에 대연정, 적폐청산 뒤에 내각제라면 저는 안희정을 미워하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도 그걸 미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새누리를 극혐하지만, 어쨌든 대연정과 내각제는 우리에게도 얻는 게 있으니까요.
장기적으로 다시 보수가 힘을 찾았을 때,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하는 건 막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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