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 지금까지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온 고추가 한반도에 수천년전부터 있었던 자생식물이라는 주장이 9일 제기됐다.
한국식품연구원의 권대영 박사 연구팀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정경란 연구팀은 최근 한국의 고추 유래에 대해 밝힌 `고추이야기'라는 책을 발간했다.
권 박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추의 일본 전래설'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면서 "고추는 수천년전부터 한반도에 있었던 자생식물"이라고 주장했다.
권 박사는 "전세계에 여러 가지 고추 품종이 있는데 한국 고추는 만주, 키르키즈스탄, 내몽고, 헝가리 등의 지역에 있는 것과 같은 품종이지만 태국·인도네시아의 `만초', 티벳·인도의 `번초', 아프리카나 중남미 고추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는 원래 고추가 없었다"면서 "일본의 `대화본토', `물류칭호' 등의 책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에서 `고려호초'라고 불리는 고추를 일본으로 들여왔다고 기록돼 있다"고 밝혔다.
권 박사는 "2천300년전에 쓰여진 중국 고서 `시경'에 이미 김치에 대한 기록도 있고, 서기 400년께 기록에는 고추장을 의미하는 `초장'에 대한 기록이 있다"면서 "이런 점도 고추가 한반도에 자생했던 식물임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고추의 일본 전래설'을 토대로 `우리나라 김치 역사가 100년 밖에 안된다', `고추장도 원래는 후추로 만들었는데 나중에 고추장이 됐다', `임진왜란 전에 고추를 재배했다는 기록은 산초를 재배했다는 기록이다' `고추는 일본말 코쇼에서 왔다' 등의 주장이 있었는데, 모두 허황된 얘기"라고 반박했다.
그는 "200여개가 넘는 옛 문헌과 고서를 찾아본 결과 `고추의 일본전래설'이 과학적이지 못하고 모순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