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
사실 저랑 어제, 그제 새벽에 마주쳤습니다.
가출 첫 째날,
뭐 좀 마실거 사러 새벽에 나가려는데 문을 여니, 10 미터쯤 떨어진 데서 무언가의 눈 빛이 번쩍이더군요.
순간 알았습니다. 동네 길냥이들은 다 알고 있기에.. 이녀석.. 눈 빛이 그 녀석이다.
저도 놀라서.." 너~~~" 하니까, 반대 쪽으로 점핑 점핑 하며 도망가더군요...
헉... 그래도 보고 나니.. "짜식.. 그래도 큰 길로도 안나갔고, 다치치도 않은 것 같아. 다행이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출 둘 째날,
사실 녀석이 탈출 한건 사람이 다닐 수 없는 쪽의 베란다... 그러니 우리집 현관을 알리가 없습니다.
11시 쯤... 하던 일이 잘 안풀려, 그리고 혹시 이 녀석이 근처에 있지 않을 까 싶어 집을 나섰습니다.
아니 그런데...
문을 열자 마자 저하고 눈이 마주친 녀석이 있었으니...
그렇습니다. 이 녀석 현관 바로 앞에 있었던 겁니다.
제 얼굴을 보자 마자 바로 튑니다.
튀다가 옆집 현관 난간에 올라 가서는 저를 쳐다봅니다.
노려보는 건 아니고 겁이 나는 모양이더군요.
제가 안움직이니까. 지도 가만 있음.
집으로 전화해서 무언가 꼬실 것 좀 가져오라 했습니다.
다가 가면 또 도망갈까봐요.
그런데 제가 잠깐 고개를 돌린 사이 또 도망가더 군요.
일대를 샅샅이 훑었으나 찾을 수 없었습니다.
쩝.. 보니까 집앞에 놔둔, 평소 지 좋아 하던 습사료는 싹 비우고 가셨데요...
케이지 안에 넣어 놓고 지 쓰던 쿠션도 넣어 놓고 했는데 밥만 먹고 튀셨습니다.
"그래 굶지도 않으니 진짜 다행이긴.. 뭐가 다행이야! 들어 오면 넌 케이지 행이다."
새벽 2시쯤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옵니다. 화가 나서요...
그래서 혹시나 하고 또 나가 보기로 했습니다.
한바퀴 돌면서 숨을 만한 곳들을 봤지만 다른 집에 민폐가 될까바, 그냥 가만히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집 와이파이에 접속하려고 대문 옆에 바짝 붙어 폰을 만지작 만지작, 3분쯤 흘렀을까?
제 발 아래서 무언가 튀어 나갑니다. "저 자식이"... ㅡ,.ㅡ 네 발 난간 바로 아랬 쪽에 계셨던 것입니다.
약올리 듯 메롱하면서... "아빠 전 밖이 더 좋아요..라는 듯한 눈빛을 날리며 가버리더군요."
가출 마지막날.
오후에 인근 주민에게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발코니쪽 에어컨 실외기 뒤에 숨어 있다고....
와이프가 갔답니다. (전 일하던 중)
와이프를 보더니 순순히 안겨서 집에 왔다네요..
햐.. 진짜 어이가 없습니다.
평소에 저만 보면 부비적대고 출근하려면 못가게 방해하고 시끄럽게 굴던 녀석이.
맨날 구박만 하던 와이프 품에 안겨서 집에 왔답니다. ㅡ,.ㅡ
그래서 3일간의 가출을 끝났습니다. 지금 사료 한바탕 해치우시고 요상한 자세로 주무신답니다.
아래 사진은 분명 자는 사진 입니다.
인근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동네 길냥이들 만날 때 마다 쥐어 터졌다네요.
저희 길냥이들 보통 아니거든요. 생긴 것도 무섭고 하는 짓도.. ㅋㅋ
그거 보고 동네 할아버지 한 분이 막대기로 구출(?) 해주셨다는데, 그 뒤로 할아버지 따라다니며 애교 발사 발사 하고 다녔다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