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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게를 주로 보고 있고 아이넷 유부라 결게도 조금씩 보고 있지만
동물게시판에 개냥이들만 집중되어 있길래 이곳에 처음 남겨봅니다.
건조한 성격이라 막 달라붙거나 정서적인 유대를 깊이 해야 하는 동물은 못 키우는데다
동물은 최대한 제 본성대로 살아야한다고 생각해서
집안에 키우지도 못하고 밖에다 묶어두는 것도 못해서 개는 못 키우고
냥이는 몇 번 시도했는데 사고사 내지 가출로 끝나버려서;;;
제 성격과 주거환경에 제일 맞는 동물이 닭인 듯 합니다.
마침 A.I. 문제도 있고 하니 제가 8년간 함께 한 닭의 생리를 소개할까 합니다.
아마 글이 길 것 같아요.
시골에는 닭 키우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주로 장날에 사거나 트럭에 방송하며 다니는 병아리 장수들에게서 사요
저희는 귀농하면서 닭 6마리를 들였어요.
귀농했다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가족에게서요.
일반적으로 장에서는 두 종류의 닭만 팔아요.
양계장에서 주로 키우는 갈색 육계와 검은색 오골계(털이 검다고 다 오골계는 아니지만요)요.
저희집 닭들은 출처가 어딘지 모르겠지만 토종잡닭들이라 생김새가 다 제각각이었죠.
왼쪽 아래 번질번질한 놈이 수탉입니다.
알은 태어나 10개월 정도면 메추리알 2배쯤 되는 초란을 낳기 시작하고 2개월쯤 후부터 정상적인 크기의 알을 낳아요.
(동전 올려놓은 것이 초란입니다)
알 크기는 암탉의 몸집에 비례하기 때문에 몸집이 작은 품종은 알도 작구요.
저희집 닭들은 양계장 닭들에 비해 2/3 정도라 알도 비례로 작답니다.
날씨 좋은 봄 가을에 알을 가장 많이 낳고, 춥거나 더운 겨울과 여름에는 줄어듭니다.
잘 낳을 땐 3일에 2알 정도, 잘 낳지 않을 땐 3~5일에 1알
24시간 전구 켜놓은 케이지 닭들은 이틀에 3알 정도 낳고 2년이면 산란률이 떨어져 고기가 되지요.
닭의 수명은 30년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잘은 모르겠고 09년에 들여온 여섯마리 중에는 한 마리만 남았습니다.
대부분은 병사 내지 사고사 했고 작년엔가 수명을 다하고 한 마리가 죽었고 한 마리는 할머니 닭이 되었습니다.
얼굴이 주름진 것이 할머니인게 표난답니다. ㅎㅎ
알은 잘 낳지 않는데 해마다 병아리는 꼭 품어내고 있어요.
들여올 때 몇 살인지는 모르겠는데 다들 알을 낳았으니 최소 2살은 된 상태였고 그렇다면 지금 최소 9살이죠.
봄 가을이면 알도 많이 낳지만 병아리를 품기내기도 많이 합니다.
알을 품기 시작한 암탉은 알을 낳지 않아요.
하루종일 먹는 데 시간을 거의 할애하는 닭인데 알을 품는 순간 하루 한 번, 10분 정도만 둥우리에서 내려옵니다.
그게 딱 21일입니다.
그리고 새끼를 돌보는 기간이 1달~2달 정도 됩니다.
어미들도 다들 성격이 달라서 새끼를 일찍 떼는 놈, 늦게 떼는 놈, 남의 새끼도 다 봐주는 놈, 야멸차게 구는 놈 가지각색입니다.
재밌는 건 처음 새끼를 품어본 닭들일수록 어리버리 하다는 거죠. 마치 첫 아이 낳았을 때처럼요.
그래서 새끼를 잃는 비율도 높아요. 알 품는 것도 서툴고.
알을 품겠다고 마음먹은 닭은 그날로부터 보통 열개쯤 알을 모읍니다.
물론 사람인 제가 날마다 걷어가버리기 때문에 실제로는 열 개도 아니고,
제 알 남의 알 구분이 없기 때문에 그냥 열흘 정도를 맘 속으로 세는 거죠. ㅋㅋ
제가 닭의 마음까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그런 느낌적인 느낌;;;
왜냐면... 품겠다 맘 먹은 닭은 알이 없는 둥우리라도 가서 앉아있거든요.
암탉들은 알둥우리를 공유하기 때문에 남이 품고 있건 말건 제가 낳고 싶으면 낳아두고 갑니다.
그래서 알을 품기 시작한 암탉은 다른 암탉과 격리시켜야 합니다.
물론 자연상태면 자기만의 둥우리를 어딘가 숨기 좋은 곳에 만들기 때문에 상관없을 것 같지만
사람이 키우는 닭들은 사람이 만들어준 둥우리를 공유하기 때문에요.
보통 10~15알 정도가 적정량인데 격리시키지 않으면 아무나 낳은 알 때문에 품에 들어가지 못한 알이 늘어나고
요이똥하고 21일에 짜잔~하고 나오는 병아리인데 품기 시작한 날 같이 시작하지 않으면
엄마 닭이 늦게 깨는 알까지 무한정 기다려주지 않거든요.
처음 깬 병아리가 배고프다가 칭얼거리면 어미닭은 나머지 알들을 포기하고 새끼를 우선합니다.
막 깬 병아리는 젖어있어서 엄마품에서 몸을 말리고 기운을 차린답니다.
하루 이틀밤 정도는 엄마품에서 지내야 짱짱해지는데 그 기간 동안은 먹지 않아도 되요.
그 이틀이 지나면 먼저 깬 녀석은 나가자고 조르죠. 귓볼이며를 물어뜯으며 조른답니다.
보통은 같은 날 품기 시작한 알은 하루 차이 정도로 같이 깨어납니다.
그 날 안 깨는 알들은 알 속에서 불의의 사고로 죽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태어난지 일주일 정도 된 아가들입니다.
날개끝에 깃털이 자라기 시작합니다.
어미들은 지극정성 자식을 돌봅니다.
아직 어려 추위를 잘 타는 병아리들을 중간중간 품속에 넣고 덥혀주고
먹을만한 걸 발견하면 꾸꾸거리며 아가들 불러모으고 발로 헤집어 벌레라도 찾으면 새끼부터 맥이죠.
몸 속에 기생하는 벼룩인지 빈대인지 그런 녀석들을 털어내기 위해 흙목욕은 필수입니다.
흙목욕하는 법도 아가들에게 가르칩니다.
이 녀석이 9살 이상된 최고령 암탉
밤이 되면 병아리들은 다 어미품으로 기어듭니다.
욘석들은 한 달 이상 되어 꽤 자랐는데도 엄마품에서 꽃다발처럼 잠을 잤어요.
새끼 기르기 제일 마지막은 횃대잠 자기입니다.
심한 야맹이라 바닥잠을 잤다가는 다른 짐승들에게 먹히기 좋답니다.
아가들이 어릴 때는 날개에 힘이 모자라 높이 오를 수 없기 때문에 어미가 희생을 감수하고 바닥잠을 자다가
때가 되면 오르는 것을 가르칩니다.
이 시기에 저녁 무렵이면 꽤나 시끄럽습니다.
당연히 엄마 품에 자고 싶은 병아리들은 엄마 어디갔냐고 난리고 엄마는 올라오라고 계속 부르고
올라가는 게 익숙해지고 나면 서로 엄마 바로 옆에 붙겠다고 난리고 ㅎㅎ
그러고 나면 독립입니다.
아가들은 엄마엄마 하면 모여들지만 옆에 오면 쪼입니다.
아직도 내가 니 엄마로 보이니? 뭐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