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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쓰는 글-우리 집
게시물ID : readers_275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지느시
추천 : 1
조회수 : 28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1/29 01: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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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항상 벌레를 걱정해야 했다. 
땅딸막한 산의 등 뒤에 숨은 집은 간신히 웅크려 숨만 쉬는 들짐승 같았다. 한 손바닥에 두 손가락으로 가려지는 창문 뒤 하늘은 오늘도 멀리 있다. 지릿한 냉기가 뒤통수를 싸악싸악 베어가는 것만 같은 잠자리 위의 이불은 항상 때묵은 색이다. 주름진 장판을 애써 펴 밟고 일어서면은 아무리 문대도 지지 않는 탄 자국들끼리 거실 바닥에 물끄러미 있다. 보일러가 쾅 하고 울었다. 찬바람에 떠밀려 연탄을 삼킨 아궁이의 아가리가 우렁차게 운다. 비굴한 온기가 방바닥을 덥혀줄 시간은 길지 않다. 건넌방 벽에는 귀신 대가리들이 주렁주렁 붙었다. 이건 누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이건 누구 할머니네 할머니. 색바랜 액자에 사는 귀신들은 줄줄이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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