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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휘파람
게시물ID : panic_923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uetapens
추천 : 29
조회수 : 3164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7/02/04 00: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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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할머니가 처음으로 망자를 부르는 휘파람을 보여주셨어. 나는 아홉 살이었고, 선선한 가을밤 난 할머니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붙잡고 근처 공동묘지로 가는 길이었어. 

할머니가 갑자기 뭔가 기억해내셨을 때 우리는 영화를 보느라 늦게까지 깨어 있었어. 텔레비전을 끄시고 시계를 보시더니 마른 입술을 핥으셨어. 질문과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시더라. 

"엠마." 할머니가 말씀하셨어. "해야 할 일이 있단다. 오직 용감한 아이만이 나와 함께 갈 수 있단다. 용기, 준비됐니?" 

많이 생각하지 않은 채로 끄덕거렸어. 할머니와 있는 시간은 항상 즐거웠으니까, 오늘 밤이라고 뭔가 다르겠어? 근처 구멍가게라도 같이 가자고 하실 거였겠지만 아무리 간단한 일이더라도 할머니와 함께라면 위대한 모험처럼 느껴졌어. 그런데 구멍가게와는 반대 방향으로 걷던거 있지. 깜빡거리고 고장 난 가로등이 켜져 있는 어두운 거리를 몇 블록 걸었어.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지금까지 별로 나아지진 않은 것 같더라. 할머니는 내가 넘어지지 않도록 인도에 패인 홈들을 피해 걸을 수 있게 도와주셨어. 우리 여행은 오래 걸리지 않을거라고 하시면서 말이야. 

공동묘지와 인도를 나누는 콘크리트 벽은 나보다 30센티미터는 더 컸어.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까만 백합 모양의 검보다 더 크더라고. 할머니는 묘지 입구에 멈춰 서셨어. 울타리는 체인이 채워져 잠겨있었어. 나는 문 너머를 바라보며 문을 잡고 있었어. 내 앞 300미터도 채 보이지 않더라. 묘지 비석과 동상들이 거인 같아 보였어. 할머니는 문에서 손을 떼시고 부드럽게 내 손도 떼어 내셨어. 그리곤 내 눈높이에 맞게 무릎을 굽히셨어. 

"엠마야, 이제부터 특별한 걸 보여줄 거란다. 너도 볼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조용히 해야 한단다. 저 나무 뒤에 숨어서 보이지 않는 것처럼 하고 있으면 된단다." 

"왜요?" 내가 물었어. 

"그렇지 않으면 도망가버릴 거거든. 테디를 아직 만난 적 없겠구나. 테디를 잡기엔 할미가 좀 늙었거든." 

"제가 잡아드릴게요!"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셨어. 어두침침한 가로등 불빛이 할머니 얼굴에 묘한 그림자를 만들었어. 

"내 손녀답구나. 멋진 스파이가 될 시간이란다. 너를 믿는단다!" 

난 돌아서서 제일 가까운 나무 뒤에 서서 땅에 쪼그리고 앉았어. 낙엽의 바삭한 냄새를 맡으며 나무 몸통에서 주변을 내다봤어. 할머니는 일어서셔서 묘지를 쳐다보셨어. 손가락을 입술에 대시더니 길고 깔끔한 음조의 휘파람을 부셨어. 내 생각보다 휘파람은 더 길게 이어졌고, 어둠과 섞이면서 밤을 채웠어. 할머니가 숨이 찰때 쯤 되니까 휘파람이 돌아왔어. 

날카롭고 슬픈 소리가 묘지의 가장 먼 곳에서부터 들려왔어. 남자의 형상과 같이. 까만 밤을 배경으로 빛나는 얼룩인 형체일 뿐이었어. 슬픈 소리는 밤처럼 까만, 그의 벌려진 입에서 나오고 있었어. 그는 내가 지금까지 뛰는 걸 본 사람 중에 가장 빨리 묘지 입구까지 도착했어. 사실 뛰었다기보다는 미끄러지듯 할머니를 향해 걸어왔어. 너무 빨라서 멈추지 않을까 걱정되더라. 그 형체가 울타리에 도착했을 때 난 그가 문에 부딪히면서 우두둑거리는 뼈 소리와 아파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릴 거라고 생각했기에 눈을 감았어. 

조용하기만 했어. 아무런 소리도 없었고 슬픈 소리도 줄어들었어. 눈을 들어 보자 남자가 할머니 앞에 조용히 서 있는게 보이더라. 할머니가 울타리 너머로 뭐라고 말씀하시는지 들으려 귀를 기울였어. 사실 엿들으려는 건 아니었어. 그냥 보이는 것만으로도 신기했으니까. 남자는 가장자리가 흐릿했고, 확실히 빛나고 있었어. 할머니가 사람 크기의 요정 친구를 만드신 건가? 나도 그럴 수 있는 걸까? 

"-그게 공평하다고 생각해요?" 할머니가 물어보시는 게 들렸어. 남자는 끄덕거렸어. 할머니가 창살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웃으시는 소리가 들렸어. "테디, 날 용서해 줘요. 내가 항상 이렇게 바보 같진 않았지요. 당신과 함께 할 만큼 늙었나 봅니다." 할머니가 입술을 손가락에 대고 말씀하셨어. "하지만 아직은 아니네요." 

두 번째 휘파람은 첫 번째보다 부드러웠어. 테디라는 사람은 금색 실루엣 속으로 사라져버렸어. 마치 민들레 씨를 입으로 불 때처럼, 빛나는 가루처럼 까만 밤 속으로 흩어졌어. 할머니는 조금 더 서 계셨어. 할머니가 다른 사람을 또 기다리시나 했어. 창살 너머를 계속 보고 계셨거든. 하지만 다시 내 쪽으로 돌아오셔서 내 손을 잡고 내 훌륭한 첩보활동을 칭찬해주셨어. 

내가 뭘 봤는지 물으시고는 내가 한 답변에 만족하신 것 같았어. 집에 걸어오면서 잘 기억나지 않는 몇 가지 "규칙"에 대해 얘기하셨어. 테디가 요정이 아니라고 말해주셨을 때 난 정말 실망했어. 유령은 관심 없었거든. 웅장한 정원을 탐험하면서 요정 왕을 만나고 요정 친구들을 만들고 싶었는데. 할머니는 웃으셨지만 이해하시는 것 같았어. 내가 관심이 생기면 묘지에서 휘파람 부는 것에 대해서 더 알려주시겠다고 약속하시더라. 

"이거 하나만 기억하겠다고 약속해주렴." 평소처럼 나를 침대에 눕혀주시면서 말씀하셨어. "휘파람으로 망자를 부른 뒤에는 예의 바르게 돌려보내야 한단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는 그들을 볼 수 없을 거야." 할머니의 눈은 내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으로 부드러워지고 있었어. "누군가를 잃는다는 건 절대 쉬워지는 일이 아니란다. 하지만 우리는 선물을 받았고, 그걸 존중해야 한단다." 할머니는 내 이마에 뽀뽀를 하셨어. "잘 자렴 엠마." 

그다음 해에 우리 가족은 할머니 댁으로부터 꽤 떨어진 주로 이사를 갔어. 내가 깨닫기도 전에 나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중학교에 들어갔어. 가끔 할머니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내 삶에 대해 얘기해 드렸어. 명절 때가 유일하게 할머니가 시간을 내서 우리를 보러 오실 수 있는 때였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매년 오시는 게 힘들어졌어. 눈 깜짝할 새 난 열여덟이었고, 할머니는 생일 축하 카드를 보내셨어. 5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페이스북에 올린 내 사진이나 상태에 좋아요를 누르시면서 내 삶을 지켜보고 계셨지. 

내가 스무 살에 만난 마크와의 교제를 허락해 주셨어. 

내가 스물두 살에 한 약혼을 축하해 주셨어. 

내가 스물네 살에 결혼을 하자 비행기를 타고 와서 축하해 주셨어. 마크에게 미소를 지으시고는 뺨에 뽀뽀를 해주시면서 우리가 예쁜 한 쌍이라고 하셨어. 내 이마에 뽀뽀해 주셨는데, 내가 할머니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구부리려니 뭔가 찡하더라. 할머니 눈은 불그스름했고, 내 기억보다 훨씬 더 주름이 많아지셨어. 떨리는 손으로 내 손을 잡으시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고 음악에 맞춰 나와 춤을 추셨어. 

곧 작별 인사를 하실 거라고 생각했어. 가족과 헤어지고 마크와 새살림을 꾸렸을 때 할머니께 최대한 연락을 많이 드리려고 노력했어. 할머니는 마크의 친절함에 감동받으신 것 같더라.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생각이 많이 난다고 하셨어. 내가 좋은 짝을 찾은 거에 대해서 정말 기뻐해 주셨어. 

마크는 결혼 전이나 후나 그렇게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 매일 아침식사를 해줬고, 거품 목욕을 준비해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양초를 켜줬어. 내 얼굴을 잡고 키스하면서, 그의 속눈썹이 내 뺨을 스치면서, 별들보다 내가 더 소중하다고 속삭였어. 꽤 무게감 있는 말이었어. 평소에 NASA를 가장 큰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거든. 마크는 종종 아쉬운 듯이 5센티만 더 컸으면 우주비행사에 지원했을 수 있을거라고 얘기하곤 했어. 

난 항상 건축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 항상 아빠를 따라다니며 직장에서 아빠와 동료분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게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 자라면서 그 흥미가 조금 방향을 바꿨어. 다 허물어져가는 부서진 집들을 보면서 생각했지. "이런 건물에서 뭔가를 만들어낼 순 없을까?" 

사촌들의 도움으로 나는 무너져가는 집들을 보수해서 되파는 사업을 시작했어. 마크도 함께였어. 그는 디자인에 재능이 있었고, 벽을 부술 힘도 있었으니까. 우리는 몇 년간 애리조나에서 꽤 괜찮게 사업을 하고 있었어. 결혼할 만큼, 그리고 우리의 작은 보금자리를 사서 꾸밀 정도로 말이야. 이젠 가족을 꾸릴 시간이었어. 

결혼 일 년 후에 딸을 낳았어. 종종거리며 복도를 걷는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예뻤어. 애 아빠가 문 뒤에 숨었다가 나올 때 딸이 놀라서 내는 소리는 음악같이 들리더라. 마크는 딸을 안고 하늘로 올리고 아이 웃음소리를 듣곤 했어. 아빠 노릇하는 걸 좋아했어. 심지어 구멍가게 점원한테까지 자랑하고 다녔다니까. 

어느 날 아침 평소처럼 일어났는데 커피 냄새가 나지 않았어. 맨날 맡던 프렌치토스트 냄새도 나지 않았어. 이미 해가 떴는데도 말이야. 침대에서 일어나서 내 옆에 있는 남편을 봤어. 왜 아직 자고 있는 거지? 6년 동안 한 번도 해가 뜨기 전까지 잔 적이 없었거든. 아팠나?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어. 밤 사막의 냉기가 그의 몸에 스며든 것처럼 차갑기만 했어. 그때 깨달았지. 

시어머니는 마크가 묻힌 곳을 좋아하지 않으셨어. 지역 연쇄 살인마나 도둑들 나부랭이 옆에 묻힐 애가 아니라고 하시더라. 마크가 이 동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랐다면 나도 동의했을 거야. 시끌벅적한 곳에서 벗어난 동네 바깥쪽에 위치한 멋진 장소였어. 몇 번 죽음에 대해서 얘기를 했을 때, 마크는 삼촌처럼 (그의 두 번째 영웅이었어) 공동묘지에 묻히고 싶다고 했었어. 

할머니는 여기까지 오실 수가 없었어. 장례식 비용 때문에 나도 제안을 드릴 수가 없었어. 내 딸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야 했어. 사촌들은 다 자기 직업을 갖고 있었고, 나 혼자서 집들을 보수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어. 완전히 다른 업종에서 일하는 것도 고려해 볼 시간이었어. 

혼자서. 

가장 아픈 단어였어. 

가끔씩 딸을 돌보는 게 너무 힘들었어. 높은 의자에 앉아 주변을 돌아보면서 아빠가 시리얼을 먹여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밤에 딸을 안고 있으면, 아빠가 어디 간지 물어봤어. 그도 굿나잇 키스가 필요할 텐데. 항상 그랬거든. 딸이 자기 전에 뽀뽀해주지 않으면 못 자겠다고. 

눈물을 닦아냈지만 딸에겐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더 크면 이 일을 기억하지 못할 거라는 게 위안이긴 했지만. 나도 모든 걸 다 잊고 싶었어. 하지만 과거만이 내 유일한 안식처였어. 내 침실 스탠드에 그가 놓곤 했던 옛날 사진들과 편지들을 떠들어봤어. 밸런타인데이에 그가 준 싱싱했던, 하지만 이제 다 말라비틀어진 꽃을 손에 쥐었어. 

혼자 있을 때만 이러곤 했어. 주말 동안 딸은 친정엄마 집에 맡기고 잠시나마 행복했던 시간들을 다시 살아보곤 했어. 이러던 어느 날 밤에 할머니가 내 열여덟 번째 생일날에 보내신 카드를 찾았어. 카드 안에 끼어 있던 작은 종이 조각을 찾았는데, 돈이나 수표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중에 읽으려고 내버려 뒀었던 기억이 나. 

10년이 지났지만, 내용이 몇 가지 "규칙"에 대해 적힌 거라는 걸 깨닫고 조용히 읽기 시작했어. 

아직 얘기할 기회가 없었지만, 너에게 부담주기는 싫단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맥은 나에서 끊길지도 모른단다. 네 엄마는 망자를 부르는 휘파람에 대해 배우지 않았어. 하지만 너에겐 재능이 있단다. 우리가 받은 선물에 대한 몇 가지 사항이란다. 

네가 키스한 사람만 휘파람으로 부를 수 있단다. 그렇지 않은 사람을 부르려고 시도하지 말렴. 유령들은 휴식을 방해받는 걸 싫어한단다. 그리고 이곳과 저승 사이에 모든 게 전달되는 게 아니란다. 기껏 일어났는데 짜증만 느낀단 걸 알면 화를 낼 거야.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났어. 펄쩍 뛰었지만 길고양이 같은 게 어디 부딪혔겠거니 생각하려고 했어. 아니면 옆집 창문이 깨진 걸 수도 있고. 

부츠 소리가 바닥을 울리고 묵직한 기침소리가 집에서 나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어. 걸걸한 목소리가 사람이 없다고 했어. 

누군가 집에 침입한 거야. 도둑들. 난 혼자인데. 

겁에 질렸어. 방에 있거나, 침대 아래에 숨거나 119를 불렀어야 했어. 하지만 머릿속에서 그건 공포영화 주인공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 집에서 나가야 했어. 복도를 한 반쯤 갔을 때 부츠 소리가 들렸어. 내가 소음을 냈고, 그들은 집에 누군가 있단 걸 깨달은 거야. 

복도에 있는 옷장에 들어가 경찰을 불렀어. 전화로 상황을 알리는 도중 침입자들이 웅얼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어. 그들이 가까이 오자 전화를 끊었어. 문틈 사이로 보이는 그림자를 보며 미친 듯이 떨고 있었어. 지금 느끼는 떨림과 불안감은 지금까지 내가 안고 왔던 슬픔과는 정반대의 감정이었어. 마크가 옆에 있었으면 했어. 날 구해주길, 다 멈춰주길, 나를 행복한 현실로 데려가 주길. 악몽은 이제 싫으니까. 

휘파람 소리가 집을 울렸어. 

입술에서 손을 떼면서 엄청난 충격이 나를 감쌌어. 내가 언제 입술에 손을 올린 거지? 내가 휘파람을 분 거야? 한 남자가 다른 사람에게 집안에 다른 사람이 "더" 있는지 확인하러 가라고 했어. 여기 있는 사람은 자기가 처리할 테니. 

미친. 내가 어딨는지 정확히 알고 있겠지. 내가 무슨 짓거리를 한 거지? 

그 남자가 가까워졌어. 일부러 숨을 천천히 쉬더라. 한 발짝 한 발짝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어. 마크가 저 바닥 한번 수리해야 된다고 했었는데. 무릎을 가슴팍까지 끌어안고 제발 지나가길 기도했어. 제발. 제발. 아직 마크를 만날 준비가 안 됐는데. 내 딸은 내가 필요한데. 

"엠마?" 

삐걱거리는 소리가 멈췄어. 숨을 참고 다른 소리가 들리길 기다렸어. 내가 미친 건가? 저 목소리 아는데. 이건 불가능한데, 뭐지? 어린 시절에 할머니와 갔던 묘지에 대한 기억이 물밀듯 떠올랐어. 할머니의 미소도. 

너에겐 재능이 있단다. 

"누구 있어요?" 마크가 물었어. 익숙한 발소리가 복도에서 들렸고, 옷장 바로 옆에서 멈췄어. 어둠 속에서 빛나는, 반쯤 초점이 맞춰진 청바지를 보자 숨이 멎을 것 같았어. 침입자가 욕하는 소리가 들렸어. 그가 돌아서서 동료를 부르며 집을 떠나는 소리가 들리자 안도감이 내 몸을 타고 올라왔어. 문을 쾅 닫고 그들이 도망가는 소리가 들리더라. 

사이렌 소리가 들렸지만 옷장에서 나가지 않았어. 한때 내 남편이었던 유령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넓은 틈 사이로 흐릿하게 보였어. 

가까워졌지만 마크의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울리고 있었어. "엠마, 괜찮아?" 

가슴속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어. "아니." 내가 말했어. "가지 마, 마크. 가지 마." 

마크가 깊은 한숨을 쉬었어. 아무 말할 필요도 없었어. 세상의 이치를 알고 있었으니까. 그의 목소리가 왜곡되기 시작하고 단어가 잡음처럼 들리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았어. 마침내 할머니가 옛날에 해주신 얘기가 기억났어. 

"이건 아--나 가야--안녕, 하지만--사랑--" 

예의 바르게 돌려보내야 한단다. 

눈물을 펑펑 흘리며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댔어. 

그렇지 않으면 다시는 그들을 볼 수 없을 거야. 

살면서 가장 들이쉬기 힘든 숨이었어. 내가 분 휘파람은 사이렌 소리와 섞이더니 마크는 사라졌어. 경찰관들은 도둑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체포했어. 한 블록 거리에서 얼쩡거리고 있던 세 번째 사람도 잡았대. 집은 안전해졌고, 사건은 처리됐고, 나는 안전해졌어. 무섭고 슬펐지만 경찰을 믿기로 했어. 

일주일이 지났고, 친구와 가족들의 걱정 전화와 메시지가 끊이질 않았어. 혹시 몰라서 딸아이는 엄마께 좀 더 맡아달라고 부탁드렸어. 이제 좀 괜찮아진 것 같았고, 다시 평범한 생활로 돌아간 것 같았어. 그때 첫 손자국을 찾았어. 

부엌에 있는 가장 낮은 캐비닛에 있었어. 고품질의 잉크로 찍은 것처럼 끈적거리고 까만 손자국이 찍혀있었어. 도둑들 중 한 명이 남긴 거라고 생각해서 표백제로 지워버렸어. 

그런데 더 많은 손자국이 나타나기 시작했어. 아이부터 성인 남자까지 다양한 크기의 손자국이 집안 곳곳에 나타났어. 욕조 테두리에, 천장에, 손잡이 높이에 매일매일 나타났어. 하나를 지우면 두 개가 나타나 자리를 채웠어. 곧 딸아이가 집에 올 텐데, 이게 뭔지 모르겠지만 이것들을 보게 하고 싶지 않았어. 

어느 날 밤 일이 터졌어. 퇴근하고 불을 켜자 복도에서 내 방으로 향하는 곳곳에 가득한 손자국을 발견했어. 손자국위에 다른 손자국들이 엉켜있었고, 천장부터 바닥까지 내 침실을 향해 찍혀있었어. 침실 문은 누가 들여보내달라고 미친 듯이 두드리고 할퀸 것처럼 잉크로 떡져있었어. 

얼어붙어 서서 표백제가 남아있나 고민했어. 집에 도대체 뭐가 있는 거지? 이건 마크가 아니었어. 사악한 거였어. 위험한 존재. 손자국을 바라볼수록 색깔이 변하기 시작했어. 진한 검은색에서 밝게 빛나는 빨간색으로. 

목덜미에 숨결이 느껴졌어. 큰 상체가 내 등을 쳤어. 손가락이 내 어깨를 감쌌고, 뭔가 축축한 게 옷에 스며들고 있었어. 너무나도 강한 냉기가 몸을 에이고 있었어. 

"우리와 함께 가지 않을래?" 두꺼운 목소리가 속삭였어. 

그를 뿌리치고 뛰었어. 현관문까지 뛰었지만 도중에 누군가 날 넘어뜨렸어. 멍이 들 정도로 강하게 바닥에 부딪혔어. 일어서자 그림자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게 보였어. 까만 잉크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은 도끼를 들고 있었어. 

일어나서 내 방까지 뛰었어. 바닥에 있던 상자들을 뒤집어서 할머니가 보낸 카드를 찾으려고 애썼어. 도끼를 지팡이처럼 질질 끌고 오는 소리가 들렸어. 복도에서는 라디오 잡음 같은 조용한 웃음소리가 들렸어. 

할머니가 보낸 카드를 못 찾아서 핸드폰을 꺼내서 마크가 떠난 이후로 아직까지 소식을 듣지 못한 번호로 전화를 했어.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했고, 전화 울리는 소리 사이엔 내가 끙끙거리는 소리만 들리더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조금 지지직거리지만 따뜻한 할머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어. "네가 언제 전화할지 궁금했단다." 

"할머니." 내가 말했어. "망자를 부르는 휘파람에 대해 더 얘기해 주세요." 

할머니는 내 목소리 사이의 떨림을 알아채신 것 같았어. "얘야, 무슨 일이니?" 

복도를 돌아보며 마른 입술을 핥았어. 어둠 속에 둥둥 떠있는 흰색 눈동자는 깜빡거리지도 않더라. 축축한 걸음걸이가 바닥과 벽에 부딪혀 울렸어. 비릿한 피 향기가 내 감각을 무디게 할 때쯤 웃음소리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로 변했어. 거울을 바라보자 내 모습 위로 수십 개의 새로운 손자국이 무서운 기세로 찍히기 시작했어. 

"부르지 말아야 할 뭔가를 실수로 부른 것 같아요." 내가 조용히 말했어. 

"이런, 세상에." 할머니가 말씀하셨어. "실수에 대해서 사과하거라. 그리고 갈 길을 가게 보내렴." 

그림자 사이로 키 큰, 무덤의 흙으로 뒤덮인 사람 형상이 내 침실 문간에 나타났어. 도끼를 앞으로 휘둘렀어. 소름 끼치는 여자 비명이 들렸어. 그가 도끼를 치우자 까만 액체가 부글거리더니 퍼지기 시작했어. 

숨이 차서 십자가를 찾았어. 미친. 지금은 무신론자가 될 때가 아냐. "제, 제 생각엔 사과론 안될 거 같아요, 할머니. 이 사람은-" 

"내게 조언을 구했잖니." 할머니가 단호하게 말씀하셨어. "이게 네가 해야 할 일이란다." 

어쩔 줄 몰랐지만 유령을 바라봤어. 부드러운 빛 대신에 어둠이 가장자리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어. 얼굴은 흐릿했고, 으르렁거리고 있었어. 다리 힘이 풀려서 침대 스탠드를 붙잡았어. 그는 도끼를 고쳐 쥐었어. 

억지로 입을 열었어.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다시는 부르지 않을게요. 제발, 다시 잠드세요." 

휘파람을 불었어. 떨림이 집안 전체와 손자국을 흔들고 지나갔어. 남자가 툴툴거리더니, 바닥에 검은 무더기로 흩어져버렸어. 눈을 깜빡였어. 끝났어. 다 내 기억에만 남아있는 거야. 할머니의 목소리가 스피커 너머로 들렸어. 

"네가 해낼 줄 알았단다!" 

조금 진정이 된 후에 어떻게 된 건지 여쭤봤어. 할머니는 어릴적 내 상상 속의 친구들이 비록 남들이 볼 순 없었지만 상상이 아니었다고 얘기해 주셨어. 내 영상통화에 의하면 내 딸도 비슷한 것 같았어. 아무도 없는 곳에 고양이가 있다며 인사하곤 했거든. 

"네 딸이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 이름은 텁스인 것 같더구나." 할머니가 말씀하셨어. 

내 어린 시절 고양이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어. 그러다 갑자기 뭔가 떠올랐어. 내 딸도 이 능력이 있다면, 언젠가 내가 했던 이런 일을 또 할 수도 있는 거잖아? 딸이 겁에 질린 모습을 상상하자 나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어. 할머니의 말씀을 너무 오래 무시했기 때문에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던 거야. 너무 오래. 그리고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할머니." 내가 말했어. "휘파람에 대해 알려주세요." 

할머니는 한숨을 내쉬셨지만 목소리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었어. "일찍도 물어보는구나." 



일 년 후 딸을 데리고 산책하러 나갔어. 날씨 좋은 날 손을 잡고 마을 외곽을 걷기로 했어. 마크의 묘지 앞쪽에 서서 거리에 아무도 없을 때까지 기다렸어. 

딸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어. 딸이 스스로 서서 걷는 걸 보면 정말 행복해 할, 정말 중요한 누군가를 만날 참이었으니까. 입에 손가락을 넣고 휘파람을 불자 키스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묘지에서 옅은 안개가 올라와 우리 쪽으로 오는 모습을 기쁘게 쳐다봤어. 점점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고, 남편이 웃는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어. 딸이 놀란 모습을 보니까 따뜻한 기분이 가슴에 퍼지더라. 

"우리는 선물을 받았단다." 내가 말했어. "망자를 부르는 휘파람이야." 

어떻게 하는지 알려줬지만, 딸아이가 직접 하기엔 아직 너무 어렸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기도 해. 할머니는 우리 같은 재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듣긴 하셨지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으시대. 하지만 우리는 인터넷의 시대에 살고 있잖아? 

그래서 말인데, 질문이 몇 개 있어. 

너희 중 묘지 앞에서 휘파람 불어본 사람이 있니? 

혹시 뭔가 대답했어? 

휘파람을 불어본 적은 있니? 
출처 Graveyard Whistling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5rnqex/graveyard_whist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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