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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었나봐요.
게시물ID : readers_274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체호프의총
추천 : 10
조회수 : 622회
댓글수 : 25개
등록시간 : 2017/01/22 07:22:24

어릴 적부터 책과 게임과 그림에 빠져 살았어요.
많이 읽을수록 읽는 속도는 더 빨라졌고, 고등학생 즈음 되서는 학교에서도 하루에 세 권씩 책을 읽었구요.

그렇게나 많이 읽었는데 대학교에 올라간 뒤로 더 이상 책을 읽지 않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환경의 변화도 있고, 워낙에 바쁜 과라서 말이죠.
워낙에 책을 가리지 않고 많이 읽었기 때문에 어떻게 버티고는 있었지만 알음알음 내적인 뭔가가 빠져나가더라구요.

웃긴 게 고등학생 때 "어른들은 절대 소설을 읽지 않고 뉴스만 본다"라는 책 구절이 있었는데,
읽으면서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왜 문학을 멀리할까? 얼마나 재밌고 유익한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얼마 전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는데 말이죠.
글쎄 살 책이 없더라구요.
예전에는 누가 책을 사준다고 하면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손님? 하면서
평소에 갖고 싶었지만 비싸서 못 사고 있던 책들을 술술 잘도 꺼내왔는데
서점에 가니까 숨이 턱 막히는 거에요.

물론 광화문 교보문고의 시장바닥같은 분위기도 한 몫 했겠지만
진열대에 놓인 책들의 표지를 슬슬 쓸며 문학 코너를 한 바퀴 도는데
저도 모르게 '어차피 도움 안 되는 소설은 좀... 정보를 주는 유익한 서적을 읽을까?'하고 생각하고 있더라구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어른이 되었나봐요, 제가......
그걸 깨달으니까 무척 슬퍼지는 거 있죠......

이번 달 월급을 받으면 서점에 가려구요.
그리고 책을 살 거에요.
전처럼 하루에 세네권씩 뚝딱 읽지는 못하리란 걸 스스로도 알아서, 한 달에 두 권은 꼭 읽기로 정했어요.
하나는 무조건 문학, 하나는 종류 상관 없이.
꼭 문학을 가까이 해야 좋다, 문학을 읽지 않으면 형편없다 이런 건 아니에요.
그냥 저 스스로 십만 프랑 짜리 집보다는 아주 아름다운 장밋빛 벽돌집을 보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기왕이면 책게에 매달 읽은 책의 리뷰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제 생각을 남에게 말하는 건 무섭지만요.
모두 다독하는 한 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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