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종로구 옛 돈의문(서대문) 터에 조성 중인 ‘돈의문 박물관 마을’ 공사장 가림막에 그려진 벽화를 두고 여성혐오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일부 누리꾼이 “서울시에 문제를 제기하고 해당 벽화 철거를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서울시가 종로구 신문로2가 7-24번지 일원 1만 271.56㎡ 구역에 대해 추진하는 도시재정비사업이다. 시청은 해당 구역이 한양도성 서쪽 성문(돈의문)안 첫 동네(새문안동네)로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 6월부터 문화시설 조성에 착수했다.
문제가 된 공사장 가림벽은 총 길이 226m로‘1920년대 서울 거리를 거닐다’라는 주제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그 시절 경성의 춤바람’ ‘그 시절 유행, 나팔바지와 구렛나루’ 등의 글과 함께 1920년대 다양한 서울 풍경을 그리고 있지만 일부 누리꾼은 “일부 벽화 내용이 여성을 사치스럽고 남성을 착취하는 대상으로 묘사했다”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은 ‘빽 하나는 들어줘야 신여성’이란 문구와 함께 손가방을 든 여성이 ‘콜럼비아 레코-드’ 가게 앞을 지나가는 그림이나 누더기 옷을 입은 남성이 여성과 아이가 탄 손수레를 끌고 가고 있고 아내로 추정되는 여성은 한껏 치장한 채 화장에만 몰두하고 있는 그림 등을 ‘여혐 벽화’로 지목했다. 이 외에도 쇼핑백과 가방을 남자에게 맡기고 앞장서 걷는 여성의 모습과 ‘그 시절에도 인기 많았던 전문직 남성’이란 문구와 함께 여성이 남성에게 팔짱을 끼며 쫓아가는 모습 등이 벽화에 포함됐다.
온라인에서는 벽화 그림이 불쾌하다는 여성 누리꾼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일제시대 경성을 묘사하겠다더니 여성을 ‘된장녀’로 묘사하는 후진적인 여성혐오 벽화를 그렸다” “이런 벽화를 그리도록 방치한 서울시의 젠더 감수성이 의심스럽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서울 한복판에 이런 벽화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벽화는 서울시 소통전략팀에 고용된 디자이너들이 옛날 삽화를 참고해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라며 “논란이 계속되면 해당 시안을 교체하는 방법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