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도저한 현기증이 나를 찾아온다.
어린시절 쓰고 잃어버린 마음에 꼭 맞는 시처럼 오랜 동안 그리워할 꿈을 하나 찾았다. 당신과 함께 사는 꿈이었다. 꿈 속에서 당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당신의 언니를 보았고 그건 당신의 모습을 표상해주고 있었다. 침대에 치우지 않은 채 놓인 당신의 옷이 나의 마음인 양 어질러져 있었다.
꿈에서 깬 뒤 나는 몇 초간 꿈에서 깨어난 것이 아닌 줄로만 알았다. 내가 기절한 뒤 꿈 속에서 다시 깨어난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렇다면 얼마나 행복했을지…… 당신과 함께 삶을 할 수만 있다면 나는 현실에서 중요한 몇 가지를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과 삶을 함께 할 수만 있다면……
현기증은 꿈이 우리를 부르는 소리이다. 고로 나는 현기증이 찾아오면 앉음과 서있음, 잠과 깨어 있음, 죽음과 삶 사이에서 영원히 갈등하는 영혼이 되어 횡설수설 사이를 걸어 다닐 것이다. 다시 같은 꿈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만큼이나 슬픈 일이다.
당신은 꿈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기억할 것이니, 당신이 했어야 할 그리움 마저도 내가 떠 앉겠네. 흘러 넘치는 그리움을 주체할 수는 없으나 나는 그것을 당신에게 숨기고 살아가는 도망자처럼 당분간을 보낼 것이다. 당신을 볼 때마다 나는 현실과 꿈을 착각하며 살아갈 것이고, 흘러 넘치는 그리움은 꿈이 현실이라는 담보처럼 행동하며 나를 유혹할 텐데. 내가 품었던 당신에 대한 평범한 마음은 이렇게 다시 끝이 나지만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겠네. 이제 나는 행복의 궁전 안에서 꿈이라는 잘못된 보물을 훔쳐온 도둑처럼 평생을 삶에서도 꿈에서도 도망 다니리라.
제가 혼자서 만든 잡지 '우다-환상으로부터 온 에세이' 에 수록될 에세이 중 일부입니다. 반응이 좋으면 미스테리 갤러리에 쭉 연재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