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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 남편 글쓴이입니다...
게시물ID : wedlock_66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rs.
추천 : 43
조회수 : 3192회
댓글수 : 57개
등록시간 : 2017/01/26 00: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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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본인 일인 것처럼 걱정해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96421



여러분들의 댓글을 보고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8개월차에 첨 글을 썼는데 벌써 아기 만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그동안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여러분들 글에 피드백을 드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출산휴가 들어가기전까지 일도 바빴고

몸도 안좋았고 글 쓸만하면 새로운 일들이 터져서 마음을 정리하느라 더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습니다.


남편은 오유도 알지 못하고, 제가 오유라는 사이트를 즐겨보는지조차 모르는데

어째서 제가 글을 올리고 마음을 정리할 때마다 뜬금없는 평화가 찾아오는지 모르겠네요...

1월 9일에 마지막으로 글을 썼는데, 거짓말처럼 열흘정도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녁마다 다정하게 사랑한다, 난 너밖에 없다라는 말이나, 새벽에도 제가 뒤척일때는 잠꼬대처럼 날 끌어안고 사랑해 정말. 떠나지마

라는 말들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말을 들어도,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이제와서 달콤한 말 몇마디로 얼어붙은 마음이 쉽게 풀리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건 역시나였습니다. 그 이후 일련의 사건들이 더 있었습니다.

확고하게 헤어져야겠다고 마음먹은 사건들...


1. 남편의 인사 발령


그 즈음, 남편은 인사발령으로 저와는 같은 건물로 출근할 수 없게 되었고, 차로 30분정도 먼 곳으로 출퇴근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제가 출근할 곳은 5분 정도 돌아가는 곳이었는데 본인이 원하지 않는 부서로 좌천되었다는 것만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서인지(?)

몸이 무거운 저를 5분 더 쪼개어 출근시켜줄 생각은 하지 않더군요.

여러분들도 예상한 바와 같이... 남편은 그랬습니다. 터미널 사건은 결코 실수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배려가 없습니다.

제가 서운한 티조차 내지 않고 그럼 난 버스타고 출근할게. 라고 하니 그제야 멋쩍은지 같이 출퇴근 못해서 그러네 라는 말만 남기고 가버립니다.

영하 10도가 넘는 혹한 속에 버스를 기다리고 타고 조심스레 내리고 10분을 걸어가야합니다. 출근은 그래도 버스 한번만 타면 됩니다.

퇴근은 걸어서 환승까지 해야합니다. 허허..

그래도 마음은 편하더라구요.

며칠을 그렇게 출퇴근을 해도 아무 말 안하고 티도 내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의 언성을 높이고 마음 상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서 티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신랑이 아침에 데려다줄게 라고 하더군요. 그럴 수 있어? 라고하니, 안데려다줘서 미안했어 라며 그 이후부터는 계속 데려다줍니다.

일주일 정도 되었네요. 언제까지 갈진 모르겠습니다.

꽁꽁 언 바닥에 미끄러질라 항상 아기 생각뿐이라.. 데려다준다는거 자존심때문에 거절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언 마음이 녹진 않았습니다.


2. 남편의 과거를 알게되다

남편은 제가 남편과 친한 친구 사이일 때 좋아하던 남자 동료 얘기만으로도 열받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저는 결코 알고 싶지 않던 남편의 과거를 알았습니다.

남편에게 과거를 캐물은 적은 없지만 5년간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것, 짧게 만나고 헤어진 여자 두어명 있었다는 것,

저랑 만나기 얼마 전까지 회사 동료와 1년 가까이 진한 연애를 했다는 것정도는 친했기 때문에 알고 있었습니다.

2011년부터 회사 동료와 연애하기 좀 전인 2014년까지는 그 어떤 여자도 없었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회사 복지포인트 적용 문제로, 출장 중인 남편이 제게 아이디 비번을 가르쳐주며 대신 뭘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해줍니다.

이것저것 누르다가 보지 말아야 할 걸 보게됩니다.

2014년 카드 사용 내역이 있습니다. 00모텔 같은 것들이 꽤 됩니다.

충격 받습니다. 회사 동료와는 2015년에 사귀었는데, 뭘까..

내게 말하지 않은 여자친구가 있으려니 생각합니다.

한가지 정말 남편을 믿었던 것 중 하나는, 남편은 여자 관계 깨끗하고 성에 관한 의식이 건전한 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본인이 보수적이고, 운동이 유일한 취미로 건전하게 살아왔으며 술도 못마시고 싫어하는 것... 그거 하나만큼은 믿었습니다.

그래서 내게 말하지 않은 여자친구가 있었겠구나 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고 며칠이 지나 제 물건을 찾으러 서랍을 열어보는데, 남편의 구형핸드폰이 있습니다.

오래된 스마트폰인데 꽤 오래썼답니다. 2011년부터 2015년 초까지.

그랬으면 안됐는데 호기심에 켜봅니다. 그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옛날핸드폰을 주인허락없이 뒤질만큼 엉망은 아니었는데

며칠 전에 본 모텔 사용내역 몇개가 가슴 속 의심의 씨앗을 낳아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고 맙니다.


스마트폰이었으므로 카톡이나 라인 등 sns를 하고.. 그건 구형폰에 남지 않기 때문에 별 기대 없이 켜긴 했습니다.

메시지 창을 열었는데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메시지에 눈이 캄캄해집니다.

가장 옛날 문자로 돌아갑니다. 2011년... 남편이 서른일때. 나보다 먼저 지금 직장을 다니고 있을 때입니다.


모르는 번호들이 많습니다.

근데 내용이 다 여자입니다.

남편이 결혼식때 초대한 몇 안되는 여자들도 있습니다.

자기를 쫓아다니다가 결혼한 여자동생이라 소개한 A양은, 사실 남편이 찝적댄 거였습니다.

댕댕이라는 애칭을 불러가며, 자기 보러 와달라는 질척한 문자가 있습니다. 여자는 못간다는 철벽뿐입니다.

그정도는 애교입니다.

남편은 알고 보니... 나이트 죽돌이였네요.

새벽 3,4시에 모르는 번호들과 주고받은 문자들.

"친구들 보냈어? 난 나왔어"

"나오실 때 연락하세요"

"빨리 나와"

일요일 새벽마다 새로운 번호가 찍혀있습니다.

지금은 연락이 뜸한 남편의 동네친구와 주고받은 문자에

골뱅이, 홈런왕 등의 혼란스러운 단어들이 오갑니다.

070 등의 광고 문자가 아닌, 주기적으로 업소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본인 핸드폰 번호로 아가씨들 많다는 안내 문자가 있습니다.

채팅을 해서 알게 된건지, 고등학생이랑도 문자를 주고받았네요.. 본인이 고등학생이라 속이고.

전화하자. 너땜에 귀 뜨거워 죽는줄 알았다. 시험공부해? 통화하자 1시간 넘게 통화했네

등의 문자가 있습니다. 여고생에게 너 공부안하지? 너 또 낯선하면서 남자랑 연락하지? 등의 말도 서슴치 않습니다.

그 외에도 자기를 좋아했다던(?) 여러 여자들에게 찝적대는 문자가 많습니다.

채팅하다 알게된 여자들과는 문자 하다가, 좀 친해지면 카톡할까? 로 넘어가 문자가 끊기는데.. 카톡은 볼 수가 없으니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카드 이용내역 문자에는 모텔이 무수합니다.


그리고 2014년 말, 그 구형 핸드폰을 바꾸기 직전

저와 친한 언니이자 회사 동료와도 보통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그 언니는 그러고 2015년 가을에 결혼했는데... 우리 결혼식때도 왔습니다.

내 결혼얘기, 임신얘기 등을 편하게 털어놓은 언닌데, 둘다 너무 끔찍합니다.


둘이 문자를 나눈걸 보았는데, 언니가 결국은 매달리는 내용입니다.

저 무조건 조건보고 결혼할거에요. 사랑만 달라고 안해. 이제 정말 끝이에요.

그 즈음 언니는 남친이 생겼으며 내년 가을에 결혼할거라고 제게 말했었습니다.

내 남편때문에 결혼한거나 마찬가지인듯 했습니다.



남편은 세상 누구보다 깨끗한 척 했습니다.

사실은 제일 더러웠으면서.

친구들이 개차반인건 이유가 있었습니다. 다 끼리끼리지요...

친구들 사이에서 내 남편이 군계일학이라고 생각한 내가 어리석습니다. 내 남편은 딱 그 수준인데, 가면을 잘 써왔던 겁니다.


전 그날 모든걸 털어놓습니다.

당신 옛날 핸드폰을 봤어. 복지포인트 때문에 모텔 사용내역을 알게되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런짓을 했어 미안해.

그런데 거긴 너무 엄청난 과거들이 있었어.

평소 내가 "빠순이, 빠돌이" 라는 말하는 것조차 상스러운 말 쓴다고 단속하던 사람이었잖아.

그런데 결벽증처럼 내게 깨끗함을 요하던 이유가 있었네.

본인이 더러웠기 때문이야. 나를 포함한 다름 사람이 당신을 알려고 할때마다 그렇게 방어친 이유가 있었네. 떳떳하지 못한 과거들 때문이겠지

판도라의 상자를 연 순간, 다시 되돌릴 수 없어. 우리 이만하자.

선언하고 말았습니다.

남편은 제게 저질이라며 화를 냅니다.

본인이 제일 싫어하는 행동을 했다며. 내걸 함부로 뒤진 거냐며. 길길이 날뜁니다.

미안하다했습니다. 나도 떳떳치 못한 행동을 했으니...

하지만 그렇게라도 당신 실체를 알게 돼서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2011년부터 2014년엔 그저 채팅과 업소와 나이트 원나잇에 미쳐서 발정난 개마냥 더럽게 놀아놓고

엄청 깨끗하고 도도한척, 잘생긴 얼굴에 능력도 괜찮은데 눈에 차는 여자가 없어서 초식남처럼 살아온 마냥 가소로웠습니다.


그러면서 날 구박하고 눈치주고 제대로 사랑조차 주지 않은 사람.

지독하게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던 사람.

이제 치가 떨리고 정이 떨어집니다.


헤어지자는 내 말에

그렇겐 못한다며 본인의 과거가 어땠든 너와 만난 이후로는 그런적 없기 때문에 귀책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말뿐입니다.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진짜 사랑하고 마음 준 여자는 나밖에 없다며 그런데 니가 그렇게 저질스러운 행동을 한게 너무 실망했다며

되려 화를 냅니다.


충격으로 몸이 떨리고 아파서 어제는 출근도 못했습니다.

남편 얼굴만 봐도 토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내 몸상태가 남편에 맞서서 할말 따박따박 따지며 헤어질 이유를 널어놓을만하지 않아

그러고 다시 그 일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그냥 데면데면 지냅니다.

남편은 착한 마누라, 또 이렇게 넘어갔구나 다행이다 생각하는지 겉으론 잘해줍니다.

그러다가 제가 며칠을 몸과 마음이 아파 말이 없으니

제가 기분이 안좋으면 너무 화가 난다며, 뭐가 또 마음에 안들어서 인상쓰고 있냐며 몇시간 전에 제게 일갈합니다.

그래. 이게 니 진짜 모습이지...

근데 이것도 얼마 안남았다 생각합니다.

애기 낳기 2주전에 겨우 낸 출산휴간데, 이제 설만 지나면 되는데 설이 너무 깁니다.

출산휴가를 쓴 후, 친정으로 가야겠습니다.

이 많은 얘기들을, 사연들을 어떻게 부모님께 말씀드릴까요?

남산만큼 배불러 애기 낳기 직전의 딸이 헤어지겠다 마음먹고 친정가면 우리 부모님은 어떠실까요?


떠나기 전에, 이혼서류 보내기 전에

저는 그와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알려주고 싶습니다.

시어른들도 납득못하실테니, 같이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결혼 후 내가 받은 상처들, 떳떳하지 못한 행동이었지만 그로 인해 알게된 진짜 떳떳하지 않은 그의 과거들까지....


아직 혼자 아이 낳아 기를 용기가 완전하진 않지만

그이와 평생 사는건 더 용기가 없습니다.

끝까지 본인밖에 모르는 사람.

아마 헤어지면 제 탓이라 하겠죠.

내가 받은 상처만큼 돌려주고싶은 못된 마음이 가득합니다.

그래도 아이 아빠인데, 내 마음은 미움으로 가득합니다.

내 팔자, 내가 꼬았고

내가 사람보는 눈이 없었고

너무 어리석었고 섣불렀습니다. 후회해도 늦은 거 알지만, 정말 모든걸 주고라도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현명하게 헤어질까요.

어떻게 하면 더 다치지 않고 끝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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