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뭐가 그리 신기하시오? 유통기한 지난 고양이밥 캔이라도 하나 내놓으시구랴.
내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고 있자 그가 이렇게 말하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귀가 잘린 것을 보아하니 그렇다. 그는 번식을 통제하는 정부기관에 끌려가서 무언가를 적출당한 것이 틀림없었다.
보다시피 내가 이런 신세요.
아 쓸데없는 소리말고 이리 와!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눈매가 매서운 다른 고양이 한마리가 뒤에서 졸린 눈을 억지로 치켜뜨며 소리를 질렀다.
그 역시, 무언가 적출당했는지 한쪽 귀가 싹독 잘려 있었다.
그의 눈은 매서웠다. 그렇지만 그 매서운 눈매 역시 이 따사롭고도 한가하기까지 한 햇살 아래에서는 그냥 눈녹듯이 풀리고야 말았다.
대화에는 기름이 필요한 법이다. 마침 놀고 있는 고양이밥 하나가 있어 던져 주었다.
순식간에 해치우고 나서도 연신 입맛을 다신다.
며칠 못 먹었다오. 요새 분리수거를 해서 영 먹을 게 없소.
근근히 친절한 사람들이 주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지만, 굳이 그것을 물어보지는 않았다.
이 동네가 은근 수입이 좋아야 말이지. 원래 혼자였는데, 얼마전에 동생놈이 다쳐서...
혼자 살아가기도 근근하긴 한데, 형제 좋다는 게 뭐겠수.
그는 유유하게 몸을 일으키고 동네 순찰에 다시 나섰다.
거 앞으로도 유통기한 안 지난 거도 좋으니까 고양이밥 생기면 좀 가져오슈.
다음에 오면 이 자리에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길을 옮겼다.
가다 보니 한 고양이가 차 밑에서 식빵을 굽고 있다.
오늘 따라 식빵을 굽는 자세가 치밀한 것이, 며칠째 그 자리에서 굽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신기해 보여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도 고양이는 별로 개의치 않고 계속 굽고 있다.
가끔 주위를 두리번거리고도 있는데, 그게 나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분명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시간이 없어 그냥 지나가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홍대입구에서
고양이와 대화를 나눈 것 같다고 생각하신다면 착각입니다.
Sony A7
Canon FD 55mm f/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