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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가 싫었던 친구 이야기 1
게시물ID : humorstory_4480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되능교
추천 : 2
조회수 : 122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2/11 20:22:50
때는 2011년 어느 여름, 지루하디 지루한 입시준비에 하루하루 빈대떡이 되어가는 고3들이 있었다.
날마다 주어지는 24시간은 그들 중 누군가에게는 배움과 깨닳음의 하루였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강물처럼 무료하게 흘러가는 하루였다.
나 역시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운, 흘러가는 강물에 몸을 맡긴 한마리의 피라미에 불과했고
만약 당시 시간낭비세계선수권대회가 있었더라면 적어도 국가대표로 출전 할 만큼 잉여로운 생활을 누린 본인이었다.
덕분에 당시 친구들은 내 미래직업에 대해 내기를 하기도, 내가 벌어올 GDP를 두고 토토를 하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난 이렇게 내 삶의 질을 걱정 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게 참으로 고맙고 쓸모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형편없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율학습시간은 항상 즐겁고 떠들썩했었다.

모든 고3이 그랬듯 학교 일정으로는 분명 여름방학인데, 왜 내 몸뚱아리는 학교에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어느 더운 여름 날이었다.
당시의 필자는 적정온도(17℃~26℃)가 아니면 머리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 지병이 있던 탓에 공부는 개뿔 더위로 인해 맛탱이가 간 상태였다.
이런 본인과는 다르게 35℃에 육박하는 더위에도 묵묵히 공부하는 한 친구가 있었다. 
대가리에 쿨링팬을 달았나? 하고 생각이 들 정도로 더위와는 상관 없는 친구였다.
하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내 친구였던 녀석은 역시나 한가지 약점이 있었는데, 벌레를 그렇게 싫어한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는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주위에 보이는게 없었다. 아니 보이는게 하나 있다면 논, 둘 있다면 논 밭 정도였다.
이런 지리적 조건덕에 여름이 시작되는 오뉴월의 야자시간은 주위 개구리들의 공명소리에 MC스퀘어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였고
우리의 몸뚱아리들은 주위 논모기, 산모기들의 식량창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가학적인 성품을 지닌 이사장은 우리가 모기들에게 물고 뜯고 씹히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7월 내내 에어컨을 켜주지 않았고
그 덕에 우리에겐 창문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매마른 땅에 내리는 한줄기 빗방울과도 같았다.
하지만 가끔은 예상치 못한 우박이 떨어지기도 했는데, 그건 바로 구멍 뚫린 방충망을 통해 들어오는 포식자들이었다.
새학기가 시작할 때만 해도 대학 새내기들의 얼굴처럼 탱탱하고 탄력 넘치는 피부를 갖고 있던 우리의 방충망은
모진 세월의 풍파를 혼자 겪었는지 제대 후 복학하는 복학생의 얼굴처럼 갈라지고 구멍이 숭숭 생긴 모습이었고 구멍이 늘어날 때마다
대한적십자사회에서 심어놓은 스파이새끼가 있다며 색출해 엄벌에 처해야된다며 길길이 날뛰는 친구를 말리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세월에 쉽게 굴복하는 방충망을 보며 가슴 아파하던 어느날
자는 동안 눈꺼풀에 모기의 습격을 받아 부아가 치밀어 오른 친구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울분을 토했고
그걸 듣고 있던 우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며 친구를 위로했다.
우리의 진심어린 위로에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친구는 다음 날 학교에 텐트형 모기장을 들고오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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