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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을 사기 위해 우리는 방 밖으로 나왔다.
꽤 오랜시간 방 안에 있었는지 차가운 바깥 온도에 놀라 몸을 움추렸다.
차갑고 시원한 바깥공기가 나의 콧속으로 들어와 몸안으로 퍼졌다.
차가운 공기들이 내 몸 곳곳으로 퍼지기 전에 얼른 코트를 잡아 당겨 목 끝까지 완벽하게 장전하였다.
이번 겨울 처음으로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주황색 가로등 빛을 가로질러 천천히 편의점을 향해 걸어갔다.
고요한 새벽시간, 거리는 한적했다.
아무도 걷지 않은 깨끗한 하얀 눈 카페트를 우리는 손을 잡고 걸어갔다.
"금방 들어가서 사올게"
"응"
분위기에 흠뻑 취한 내모습을 눈치챘는지 유준희는 혼자 빠른 걸음으로 편의점을 향해 걸어갔다.
"딸랑"
편의점 문에 달린 종소리가 경쾌하고도 귀여운듯 울렸고,
그 소리에 신호 받은 듯, 난 머리를 젖혀 천천히 쏟아지는 눈의 향연을 감상하였다.
보드라운 하얀색 숨결들이 가로등 빛에 비쳐 천천히, 우아하게 땅위로 떨어져 내려왔다.
가만히 숨죽여 떨어지는 하얀 숨결들을 바라보았다.
뽀드득
발자국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유준희가 내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를 놀래키려 했는지 뒤돌아 본 나를 보곤 들켜버렸다는 듯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리곤 유준희는 말없이 내 곁에 조용히 다가와 섰다.
그렇게 우린 오랜시간 말없이 가로등 빛에 비춰 우아하게 떨어지는 하얀 숨결의 향연을 감상하였다.
아무말 나누지 않고 마음을 나누었고, 우리는 서로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