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 눈을 창을 통해 보고있으면
남들 앞에선 저 놈의 눈, 망할 눈 하며 돌아갈 길이 걱정된다 말한다
혹시 바람이라도 불면 눈과 바람이 손잡고 옷과 신발을 망치고
미처 가리지 못한 곳에 바람이 닿으면 감기가 걸릴거라고 열변한다
하지만 그래도 눈이 좋다
그렇게 우산도 없이 온 몸을 젖혀가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무도 없고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이 도시의 벌판속에
나와 눈, 단 둘만이 이 세계에 남아 있을 때
내 눈은 잊지 못할 풍경을 찍는다
하늘에서 부터 천천히 내려와
지상의 모든 것을 가리는 저 하얀 눈도
잿불도 꺼진 땅의 지나간 불꽃처럼
눈도 저 나름 불타고 있는거겠지
내가 여기 있었다라고 땅에 글을 쓰며
눈이 그치고 어두워진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땅을 바라보고 뒤바뀐 세상을 본다
오직 눈만이 할 수 있는 조용한 혁명이 지나간 세상을
그리고 그 위를 다시 천천히 나는 걸어간다
집에 도착하면 가족들에게 눈때문에 다 젖었어하며
다시 저 놈의눈, 망할 눈 하며 내일 출근길이 걱정된다 말한다
찬바람 때문에 감기가 걸릴지 모른다며 열변한다
하지만 그래도 눈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