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문정인·이종석, 국정원장 김병기·서훈
법무 박범계, 교육 김상곤, 문화 도종환 거론
조기 대통령선거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요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인적 네트워크 확대에 부심하고 있다. 만약 정치권 일각의 예상처럼 4월 말 또는 5월 초에 대선이 치러진다면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석 달이다. 정상적인 경우 선거 직후부터 두 달간 정권 인수위원회 활동을 거쳐 새 정부가 공식 출범한다. 하지만 사상 유례없는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 인수위 절차를 생략한 채 선거 다음날부터 곧바로 임기가 시작된다.
대통령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동시에 총리와 장관 등 내각 후보군에 대한 현미경식 검증도 필요한 까닭이다.
일각에선 각 후보가 선거 전에 예비내각 후보군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평가가 투표에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주요 대선주자들의 내각 후보군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으나 캠프 안팎의 의견을 취합해 미리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을 살펴볼 필요성이 바로 이 대목에 있다.
이런 이유에서 매일경제신문은 두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캠프 안팎의 인사들을 두루 만나 내각에 참여 가능한 인물에 대한 하마평을 취합했다. 이들 대다수는 현재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문 전 대표를 돕고 있다. 하지만 1일 반 전 총장의 급작스러운 대선 불출마선언으로 반 전 총장 측 섀도 캐비닛은 기사화하지 못했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적절한 시점에 '섀도 캐비닛'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정권이 출범되는 만큼 입각할 인물들을 국민에게 미리 공개해 검증을 거치고 입각 후보자들에게도 준비할 시간을 주겠다는 취지에서다.
문 전 대표의 인재풀은 크게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 참여한 800여 명의 학계 인사들과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와 내각에서 근무한 인사들로 구분된다.
이 중 경제부총리 후보 1순위로는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꼽힌다. 조 교수는 참여정부 출범 당시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맡으면서 문 전 대표와 연을 맺었다. 현재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을 맡아 재벌 개혁, 일자리 창출 등 경제공약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캠프 내에서도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계승·발전시킬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참여정부에서 국세청장, 행정자치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이용섭 전 민주당 의원도 경제부총리로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카드다. 마찬가지로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권오규 전 부총리도 문 전 대표에게 경제정책 조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자본시장 분야에서 문 전 대표를 돕고 있어 입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변 전 실장은 현재 벤처투자회사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회장직을 맡고 있는데, 벤처업계 목소리를 청취하면서 관련 내용을 문 전 대표에게 조언하는 상황이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정책수석과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윤대희 전 실장도 최근 캠프에 합류해 입각 가능성 얘기가 오가는 경제전문가 중 한 명이다.
금융개혁 적임자로는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을 꼽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주 전 사장은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발탁으로 작년 총선 당시 당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을 맡아 정계에 입문했다.
문 전 대표가 개혁 대상으로 지목한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수장으로는 개혁성이 강한 인물들이 거론된다. 우선 국정원장으로는 김병기 민주당 의원의 발탁 가능성이 높다. 국정원 인사처장 출신인 김 의원은 지난 총선 때 문 전 대표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국정원에서 국내 정보 업무를 떼어내는 것을 골자로 한 문 전 대표의 국정원 개혁 방안 밑그림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김 의원을 두고 '우리가 아껴야 할 인물'이라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다"면서 "국정원 인사통으로 조직을 꿰뚫고 있는 데다 직원 개개인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국정원 대개혁을 공약한 문 전 대표 입장에선 최고의 국정원장 후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국정원 차장 출신인 서훈 이화여대 교수와 문희상 민주당 의원도 국정원장감으로 문재인캠프 내에서 이름이 오르내린다. 다만 국정원 개혁이 급선무인 만큼 서 교수의 경우 차기 정부 하반기 국정원장을 맡는 게 본인의 주특기인 대북 전략 분야 실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법무장관으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민주당 내에서 검찰 개혁을 주도해온 박범계 의원을 거론하는 당내 인사들이 많다. 판사 출신인 박 의원은 2002년 대선에서 평소 존경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9년 만에 법복을 벗고 참여정부에 참여해 청와대에서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하며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전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박 의원은 공수처 설치로 검찰의 기소권 독점을 막고 검경 수사권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한 친문계 인사는 "법무장관직은 율사 출신 민주당 전·현직 의원 중 덕망 있는 인사가 맡거나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소신을 지킨 판사 또는 검사 출신이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교육부 장관으로는 호남 출신으로 경기도교육감을 지낸 김상곤 전 교육감이 거론된다. 또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내다 교육감으로 변신한 이재정 현 경기도교육감도 발탁 가능성이 작지 않은 인사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는 박근혜정부 블랙리스트 문제를 공론화한 도종환 민주당 의원이 물망에 오른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최근 캠프에 합류한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가 활약할 가능성이 있다.
■ <용어 설명>
▷ 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 : 그림자 내각이라는 뜻으로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야당이 정권 획득에 대비해 미리 예정해 둔 각료 명단을 가리키는 말.
[신헌철 기자 / 오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