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런 이야기 수백번은 들은것 같네요.
오늘 기분좋게 횟집가서 한잔 하려다가, 2시간 내내 취향강요 당하고 왔네요.
안그래도 올 해는 오징어가 잘 안잡혀서 많이 먹지도 못했는데.. 슬프네요.
1. 오징어 회란?
보통 싱싱한 오징어의 내장과 껍질을 제거하고 얇게 채썰어낸 것을 뜻한다. 필자의 인생 회이자, 유일무이하게 내 돈내고 먹는 회중 하나이다.
2. 오징어 회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징어를 좋아하는 이유를 세가지로 간추린다면, 첫째 단맛이다. 오징어 회를 먹게된다면 아무 양념도 묻히지 않은채
그냥 한번 씹어보자. 5번부터 오징어자체에서 단맛이 우러나오고 8번정도를 씹으면 고소한맛이 나온다. 보통 사람들은
오징어회는 별 맛이 안나기 때문에, 초장을 많이들 씩어먹는데, 필자는 쌈장이나 간장에 많이 찍어먹는다. 물회를 먹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물회의 육수에 쌈장 반숟갈이면 풍미가 훨씬 살아난다.
둘째는 오징어는 씹는 맛이 좋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생선중에 오징어만큼 탄력이 있는 회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정말 신선한 오징어회를 먹는다면 오징어의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셋째는 비린내이다. 어느정도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 중에 비린내를 느끼는 사람과 못 느끼는 사람이 갈라지며,
비린내를 많이 느끼는 사람들은 먹을 수 있는 해산물에 대한 기준이 생긴다. 필자의 경우도 해안지역 사람임에도
비린내를 심하게 느껴 모든 해산물을 다 먹진 못한다. 정말 신선한 생선은 비린내가 안나는 것, 인정한다. 하지만
매번 식당에 갔을 때, 신선한지 안신선한지를 따질수도 없을 뿐 더러, 전문가가 아닌 이상 눈으로 보고 신선도를 판단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모듬회라도 먹을수 있을 수도, 못먹을 수도 있다. 그에 반해서 오징어회는 거의 항상 비린내가 안난다.
어디서든 실패할 확률이 전혀 없는 회 중 하나이다.
3. 오징어회를 좋아하면서 힘들었던 점
일부의 사람들이 정의한 공식이 있다. 『회 먹을줄 모르는 사람 = 오징어회 먹는사람』
필자는 항상 오징어회를 좋아한다고 말을 하면, 사람들은 본인에게 "너 회 많이 안먹어봤구나?" 하며 무시한다.
그런데, 도대체 위의 공식은 누가 만들어 낸건지 궁금하며 사고방식 자체에 결함이 있는 사람 같다.
본인의 본가가 죽도시장에 인접해있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죽도시장에 일을 하실 때,
먹고 맛본 회가 3열 종대로 지구 12바퀴다. 그 중 모든 회가 다 맛있을 순 없다. 음식이란게 개개인의 취향인데,
먹는 음식 하나로 사람을 무식하게 만들어버리는 공식이다.
위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을 본다면, 빨리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다. 자리를 피하지 못하면, 식사 내내 자신의 취향을 강요받을 것이다.
+ 필자에게 비린내란?
그냥 편의상 비린내라고 하지만, 보통 바다내음이라고도 하는 것 같다. 필자가 정의하는 "비린내를 못 느끼는 사람"이란?
『고등어구이나 꽁치구이를 먹을 때, 검은 살 부분을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는 용자』를 뜻한다. 필자는 이와 반대인 것이다.
필자와 같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해산물은 새우, 전복, 게종류, 흰살생선, ☆신선한☆ 등푸른 생선의 흰살 부분,
조개류의 관자 등등이 되겠다. 이런 비린내가 사실 별 것 아닌것 같지만,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입으로 똥을 넣고있는
것이다.
요약
필자는 오늘 내륙사람에게 회먹는 방법을 2시간동안 듣고 왔다. (필자 포항 죽도시장 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