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눈을 뜨면 다섯 손가락이 보인다. 언제나 닫혀있는 커튼을 등지고 누운 채로 나머지 다섯 손가락을 더듬더듬 찾아 열 개를 한곳에 둔다. 그리고 잠깐, 혼잣말하며 눈을 다시 감는다. 꿈을 기억해내기 위해서이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밥을 차린다. 아직 외우지 못한 가사 때문인지 시린 수돗물 때문인지 이미 지난 일 때문인지 아직 오지 않은 일 때문인지 목이 멘다. 밥 먹으면서 우는 거 아니래요, 하던 목소리가 떠오른다. 위로보다 더 위로 같은 말들을 찾아 헤매며 배를 채운다.
문 밖을 나서니 눈이 내린다.
언젠가 봤던 인형극에선 종이로 만든 하얀 눈이 내리는 장면이 있었다. 종이눈은 진짜 눈보다 더 진짜처럼 천천히, 조용히, 그리고 눈부시게 무대의 천장에서부터 떨어져 내렸다. 한 여자가 그 눈을 맞으며 죽을 힘을 다해 위로 위로 올라가려 애쓰고 있었다. 그녀가 수십번을 미끄러지는 동안 변사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슬픈 노래를 불렀고 나는 울기만 했다.
문 안으로 다시 들어온다.
형편없는 호두 파이를 먹으며 좋아하는 작가의 인터뷰를 찾아 읽는다. 작가는 소설을 쓸 때마다 기도한단다. 이 책을 다 쓸 때까지 살게 해달라고. 당신이 그런 기도를 하고 있을 동안 내가 하는 일이라곤 고작 호두 파이 따위를 열심히 씹는 것뿐입니다, 하며 글을 읽던 걸 멈춰버린다.
침대로 돌아가 잠을 청한다. 지금껏 수천 번의 잠을 잤으면서 왜 내게 가장 편한 자세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걸까, 몸을 뒤척이며 누군가를 원망한다. 지난밤엔 좋지 않은 꿈을 꾸었으나 나는 결코 이번엔 더 좋은 꿈을 꾸길 바라지 않는다. 감긴 눈을 또 감을 시간이다.
요즘 글을 못 쓰고 있었는데, 어제오늘 이 글을 쓰게 됐네요.
갖가지 이유를 대고 고향에 안 내려간 덕에 올 설은 조용히 혼자 보내요. 떡국은 나중에 먹어도 되겠지요. 게다가 저는 아이스크림이 더 좋으니까요.
겨울이 조금만 더 길어졌으면 좋겠어요! (너무 속없는 바람이려나 ㅋㅋ)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