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 목요일 그녀가 선물한 와인색 긴 목도리를 다시 찾았다.
설 연휴 시작 전날인 26일 목요일. 퇴근하고 바로 본가로 내려가기 위해 평소에 입던 패딩은 두고 멋진 코트를 입었다.
목감기에 잘 걸리는 나였기에 목도리를 챙겼다. 정확히 언제 받았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아마 3년 전 크리스마스였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항상 입고 다니던 패딩에 지갑을 두고 온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자취방에 들렸다가 버스터미널로 향하기로 했다.
퇴근 후 바쁘게 지갑을 포함한 다른 물건들을 챙겨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지하철을 탔다. 버스시간을 맞추기 위해 빠르게 지하철에서 내렸다.
출구를 향해가던 나는 깨달았다. 목도리!
자취방에 두고 왔거나, 통근버스에 두고 내렸을거다. 연휴보내고 자취방 돌아와서 없으면 통근버스에 있겠거니하고 설을 보내고 왔다.
설 당일인 토요일에 자취방에 돌아왔다. 목도리가 없다.
아 통근버스구나...
연휴가 끝나고 화요일에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경비실에 갔다. 목도리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 경비아저씨는 통근버스관리자에게 연락하고 나에게 연락을 준다고 했다. 그날 오후 4시. 와보라는 연락을 받고 갔지만 내것이 아니였다. 다시 찾아보고 연락을 준다 했다.
하지만 수요일...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아 잃어버렸나보다...
그리고 목요일. 점심을 먹는데 경비아저씨가 와서 카톡사진을 보여줬다. 그건 내 목도리였다. 버스관리자께서 열심히 찾으신 끝에 찾았다고 하셨다.
그날 오후4시. 다시 내 목도리를 찾았다. 괜히 겨우 목도리 찾았다는 생각이 들게 할거 같아서 선물받은거라고 말했다. 경비아저씨는 애인한테 받은 건데 안 잃어버리고 다시 찾아서 좋겠다고 말했다. 난 웃으면서 고맙다는 말을 함께했다. 버스 관리자분께 작은 보답을 하고자 박카스 기프티콘을 구입했지만 한사코 사양했다. 다음날 내가 직접 사서 경비실에 맡기려고 했지만 잊었다.
목요일에 경비실을 나오면서 난 혼자 말했다.
"이걸 왜 이렇게 다시 찾으려고 했을까...실밥도 많이 풀려서 조금은 지저분해보이는데...어차피 잃어버려도 나한테 서운해할 사람은 없는데"
설 연휴 마지막날 우린 헤어졌다. 서로 불만이 쌓여있었고, 4년반동안 바꾸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넘을 수 없는 벽은 있었다. 지금도 그녀가 유럽에서 보내준 여행영상을 가끔본다. 우리가 함께 즐겁게 찍었던 영상을 보곤한다. 그럼에도 끝자락엔 '그래도 다시 만나는 건...힘들거같다'라는 생각이 많았다. 방에는 그녀와 찍은 사진이 벽에 붙어있는데 쉽사리 뜯지 못하고 있다. 파스떼듯 시원하게 떼지는 못하겠지만 언젠간 떼야할 날이 올것이다.
연휴 끝나고 출근한 2017년 1월 31일 화요일 아침. 난 왜 경비실에 가서 목도리를 찾아달라고 부탁했을까...?
그리고 2월 2일 목요일 점심. 경비아저씨가 보여주신 와인색 긴 목도리 사진이 왜 그렇게 반가웠을까...?
추위가 가기 전까지 와인색 목도리를 좀 더 둘러봐야겠다. 아마 이번 겨울이 지나면 다시 그 와인색 목도리를 하지 않을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