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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구식
게시물ID : panic_925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uetapens
추천 : 16
조회수 : 218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2/15 23: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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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그냥 개똥같은 기념일이야."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 들리는 길을 걸어가면서 제프가 얘기했어. "곧 말라비틀어질 꽃이나, 제값보다 훨씬 비싼 보석을 왜 도대체 남자가 일주일 급료를 다 털어서 사다 바쳐야 돼? 말도 안 되는 얘기야." 

"어느 정도는 나도 동의해." 그에게 손을 뻗으며 내가 말했어. 그는 반대쪽을 보더니 손을 주머니에 넣었어. "사랑을 표현하는 건 평소에 항상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 내가 말했어. 

"그러니까. 맞지? 이번 주에 내가 그 식당에 데려가 줬잖아." 그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서 코를 파며 얘기했어. 그래, 그 식당. 남자가 밥값을 내는 건 체제에 순응하는 거라며 내가 계산해야 했던 거기. 

대신 나는 그와 팔짱을 꼈어. "음, 잘 모르겠어. 내가 좀 구식인가 봐. 특별한 데이트에 난 바로 넘어가거든. 대단하거나 비쌀 필요도 없고. 그냥... 그렇기만 하면 되는데. 그치?" 

제프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팔을 빼냈어. "그래도 쓰레기같아. 별로 안 특별한 '저 날' 말고 '이 날'이 특별하다는 대기업 상술에 넘어간 얘기야. 내 생일에도 하루 종일 일해야 하는데, 무슨 성인이 죽은 날이라고 하루 쉬게 해주는 게 말이 돼?" 

"생일 얘기를 해서 말인데," 내가 말했어. "자기 생일은 챙겨?" 우리는 아직 이런 얘기까지는 안 하는 사이였거든. 

그는 질문을 무시했어. "그리고 또. 왜 항상 남자가 표현을 해야 해? 왜 뭣 같은 전통에 따르면 애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내가 나가서 너한테 지방이 그득그득한 초콜릿을 사다 줘야 하는 건데?" 

"나도 너한테 뭔가 해 주겠다고 했잖아." 

"너 얘기를 하는 게 아니야. 전통이 그렇다고." 제프는 가지를 넘어갔어. 뒤에서 오는 나를 도와주기 위해서 손을 뻗을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로 말이야. "너한테 초콜릿은 필요 없다고 생각해. 기분 나쁘게 듣지는 마. 근데 너 지금 딱 그 정도가 보기 좋아." 

나는 스스로 가지를 넘어갔어. 이 "정상적"인 관계가 정상에서 벗어나기 전에 나는 애인들에게 데이트 폭력을 많이 당했었어. 

"나도 그렇다고 생각해." 내가 조심스럽게 말했어. "그래서 여기 오자고 한 거야. 전통적이지 않은 산책을 하자고 말이야." 

"그래, 그렇긴 해도 시대정신에 화답하는 제스처 같아. 아직도." 제프가 툴툴거렸어. 

길가는 숲 안쪽으로 길게 뻗어 있었어. 딱따구리들이 죽은 나무 몸통을 쪼아대는 소리와, 개구리가 잎사귀들 사이로 쳐다보는 게 느껴졌어. 

제프는 아직도 지껄이고 있었어. "도대체 누가 애정이란 걸 정의하는 거야? 내가 널 봉제인형 안듯이 껴안아준다고 해서 그게 애정의 제스처라는 거야? 그냥 어른답게 서로 존중하는 게 사랑 아니야?" 

아, 이 사람이랑 자고 나선 포옹도 못 받겠군. 잘 알아 둬야지. 

"그래도 난 항상 몸으로 표현하는게 애정을 나타내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배워왔어." 집에 가까워지는 동안 내가 말했어. "그래서 여기 오자고 한 거야. 너와 함께하고 싶어서." 

집은 완벽한 흉가였어. 숲 한가운데 버려진 빅토리아 양식의 폐가였거든. 창문은 우리는 무섭게 바라보는 것 같았고, 계단에는 죽은 지 너무 오래돼서 미라같이 변한 고양이가 앉아있었어. 창문 너머로는 살던 사람들이 버리고 간 그대로 가구들이 그대로 보였어. 

제프는 초조한 것 같았지만 티 내지 않으려고 하더라. "와, 여기 무슨 마약 소굴이야?" 

"아니야. 여기 와본 적 있어. 어렸을 때 놀러 오곤 했거든. 완-전 무섭지만, 괜찮은 곳이야." 그에게 돌아서서 흐려지는 내 미소를 보여줬어. "뭐, 네가 대신 레스토랑에 가고 싶다면야-" 

"아냐, 아냐. 멋지네." 제프는 찌푸리며 집을 바라봤어. "이거 근데 무단 침입 아니야?" 

나는 미소를 지었어. "신경 쓸 사람은 다 죽었을걸. 가자." 

이미 한번 그의 남성성을 자극했기 때문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거야. 여기서 물러서면 체면이 말이 아니겠지. 제프는 죽은 고양이를 지나 현관으로 갔어. 

다른 사람도 여기 데려오곤 했어. 나를 때린 브랜든. 자기가 바람피우고선 내가 바람피웠다고 날 버린 닉. 내 돈 훔쳐 가고 거짓말했던 게이브. 사랑의 표현으로 그들을 여기 데려왔어. 사랑을 위해서. 

바닥이 위험하게 삐걱거렸어. 제프는 스프링이 튀어나온 소파와 깨진 창문에 무더기로 있는 비둘기 시체, 1인치는 될만한 바닥의 먼지를 쳐다봤어. 불쾌한 소리를 내더라. 

"침실을 보여주고 싶어." 계단을 올라가며 내가 말했어. "가장 멋진 곳이거든." 

제프가 인상을 썼어. "있잖아, 네가 이런 탐험을 하고 싶다고 해서 나까지 파상풍에 걸리고 싶지는 않아." 

"그래? 저번에 여기 와서 침대를 봤는데 좀.. 괜찮더라구." 약간 도발적으로 그를 바라봤어. 제프는 내가 뭘 원하는지 이해하더니 눈을 굴리더라. 

"알겠어. 하지만 다 끝나자마자 나갈 거야." 

그는 나한테 두 번 얘기할 필요도 없었어. 

복도는 벽에 붙은 몇 개의 사진들을 가로지르는 긴 긁힌 자국들로 가득했어. 계속 앞으로 가게 하려고 제프의 손을 꼭 잡았어. 집에서는 진하고 이상한 동물 냄새가 났어. 제프가 도망치고 싶어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침실에는 큰 구식 캐노피 침대가 있었어. 이미 캐노피를 포함한 대부분의 매트리스는 썩어버렸더라. 제프가 바지 벨트를 풀 동안 난 침대 위에 코트를 깔고 앉았어.  

"세상에, 다음엔 뭐야. 공동묘지에서 할까?" 

나는 다 벗고 침대에 누웠어. 제프는 옷을 벗지 않겠다고 하더라. 

"그런 게 아냐." 하면서 내가 말했어. "그냥 여기가 비밀스러워서 좋아. 안전한 느낌이야." 

제프는 툴툴거렸지만 원래 하던 대로 하기 시작했어. 엉덩이를 뒤로 빼고 눈을 감더라고. 나는 알아서 즐기라 그거였어. 그래, 뭐. 

나는 절박하게 움직이고 있었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복도에서 움직임이 느껴졌어. 뭔가 천장에 매달려서 잽싸게 움직이고 있더라. 그게 지나갈 때 숨을 참았어. 

소음 때문에 그게 문 앞까지 왔어. 바닥으로 내려와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 전에 잠깐 멈추더라고. 나는 작게 헐떡였어. 흥분한 것처럼 들리는 작은 소리를. 

그것의 길고 각진 사지는 사람 키의 거의 두 배 길이었고, 그것의 깊고 까만 눈은 꼼지락거리는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봤어. 피부 아래에는 뼈밖에 없었고, 머리는 말 같았어. 채찍 같은 긴 침이 꿈틀거리고 있었어. 나는 조용히 하려고 입술을 꽉 깨물었어. 

그것이 마셰티같이 길고 날카로운 뼈로 된 손톱을 뻗었어. 제프는 마치 일찍 절정에 다다른 것처럼 내 위로 쓰러졌어. 처음은 아니었을 거야. 하지만 제프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며 쓰러졌어. 나를 내버려 둔 채로 침대 아래로 떨어지더라. 

그것이 제프의 몸을 킁킁거렸어. 뭔가 마시는 소리가 들렸어. 그게 고개를 다시 들었을 때는 빨갛더라고. 

마치 게처럼 그게 침대 위로 기어 왔고 우리의 얼굴이 마주쳤어. 손톱을 뻗더니 내 얼굴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지더라. 나는 손길에 화답하려고 몸을 일으켜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어. 

맞아. 다른 날 할 수도 있었어. 하지만 나는 좀 진부해서 오늘 뭔가 특별한 걸 원했어. 내가 좀 구식인가 봐.
출처 Old-fashioned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5u4abu/oldfashio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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