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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있을지 모르는 이야기들-1
게시물ID : panic_925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수전증오나봐
추천 : 2
조회수 : 106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2/17 14:09:45
그 날은 좀 무더운 여름날이었어.



마침 어머니 아버지도 어제 늦게 외갓집 다녀오신다고 나가시고,

동생이랑 둘이서 아버지 양주를 몰래 비우며 광란의 술파티를 벌였던 그런 신나는 날의 다음 날.



자고 일어났는데 막 땀나고 그래서 끈적끈적한 기분 알지?

그 끔찍한 끈쩍함과 더불어 온몸에서 진동하는 술냄새 때문에 일어나자마자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어.

찬물로 샤워 쫙 하니까, 아, 개운해지는 것 같더라.

술도 좀 깨는 것 같고.



근데 그러고 나오려니까 수건이 없는거야.

생각해보니 어제 어머니가 나가시기 전에 수건 다 모아서 빨고 널어놓았던 기억이 그제야 나더라고.

머리고 어디고 온통 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화장실에서 완전 반대편에 있는 건조대까지 수건 가지러 거실을 활보하긴 좀 그렇잖아?

그래서 화장실 문을 열고 건너편 자기 방에서 자고 있을 동생을 불렀어.



"야 XX야, 형 수건 좀 갖다 줘라!"



근데 얘가 아직 안 깬건지 반응이 없더라.

몇번을 불러도 조용하기만 하더라고.

하, 이 자식 술 얼마나 먹었다고 뻗어서 못 일어나나, 싶어서 피식 웃고 말았어.

어쨌든 이대로 있을 순 없는 노릇이고 해서 몸에 남은 물기를 최대한 털어내보고 수건을 가지러 가기로 했어.

거실에 떨어질 물이야 나와서 다시 닦으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 한참 막 털고 비비고 하고 화장실 문 열고 딱 나오는데,

아니, 문 앞에 수건이 놓여있는거야.



이 자식은 가져다 놓을거면 말을 하고 가던가, 기껏 열심히 털고 나왔더니만 이게 뭐람.... 싶더라.

열받기도 해서 한소리 하려고 재빨리 몸 닦고 동생 방으로 달려갔지.



근데 동생은 방에는 커녕 집 안 어디에도 없더라고.


얘가 담배라도 피러나갔나 싶어서 바로 전화를 해봤어.



"야, 어디냐?"

"아, 왜?"

"어디냐고 안 묻냐."

"아 나 여자친구 만난다고 어제 했잖아."

"뭐? 너 집에 없었냐 그럼?"

"무슨 소리 하는거야, 나 벌써 몇 시간전에 나왔구만."




...



잠깐만...



그럼......




이 수건은... 대체 누가 가져다 놓은거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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