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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고3 여학생의 10년차 짝사랑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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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UBini
추천 : 5
조회수 : 110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1/26 0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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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로 따지면 10년차 만으로 따지면 8년째
엄마 친구 아들을 짝사랑 중인
남자라고는 쌤밖에 없는! 여고! 다니는! 모태솔로 고삼!
 
의 나름 절절한 짝사랑 스토리
 
 
나는 열아홉의 여학생이고 너는 열아홉의 남학생이지.
제법 예쁜 문장들을 쓰고 싶지만 화려한 말로 치장하기엔 내 감정이 너무도 담백해 어쩔 수 없어.
꾸밈음이 많은 연주도 좋지만 때로는 가장 정석적인 것이 가장 좋을 때도 있으니.
 
 
나는 열아홉의 여학생이고 너는 열아홉의 남학생이지.
나는 너를 열 살에 처음 알았고 아마 너도 그랬겠지.
물론 그 전에 스쳐 지나가듯 보았을지도 몰라. 너도 나도 기억하지 못하겠지.
그 이후로 우리는 꽤나 가깝게 지내야만 했지.

 
너는 꽤 똑똑한 아이였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어. 중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그랬지.
나는 내게 필요한 것들을 열심히 해나갔고 너 역시 그랬어. 그래서 함께 할 일이 잦았지.
아. 부모님의 친분 역시.
 
 
 
나는 열여섯 겨울에 학교에서 나누어준 종이를 받았고 검은 선으로 분리된 칸에 여학교의 이름을 썼어.
꼭 가고 싶었던 명문 고등학교에 떨어졌으니까.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너는 남학교의 이름을 썼겠지. 그리고 각자 지망한 학교에 진학했지.
그 때부터 나는 너를 마주칠 수 없게 되었지.
네 소식은 충분히 자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기뻐.
 
 
나는 어려서부터 문학을 사랑해 문과를 선택했고 너는 과학을 사랑해 이과에 진학했어.
진로도 아마 그렇겠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지극히 인문학적인 꿈을 꾸고 있고, 너는 이공계이니까.
그럼에도 나는 과학에 흥미를 느끼고 너는 철학을 좋아하지.
 
 
나는 너를 좋아해. 거의 십 년째.
모를까? 모를 거야. 모르겠지.
나는 내 감정이 드러나는 걸 굉장히 싫어했어.
그런 걸로 아이들이 서로를 곧잘 놀리는 것도 끔찍히 못 견뎌 했지.
그래서 나는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않았어.
그러나 어렸을 적의 미숙했던 나는 조금쯤 티를 냈을지도 몰라.
하지만 적어도 조금 자란 이후부터는 드러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
 
 
 
몰라 주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또 알았으면 좋겠어.

아니, 그냥 누군가가 너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만 네가 알았으면 좋겠어.
 
 
 
네 곁에 머무른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더더욱 너를 좋아하게 되었지.
나는 나약하지만 너는 강단 있고 사나워. 나는 웃으며 성질이 못돼먹었다고 말했지.
하지만 너는 동물을, 약한 것들을, 공동체에 미처 속하지 못한 것들을 아끼고 올바름을 추구하지.

너는 잘못된 것에 분노할 줄 아는 사람이지. 나는 그런 네가 좋았어.
또, 내 장점과 능력에 감탄해주는 네가 좋았어.
 
 
 
 
내가 언제부터 너를 좋아했을까?
아마도 멍청히 비난을 당하고 있던 내 앞에 네가 나타나,
내게 쏘아붙이던 아이들에게 네가 특유의 말투로 빈정거렸던 이후부터?
넌 정말 착한 아이는 아니지.
 
 
나는 내가 얼마나 지식을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어.
그런 것들은 내 눈에 띈 순간부터 내 몸에 들어와 체화될 때까지도, 그 후에도 내 안에서 반짝반짝 빛나.
나는 내가 원하는 분야에 대한 지식욕이 넘쳤고 열의가 있었지.
그렇기에 너 역시 어떤 기분인지 알 것만 같아. 그 기분을 알기에 너를 좋아해.
네가 사랑하는 것을 공부할 때의 너는 참 매력적이었어.
 
 
 
 
 
나는 합리적인 것을 좋아해. 언제나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런 것 치고는 내 뇌가 지나치게 감성적이라 나는 언제나 불만이야.
새벽에 노래를 듣기만 한 것으로 엉엉 우는 것은 조금 지나치다고 생각되거든.
아직 너를 떠올리면 운 적은 없지만, 그래도 나는 너를 정말로 좋아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계속 소식으로만 접하다가, 최근 길에서 우연히 널 만났지. 인사도 했지.
나는 여전히 널 좋아해. 2년 동안 딱 한 번 본 너를 좋아해.
 
 
 
친구들이 가끔 묻고는 놀라. 아직 남자친구 한 번도 없었어? 진짜?
너 정도면 그래도 한 번쯤 사귀었을 법도 한데. 아, 공부하느라 바빴나?
그런 것도 있고, 남자애들은 좀 불편해서. 나는 그렇게 답해.
 
사실 여고는 남자가 적은 생태계라는 것이 정말 기쁠 정도로, 나는 남자들을 꺼려.
물론 연예인이나 멋진 남자 배우는 좋아하지만 그것과는 약간 다른 개념이지.

 
너는 특별히 불편하지 않았어. 아마 어려서부터 함께 있었던 일이 잦아서겠지.
 
내가 지금껏 아무도 사귀지 않은 건 너를 좋아해서일까?
너를 좋아하는데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고 사귈 수 없다고는 생각하고 있어.
시간이 흘러서 내가 널 좋아하지 않게 되면 사귀게 될까?
 
 
 
 
 
또,
나는 열아홉의 여학생이지.
나는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을 준비해야 할 나이지.

수능은 10개월 하고도 조금 더 남았고, 나는 그 시험에서 틀린 문제가 거의 없어야 하지.
나는 내 목표가 있고, 다들 쉽사리 이룰 수 없다고 말하는 목표를 성취해야만 하고,
그래서 나는 다른 것에 흔들리면 안 되는 사람이지.
 
수능이 끝나고, 나의 열아홉이. 십대가 끝을 맞겠지.
그 후에는 나는 스무 살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고 성인의 자격을 얻겠지.
대학에 갈 거고, 많은 사람을 만날 거야.
같은 동네,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 너와 나를 애써 연결하고 있던 고리들이 점차 흐려지겠지.
 
 
가끔은 두려워.
너는 내게 관심을 두지 않음에도 좋아하고.
아마 네 기억 속에 나는 중학교 때까지 같이 여러 활동을 했던 여자아이 정도겠지.
 
너를 이렇게 긴 시간동안 좋아하고, 만나지 못하고 있는데도 좋아하고.
혹시 어른이 되고서도 너를 좋아하면 어쩌지.
 
내 십대가 끝나감에 나는 종종 슬퍼져.
어른이 채 1년도 남지 않았어.
어른이 된 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너를 좋아해.
나는 네가 나를 인정해 준 것을 좋아하고,
그것이 어떤 판단에서 기인한 것이든 결과적으로 나를 도운 너를 좋아해.
나는 네가 추구하는 바를 좋아해.
나는 네 신념을 좋아하고, 네 결단력을 좋아해.
옳은 것을 옳다, 그른 것을 그르다 말하는 네 진실을 좋아해.
나는 너를 좋아해.
 
 
 
나는 열아홉의 여학생이고 너는 열아홉의 남학생이지.
열아홉의 나는 너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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