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있다.
그들은 20세기의 공기를 마셔본 사람들 중 가장 젊은 인간들이다.
그들 인생의 기억의 세기말과 세기초에 겹쳐있는 주변인이며,
현 2017년 그들은 대입, 취업, 군대, 결혼 등 대한민국에서 가장 하기 힘든 일들이 과업으로 주어진 청년들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아이돌이라는 것의 뚜렷한 기억은 2세대를 주축으로 이루어진다.
원더걸스와 소녀시대가 선봉장이 되어 이끌어온 걸그룹과,
동방신기, 빅뱅, 2PM 등 여러 보이그룹들이 그들의 성장기를 함께했다.
그들에게 1세대의 기억은 희미하며, 3세대의 새로움은 낯설다.
하지면 현재, 1세대는 추억이라는 동력으로 새롭게 부활하고, 3세대는 신선이라는 무기로 아이돌계의 주축이 되고 있다.
2017년 1월 26일. 2세대의 등장을 알렸던, 대한민국을 후크송의 파티로 이끌었던 걸그룹이 해체 소식을 알렸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한 아이돌 그룹의 쇠락이지만,
어떤 자들에게 있어서는, 자신이 사랑했던 시대의 최후을 알리는 종이다.
누구나 영원한 아이돌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의 아이돌이 영원하기를 꿈꾼다.
아이돌을 사랑했던 아이들, 순수하게 사랑했던 자신에 대한 기억이자 증명이기 때문이다.
잔인하게도, 꿈은 깨게 되고, 현실을 직면하면서, 아이들은 어른이 된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사랑했던 아이돌을 기억으로 남긴다.
동시에, 어른들은 자신도 모르게, 아이돌을 사랑했던 아이들 또한 기억으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