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아본지 한 4년밖에 안되었지만,
부부의 삶이란 철저하게 기브앤 테이크라는 생각이 든다.
주고 받고가 안돼면 삐걱거리고, 끝내는 부부라는 부를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다고 말이다.
그가 나에게 100원을 준다. 나는 100원을 받았으므로 또 100원을 줘야 한다. 가 아니다.
그는 나에게 100원 줬다. 난 그와 동시에 받음에 대한 고마움이나 마음을 바로 표현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부부의 삶을 유지하는, 아니 가능케 하는 것이라고.
금요일 저녁에 퇴근한 신랑이 직장 마당에서 키우는 리트리버가 사료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걱정 된다고. 좀 더 지켜 보고 병원에 데려 갈까 어쩔까 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래. 병원 같이 데려 가자. 그때 말해줘. 라고 말했다.
운전을 못하는 그는 경기도 외진곳에 있는 직장에서
같이 가서 병원에 데리고 가자는 말도 못하고 그렇게 어렵게 말을 꺼낸다.
우리는 맛있는 저녁을 먹고 그는 소주도 두병을 마시고 티비도 보고 후식도 먹고 자려고 누웠다.
그런데 그가 또 개 이야기를 한다.
5년넘게 키우면서 한번도 그런적이 없었는데 사료를 안 먹는다고 한다.
밤 12시가 넘은시간.
지금 데려 와서 집에서 씻겨서 하루 자고 아침이 되면 그때 병원 가자.
이렇게 자기 전에도 생각나는거 보면 지금 하는게 맞다고
강아지는 문제가 눈에 보일때가 되면 그땐 늦는거라고.
밤 1시가 되서 나는 차를 몰았다.
한시간 가까이 걸려 직장에 도착했고
여전히 사료를 거의 먹지 않은 밥그릇이 있었다.
그렇게 다시 또 차를 몰아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녀석 참 꼬질하다. 욕조에 물을 받아 씻기니 색도 너무 이쁘다.
직장에서 챙겨온 먹던 사료를 다시 줘본다, 역시나 안먹는다.
혹시나 해서 집에 있는 고양이 사료를 줘 본다.
......................................................................미친듯이 퍼먹는다.
'아차... 얼마전 사료를 바꿨는데'
그가 벙찐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한다.
다음날 병원에서 30만원이 좀 넘는 병원비와 함께했지만,
역시 문제는 없었다. 약간의 변비 증세가 있다고. 약을 몇일분을 타왔고
혈액검사 변검사 엑스레이 모두 큰 문제 없다고.
그리고 다시 정오에 강아지를 직장에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둘다 가게로 향했고 그는 가게를 청소해주었다.
예정된 수강생이 오자 그는 혼자 집으로 향했다.
나는 더 일을 하고 저녁에 집에 도착했다.
12시간이 안돼는 시간동안 4시간 넘게 운전을 하고 짧게 잠을 잤지만,
그의 이 카톡 때문에 피곤하질 않더라.
무뚝뚝한, 아니 말을 하길 싫어하는 엄마 아래서 자란 나는 늘 애정이 고팠다.
지금 같이 사는 저 남자는 가진 것도 없었고, 나이도 많다.
하지만 그와 함께 하는 걸 택한 건 말 때문이였던 것 같다.
늘 '고생했어. 고마워. 사랑해' 라는 말이 삶에 있어서 중요한건
그 말이 모두 감정이기 때문이다.
탓하고 비난하고 잘못을 꼬집어 내는 말이 아픈 것 또한
그 말이 모두 감정이기 때문이다.
운전 연수 받을거라고 운전하면 또 잘할거라고 그가 말한다.
몇년전에도 몇달전에도 몇일전에도 했던 말을 또 한다.
내 속에선 '진짜 운전할때나 말해! 아니면 운전부터 하던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하지만 '응 오빤 잘 할 수 있을꺼야. 믿어~'라고 말해준다.
그 말이 곧 감정이고 마음이고 전파되기 때문에.
진짜....올해는 그가 모는 차를 타고 싶다.
더이상 자동차 보험료만 더 내는건 싫다.....
차라리 안한다면 보험이라도 안 넣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