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2살인 제가, 어렸을 때 성추행을 당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저는 아무 것도 모른 채 병원을 끌려갔습니다 제 또래 남성 아이라면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테지요
다름 아닌 포경수술을 위해 부모님의 손을 잡고 병원을 갔습니다 나이가 어린 지라 두렵고 무서웠죠 저는 수술을 위해 (병원장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남자 의사를 따라 작은 수술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저와 남자 의사만 있는 게 아니었죠 어떤 남자 의사가 한명 더 있었고, 여러 명의 여자 간호사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얼굴에 노란 수건을 덮은 채로 수술대 위에 누웠습니다 물론 바지를 내린 채 두 남자와 여러 간호사들의 눈 앞에서 말이죠
저는 어리숙한 나머지 덜컥 겁을 먹고는 이 상황을 거부하지도 못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노란 수건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의 눈초리가 느껴졌습니다 되게 께름칙한 기분이었죠 그 상황에서 들린 말도 얼추 기억납니다 어떤 간호사 한 분이 저의 어떤 것을 가리키며 의사에게 무어라 질문한 게 기억이 나네요 의사는 질문에 답했고, 간호사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끔찍하게 기억납니다(아마 발기에 관해 물었던 거 같아요 제가 계속 머릿속으로 발기하면 안된다고 미칠듯이 되뇌었으니까요)
그 질문과 대답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않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저를 희롱하는 것이었고 큰 수치심을 느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큰 충격을 받아 이 기억을 왜곡하고 과장되게 기억할 가능성도 있겠으나 제가 희롱과 추행을 당했다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아직도 그 웃음소리와, 눈 앞을 뒤덮은 노란 수건을 생각하노라면 께름칙합니다 제가 그땐 성에 대한 지식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 상황이 성추행이고 성희롱이었다는 걸 깨달은 것은 한참 뒤의 이야깁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어릴 적이라서 그 끔찍한 상황이 조금은 희미하다는 겁니다 아니, 오히려 어렸기 때문에 그 상황을 겪은 것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조금만이라도 성지식이 있었더라면 저를 둘러싸던 그들을 거부했을지도 모르죠
가끔 저도 모르게 이 기억이 바다 위 부표처럼 떠오르곤 합니다 그때 그 상황처럼 무섭고 패닉적이진 않지만 께름칙해서 얼른 머리를 털곤 합니다 오늘도 제 머리에 불쑥 불청객처럼 찾아오더라구요 너무 오래된 일이라 다시 찾아가서 항의할 수 없을 뿐더러
그 병원 위치는 오래전 부터 자주 바뀌던 곳이라 그냥 저만 갖고 있는 기억입니다 물론 부모님도 모르시죠 오늘 떠오른 기억을 어디다 하소연이라도 하고싶어 적었네요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