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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고려대 대나무숲 또하나의 레전설 탄생 (스압주의)
게시물ID : love_218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천상코니
추천 : 20
조회수 : 4337회
댓글수 : 80개
등록시간 : 2017/02/02 22: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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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28일 오후 7:05
#25491번째포효

대숲, 전 슈퍼히어로 영화를 안봐요

전남친이 슈퍼히어로영화를 엄청 좋아했거든요
개봉하는 모든 슈퍼히어로영화는 죄다 챙겨보는 덕후였어요
그래서 저도 따라가면서 평생 안보던 영화들 많이 봤죠
덕분에 저도 슈퍼히어로영화가 어떤 구조인지 잘 알게 됐어요
마블이니, DC니 하는 것도 잘 알게 됐죠.

우린 헤어졌어요. 제가 뻥차버렸죠.
그땐 제가 너무 어렸나봐요.
그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설레임이 없었어요
두근거림도 없고, 익숙하고, 가족같았어요.
이건 사랑이 아닌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만 만나자고 했죠.

전 사실 로맨스 영화를 좋아했어요.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좋아했죠.
그 사람은 그런영화도 군소리없이 잘 봤어요.
어바웃타임을 보고서는
저정도 능력이면 어벤저스에 들어갈수 있니 이런소리나 하고
뷰티인사이드를 보고는 쟤 엑스맨이라고 그랬어요.
그래서 감성이 왜이렇게 무디냐고 제가 짜증도 냈었죠.

그 사람은 두말없이 돌아섰어요.
심지어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면서 돌아섰어요.
마지막으로 그동안 고마웠다는 카톡하나만 오고,
아무런 연락도 없었어요. 당연한거지만.

저는 연애편지 받는걸 좋아했어요.
항상 써달라고 그랬죠.
거의 만날때마다 편지를 받은것 같아요.
그 사람은 저한테 연애편지를 쓸때도
슈퍼히어로의 대사를 인용하던 사람이었어요.
넌 날 완전하게 만들어 - 조커
위대한 왕보다는, 좋은 남자가 되고싶습니다 - 토르
뭐 이런말을 넣곤 했죠
이런 로맨스 없는 사람이 있나 싶다가도,
그래도 좋았어요. 특별한 연애를 하는것 같았거든요.

나중에 알았어요.
설레임이 없는 사랑도 있다는걸요.
아니, 설레임이 없는것도 아니고,
제가 설레임의 역치가 너무 높아졌었다는걸요.
하지만 이젠 너무 늦어버렸죠.

대숲, 사실 전 슈퍼히어로영화를 다 봐요.
개봉날 챙겨봐요.
그사람도 어딘가에서 보고있을테니까요.
오늘밤엔 같이봤던 영화를 하나 골라 다시봐야겠어요.
오늘밤은 너무 다운됐으니 유쾌한 가디언즈오브갤럭시를 봐야겠어요.

그사람은 대숲은 커녕 페북도 안하지만,
그래도 페기요원이 했던 대사를 이 편지에 넣어봅니다.

"다음주 토요일8시, 스토크 클럽에서 만나. 절대 늦으면 안돼. 알았지?"





2017년 1월 30일 오후 5:59
#25538번째포효

고맙습니다.
여기서 전여친이 쓴 편지를 보게되었어요.
이런거 안해서 몰랐는데 신기하네요.
저도 여기다가 편지좀 쓸께요

고마워요.
날 아직 생각해줘서요.
처음부터 말했었지만 전 연애가 서투르고 잘 몰라요.
이별도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어요.
먼저 연락안했던건, 겁나서 그런거에요.
이미 헤어졌는데, 연락하면 날 더 싫어할까봐 무서웠어요.

말하지 그랬어요.
그런 고민이 있는줄 몰랐어요.
전 말해주지 않으면 잘 몰라요.
준비한것도 많았는데, 제가 너무 서툴러서 그랬나봐요.
혼자만 설레고 있었나봐요.
이젠 안그럴께요. 자신있어요.

당신이 저한테 쓴글 봤어요.
한가지는 바로잡고 싶어요.
당신이 편지받는걸 좋아해서 편지를 드린게 아니에요.
전 말을 잘 못해서, 당신과 있을때 제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해요.
그래서 편지를 드린거에요.
전 여자랑 말을 잘 못하잖아요.
떨려서 하고픈 말 못하고 헤어진 날이면 편지를 썼던 거에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도 함께 봐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별로 안좋아한다는 것도 몰랐어요.
당신도 나처럼 배트맨을 좋아하고, 앤트맨을 좋아하는줄 알았어요.
이제야 저도 당신이 좋아하는 영화가 뭔지 알았네요.
저도 당신이 좋아할만한 영화 찾아놓을께요.

우린 대화가 부족했나봐요.
이젠 우리 그러지 말아요. 저도 말을 잘해볼께요.
당신도 속얘기 들려주세요. 당신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

당신도 제가 좋아하는 영화대사로 편지를 마무리 했었으니,
저도 당신이 좋아하는 영화대사로 편지를 마무리 할께요.
안나가 했던 말이에요.

"그럼, 정신나간 소리 하나 해도 될까요?"




2017년 2월 2일 오후 9:58
#25613번째포효

대숲, 저희 다시 만나요
정말 감사해요

망망대해에 편지를 병에 넣어 보내는 심정이었는데
그게 정말 도착하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평생 잊지 못할거에요

다시 만나고 많은 얘기를 했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대숲은 어떻게 보게되었는지
너무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같이 앉아서 댓글도 하나하나 읽었어요
너무너무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네요

저도 댓글단 분들 말씀 공감해요
제가 너무했어요
다시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않을거에요

대숲지기분들, 응원해주신분들 모든 분들 다 감사합니다
제게 기적을 만들어주셨어요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너무 행복합니다
여러분들 모두 행복하세요

그리고 전 그날도 편지를 받았어요
편지에는 딱 한줄만 씌어있었어요

"Always." - 스네이프
출처 https://www.facebook.com/koreabamboo/posts/566152276921423
https://www.facebook.com/koreabamboo/posts/566963643506953
https://www.facebook.com/koreabamboo/posts/568268960043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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