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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한 3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공원이 하나 있어. 꽤 괜찮은 곳이야. 작지만 숲도 있고, 공터도 있고 오리가 사는 작은 호수도 있어. 토요일에 독서를 하거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야.
어떤 공원인지 정확히는 얘기하지 않을게. 누군가 가서 문제가 생기면 내 책임일 것 같아서 말이야. 제목에서 말했듯이, 문제란 건 잠 오는 나무야. 만약 내가 위치를 말한다면, 웨스트 필드 부근을 지나다가 먼 구석 덤불에 가려진 작은 굴을 찾을 수도 있을 테니 말이야. 굴 반대쪽은 작은 빈터로 이어져 있어. 가운데는 거대하고 울퉁불퉁한 나무가 한 그루 있어. 그게 잠 오는 나무야.
이 장소는 우연히 찾게 됐어. 공원에 와서 책을 반쯤 읽었는데, 집에 가는 대신 좀 돌아보기로 했거든. 굴 안은 많이 풀이 우거지지 않아서 기어서 지나갈 수 있었어. 빈터는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더라. 나무 주변에는 드문드문 꽃 몇 송이가 피어 있고, 땅도 질척거리지 않아 보였어. 새 책을 읽으러 공원에 올 때 여기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하나 이상한 건 땅이 이렇게 비옥해 보이는데 나무는 죽은 것처럼 보였다는 거였어.
며칠 뒤 다시 돌아왔을 때도 입구는 찾기 쉽더라. 입구가 이렇게 뻔히 보이는데도 아무도 없다는 데 좀 놀라긴 했어. 별로 신경 쓰진 않았어. 드디어 개똥이 있나 걱정하지 않고 앉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는 게 행복했거든.
나무뿌리 사이 괜찮은 곳에 앉아서 책을 읽기 시작했어. 평소처럼 책에 엄청 빠져들어 있었어. (내 기억이 맞다면 왕좌의 게임 시리즈 중 한 편이었어) 몇 시간 뒤에 집에 가서 고양이 밥을 주려고 맞춰둔 알람이 울리더라. 일어나자마자 앉아있던 자리가 얼마나 편했는지 느꼈어. 심지어 내가 앉아있던 나무 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 약속하는데 나 그렇게 무게가 나가지 않거든.
그 장소에 자주 가게 됐어. 굴을 지나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었어. 내가 앉은 그 '자리'는 나를 안아주는 것처럼 변했어. 딱 알맞게 내 등을 받쳐주더라.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잠이 든 것 같아. 요즘 직장에서 꽤 바빴었고, 토요일이 될 즘 정말 피곤했었거든. 공원에서 오래 있으려고 공원에 일찍 왔었어. (걱정 마, 고양이 밥은 주고 왔어!) 새 책을 가져왔지만 잘 읽히지는 않더라. 눈꺼풀이 계속 내려왔고, 결국 잠이 들었어.
알람 소리가 날 깨웠어. 잠이 들기 전보다 훨씬 더 피곤했어. 눈이 바로 떠지지는 않았어. 이상하게 진이 빠지고 힘이 없었거든.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거라곤 내 시야를 가리고 있던 나뭇가지와 잎사귀들 무더기 뿐이었어. 난 소리를 지르면서 관목들을 손으로 떼어내려고 했는데, 내 손도 꼼짝 못하겠더라. 갑자기 아드레날린이 훅 치고 들어와서 손은 떼낼 수 있었어. 공포에 질려 펄쩍 뛰면서 내 머리 위에 있던 마른 나뭇가지와 잎사귀로 된 그물을 바라봤어. 나무 몸통에서 곧게 자란 나뭇가지가 내 얼굴을 감싸고 있었어. 뿌리는 지면 위로 자라서 내 손을 감싸고 있었고.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아직 토요일이었어. 그러니까 몇 시간 만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거야. 책도 안 보였고, 자기 전에 빈터에 보였던 꽃이나 잔디도 보이지 않았어. 땅은 척박했고, 풀씨만 보이더라. 반대로 나무의 위쪽 가지에는 잎이 돋아 있었고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어. 이건 말이 안 됐어. 아직도 아드레날린 기운이 도는 채로 나는 빈터를 벗어났어. 굴을 지나자마자 나는 쓰러졌어. 너무 피곤해서 겨우 걸을 수 있겠더라. 몇 시간을 거기서 잤는데도 불구하고 집에 가기 너무 힘들었어.
내가 다음에 한 일이 멍청하다고 생각할 거 알아. 내가 너네들이었다면 이걸 읽으면서 턱을 너무 심하게 괴어서 손바닥이 뒤통수로 나올 정도였을걸. 하지만 어쨌든 나는 빈터로 다시 돌아갔어. 그 나무의 정체가 뭔지, 내가 잠에 빠졌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고 싶었거든.
굴을 지나면서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어. 가슴이 너무 빨리 뛰더라. 한때 이 장소가 쉼터라고 느꼈던 게 믿기지 않았어. 내가 도망쳤을 때보다 나무는 상태가 더 좋아 보였어. 잎사귀가 가득했고, 나무 몸통 아래에서는 가지가 좀 더 자라났어. 빈터 주변의 상태는 더 나빠 보였어. 나무에서는 잎사귀가 몇 개 떨어졌고, 땅은 푸석푸석해 보였어.
아주 조그만 움직임이라도 느껴지면 바로 튈 준비를 하고 나무에 가까이 다가갔어. 나무로 가까이 가고 있는데, 내 머리보다 높은 부분에 갈라진 틈이 생긴 걸 봤어. 핸드폰을 들어서 사진을 찍었어. 몇 걸음 뒤로 걸어가서 아직까지 녹화가 잘 되고 있는지도 확인했지. 사진은 대낮에 보기 좀 힘들어서 편집모드로 들어가서 밝기를 올렸어. 그때 발견했어. 틈 사이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눈알 같은 게 있다는 걸. 나는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어. 혼자 감당할 수 없는 것 같았으니까. 빈터 가장자리로 달려가고 있는데, 땅에 자라난 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졌어. 땅에 부딪혀 의식을 잃기 전에 이런 뿌리는 아까 없었다고 생각했어. 공포와 함께 의식이 가물가물 해지더라.
정신이 드니까 내 발이 땅에 닿아있지 않단 걸 알았어. 내 몸도. 믿을 수 없게 내 목과 손목이 나뭇가지에 칭칭 감겨있었어. 잠깐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는데, 눈을 뜨니까 익숙한 광경이 보였어. 내 머리는 빽빽하게 들어찬 나뭇가지와 잎사귀로 된 그물에 가려져 있었어. 내 손은 머리 위에 다른 그물로 고정되어 있었어. 위를 쳐다봤는데, 잎사귀 사이로 내 목을 감싸고 있는 굵은 밧줄 같은 게 보였어. 내 양옆에서 뭐가 움직이고 있었어. 정말 놀랐지만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두 명의 사람이란 걸 알았어. 그 사람들은 몸 전체가 나뭇가지로 칭칭 감겨있었어.
그 사람들은 힘없이 봉제인형처럼 매달려 있었어. 더 자세히 보니까 나와는 완전히 다른 상태라는 걸 알았어.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해골이었어. 살은 하나도 없고, 뿌리와 덩굴들이 두개골과 갈비뼈를 파고들어 자라 있었어. 나는 발버둥 치기 시작했어. 나를 붙들어두고 있는 덩굴들을 뜯어내려고 노력했어. 날카로운 표면에 손이 사정없이 긁혔어. 그때 나무가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어. 새된 울부짖는 소리였어. 다행히 나뭇가지들은 공포로 가득 찬 내 근육에 상대가 안 됐어.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손을 떼어낼 수 있었어. 하지만 목이 더 심하게 감겨왔어. 숨을 헐떡이고 있었는데, 마지막 발버둥 끝에 벗어날 수 있었어. 머리에 큰 상처가 난 게 느껴졌어. 내가 땅에 웅크리자 나무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가지에 매달려 있는 몸들을 움직이기 시작했어. 겨우 일어섰을 때 바닥에 핸드폰이 떨어져 있는 게 보이더라. 잠 오는 나무를 등지고 빈터를 벗어나기 전에 다행히 핸드폰을 주울 수 있었어.
쓰러지기 전에 공터에 다다랐어. 몇 시간 후에 개를 산책시키던 사람이 날 발견했고, 난 다음날 병원에서 눈을 떴어. 핸드폰은 책상 위에 있었고, 난 녹화된 걸 봐야만 했어.
카메라는 내가 떨어진 곳 근처에서 하늘을 찍고 있었어. 내가 정신을 잃자마자 나무는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더니 몸통에서 넝쿨을 꺼내더니 나를 들어 올리더라. 두 명의 해골도 곧 내려왔어. 정말 무섭더라. 하지만 좀 이상했어. 나무로 휘감긴 사지에도 불구하고 나를 잡고 있는 덩굴들을 후려치고 있었어. 두 해골이, 음,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것들이 나무가 나를 '추수하는' 과정을 몇 분이나마 방해한 거야. 나무가 어느 정도 하자 해골들은 다시 끌려갔어.
그때 생각이 들었어. 저 두 해골은, 언제 적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예전엔 사람이었단 거잖아. 죽어서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과 같은 일을 겪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 것 같았어. 그들 때문에 나무가 낭비한 몇 분이 나의 삶과 죽음을 결정지을 수도 있었던 거야. 눈물이 나기 시작했어.
퇴원하자마자 경찰에 연락해서 내가 녹화한 비디오를 보여주고 굴의 위치를 알렸어. 나쁜 소식만 돌아오더라. 굴을 찾을 수 없었대. 그 장소 사진을 찍어서 보여줬는데, 내가 관목을 지나간 증거는 있었지만 몇 센티 더 가서 흔적이 끊겨 있었대. 경찰들과 함께 몇 번이고 가서 직접 나무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빈터도 찾아내지 못했어.
이것만 기억해. 나무 아래에서 쉬어야 한다면, 먹을 수 있는 열매만 열려있는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