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근래 오유 시사게의 분위기를 보고 여러 우려가 느껴지던 와중에, 점차 안희정 지사에 대한 비판이 아닌 비난에 가까운 글들과 덧글을 보며 참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기에 글을 올려봅니다.
우선적으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저는 현재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으며,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도 문재인 전 대표가 꼭 승리하길 바라는 입장이라는 점을 전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일 많은 준비가 된 대통령 후보이며 또한 정권 교체의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란 점을 명시토록 하겠습니다.
안희정 지사에 대한 오유 시사게 여러분들의 의견과 댓글을 살펴보다보니, 흔히 '작은 정부', '신자유주의', '대연정', 나아가 '노동유연화' 등의 아젠다와 프레임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며 너무 이상만을 쫒는 정치인이라 평하시는 분들이 많은 듯 싶습니다.
혹시 이 곳에 안희정 지사가 대권후보에 도전하며 펼쳐낸 자신의 자서전이자 공약집이나 다름 없는 '콜라보네이션'이란 책을 읽어보셨나요? 아마 그 책을 읽어보신다면 여러분들이 생각하시고 있는 부분에 대한 답변이 어느 정도 해갈이 될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1) 작은 정부에 관하여
가장 우선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안희정 지사가 이야기한 작은 정부가 곧 힘 없이 모든 규제를 철폐하여 자유시장주의를 권장하며, 기업들간의 약육강식이 판치는 정글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란 소리입니다.
안희정 지사의 이야기나 글들을 살펴보면, 이미 전임정부나, 우리가 가진 규제와 법치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경제지평과 풍토를 만들 수 있으며, 굳이 새로운 규제안과 표적수사가 아니더라도 건강한 경제지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며, 법치국가는 곧 헌법과 법률에 따라 움직이는 나라입니다. 허나 대한민국이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걸치며 경험했던 것은 정부가 온전히 수호해야할 법치주의가 무산이 되고, 흔히 말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되는 법따위는 개나줘버린 돈이 법을 이겨버리는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안희정 지사가 이야기하는 작은 정부는 그러한 반칙과 편법이 팽배하는 이 나라에 현재 가진 규제와 법칙만으로도 정부와 국가가 그 것만 '공정히' 지킨다면 정말 우리가 원하는 자유시장경제체제를 구축할 수 있으며, 건강한 자본주의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2) 신자유주의 논란
많은 분들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그런 생각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닙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는 신자유주의가 보여준 최악의 폐해(정확히는 금융자본주의였지만)였고, 현재 세계적인 추세가 신자유주의를 지양하는 것으로 가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살펴봅시다. 신자유주의가 무엇입니까?
제가 알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공정한 규칙과 법칙 하에, 전세계가 통합된 시장 하에서 기업들이 선수로 열심히 뛰어나가는 것입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재벌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편법과 불법을 일삼는 재벌은 처벌받아야 마땅하다고 저 역시 동의하는 바이나, 그저 경제적 입장만을 배경으로 살펴봤을 때, 대한민국만큼 신자유주의에 막강한 선수진을 가진 나라는 없습니다.
흔히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라고 일컫어지죠. 그 이유는 삼성이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법과 규칙을 무시하며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을 농단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란 겁니다. 이 말은 다르게 이야기한다면 삼성과 같은 대한민국 거대재벌 기업들은 한 국가를 농단할 수 있을만한 자본과 권력, 기술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건 순전히 다른 것을 모두 배제한 경제적인 지표만을 바탕으로 하여) 이러한 관점 하에 안희정 지사가 이야기한 작은 정부, 즉 매수되지 않은 심판이 제대로 규칙에 따라 진행하는 경기장에 전세계의 기업들이 맞붙는다면,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축구로 따지자면 메시, 호날두와 같은 세계구급 스타를 가진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이런 것들이 단순히 이상적이기에 불가능하다 이야기한다면, 대체 세상에 이상적이지 않은 것이 어딨겠습니까?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법과 규칙을 기업이 지키게 만드는게 이상적인 것입니까?
전세계에 순위권을 다투는 삼성, 현대, LG 등의 대기업 등이 세계 경제를 주도해나간다는 것이 이상적입니까?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안희정 지사가 이야기하는 신자유주의의 부분은 앞서 이야기한 작은 정부가 전제가 되었을 때 가능한 이야기이며, 이 일을 해내겠다는 것이 어느 정도 이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듯한 소리란 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어느 누군가 말씀하셨듯, 비전과 헛된 꿈은 종이한장 차이이며 안희정 지사는 국민들에게 자신이 이러한 계획과 구상을 잡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3) 대연정
제가 안희정 지사에게 제일 감동했으며, 또한 그가 어떤 마음으로 대연정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지 절실하게 느껴진 부분입니다. 많은 분들은 현재 보수진영인 새누리당과 바른정당과의 연정에 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십니다.
또 몇몇 분들은 과거 청산대상과 적폐해야할 것들이 모조리 숙청된 뒤의 대연정은 받아드리겠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제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과거 청산대상과 적폐해야할 것들을 어떻게 숙청할 것입니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 검찰개혁이 일어나고, 새롭게 재탄생한 검찰 등의 수사권을 가진 권력자들이 비리와 과거적폐 대상들을 조사해 불법과 편법 등의 모든 일들을 파해치고 기소하여 법에 대한 엄중한 심판을 맞이하게 한다.
좋은 말이지요. 참으로 옳은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게 가능하다 보십니까? 오히려 전 저게 가능하다 생각한다는 것이 더 이상적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동시에 헌법의 지배를 받는 법치국가입니다.
헌법상 대한민국 대통령은 5년단임제이며, 또한 삼권분립을 표기하고 있습니다.
설령 개헌을 통해 중임제로 전환한다 하더라도, 현 대통령은 포함이 되지 않게 되겠지요.
누군가 대통령이 되어, 5년의 임기안에 야당이 존재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저 모든 개혁이 가능할 것이라 믿으신다면, 저는 그 정부는 곧 제 2의 참여정부 꼴이 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렇기에 안희정 지사는 이렇게 언급한 것입니다. '이미 처리해야할 모든 대상은 촛불의 민심으로 청산되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습니까?
대한민국 헌법 1조 제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안희정 지사는 민주주의자이자 자유주의자이며, 동시에 법치주의자입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를 돌아볼 때, 안희정 지사는 과거 청산 대상에 대한 처벌과 적폐대상들의 처리는 정치인들이 해야할 것이 아닌,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 국민의 손으로 해야한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입니다.
더불어 촛불민심을 통해 청산되었다라는 것은, 이미 국민의 마음 속에 그들을 심판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정치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국민의 권력으로 심판하라는 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이게 저만의 뇌피셜, 궁예질이라 생각하십니까? 안희정 지사의 생각을 너무 미화하여 생각한 것이라 여기십니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여하튼 이러한 기초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안희정 지사는 국민이 뽑은 정치인과 권력자라면, 응당 국익을 위해 연정을 해야한다라는 매우 이상적이고 진보적인 생각으로 대연정 발언을 한 것입니다.
단순히 새누리당과 현 보수진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만으로 안희정 지사가 이야기한 대연정에 관해 헛소리로 치부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에 언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새누리당과 현 보수진영을 심판하는 것은 다음 정권과 정부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닌, 촛불민심, 즉 국민의 힘과 손으로 직접해야한다는 것입니다.
4) 마무리를 하며..
본래 노동유연화 부분까지 이야기하려 했으나,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거의 한 시간 정도를 투자하게 되었고 또 어느 샌가 마음 한 쪽이 불타오른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안희정 지사를 볼 때마다, 저는 참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저 사람처럼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공화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관찰력이 이토록 뛰어난 정치인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이번 대선에 안희정 지사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그가 경험이 부족하다 여기기 때문입니다.
충남도지사로서 행정력은 뛰어나단 평가를 받고 있고, 국가지도자로서의 철학과 비전은 어느 누구보다 대단하다고 여겨지지만, 중앙정치권에서의 정치력은 철학과 비전, 그리고 행정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했고, 아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더욱 뛰어나고 사랑받을 지도자가 될 지도 모르는 안희정 지사를 쉽게 잃거나 떠나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부디 오유에 계신 많은 분들이 객관적인 시선에서, 그리고 보다 안희정 지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서 그를 바라봐주고 더욱 보살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올려봅니다.
글을 올리다보니, 안희정 팬클럽 수준의 글이 된 것 같습니다만 제가 생각해오던 가장 합리적이고 우수한 정치인으로서 안희정만한 사람이 없다고 여겨지기에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부족하지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