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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투더코아의 詐欺 列傳]27.전단열전(田單列傳)
게시물ID : history_130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투더코아
추천 : 10
조회수 : 64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12/16 20:25:58
투더코아의 詐欺 列傳.
http://www.podbbang.com/ch/6526
 
*전단열전(田單列傳)
 
이제는 슬슬 등장인물이 겹치기 시작한다.
전국시대 사공자 이야기부터 여러 장수들의 이야기와 나라를 구한 충신열사들의 이야기가
모두 전국시대 말기 동시대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거니와
항상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처럼 여러 나라에 어려운 일이 생길때마다 그 위기를 구하는 영웅이
탄생하는것은 시대의 부름을 만난 한 인물이 거대한 물결을 타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때문인듯 하다.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서 자고나면 전쟁이고 자고나면 침략이었던 때에 이처럼 수많은 영웅호걸이
등장한것은 무슨 이유인가?
단재 신채호 선생은 "개인은 사회라는 불무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하였다.
"나폴레옹이 조선시대 안동 도산서원 근처에서 태어났다면 황제 나폴레옹이 되지 못하고
도포입고 논어.대학을 읽어 물러가 송시열이 되었거나 나아가 홍경래가 되었을 것이다."
라고 하신 단재선생의 말씀처럼 시대적 상황이 인물을 만들어 내고 그 인물을 불러내었던것이라 생각된다.
전국시대는 천하열국의 혈전속에 그렇게 인물을 배출하고 사상과 철학과 학문을 발전시켰던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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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왕이 수도 임치를 잃고 거주 땅으로 달아난 뒤에 전단만이 즉묵을 근거하여
연나라 대장 기겁을 몰아내고 드디어 제나라 사직을 보존했다.
이제부터 전단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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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우기계(火牛奇計)
 
전단(田單)은 제나라 전씨중의 한 사람이다.
전단은 지혜롭고 병법에 능통했다.
비록 왕족이었지만 제민왕 시절에 임치의 하급관리였다.
그러나 그를 아는사람이 별로 없었다.
당시에 연나라의 악의장군이 제나라를 쳤는데 제민왕은 수도 임치를 버리고 도망쳐서 거주땅에 숨었다.
전단과 그 일족도 수도 임치를 떠나 안평 땅으로 피난을 떠났다.
안평땅에 당도한 전단은 수레바퀴를 철엽으로 단단히 싸매고 그 일족들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했다.
그러나 주위의 사람들은 전단을 비웃었다.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연나라 군대가 안평땅까지 침략해 들어왔다.
안평에 있던 사람들은 앞다투어 달아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수레바퀴가 부서지거나
바퀴가 빠져버리는 바람에 연나라 군사들에게 잡히거나 죽었다.
그러나 오직 전단의 일족만은 무사히 그곳을 벗어날수 있었다.
수레바퀴를 철엽으로 단단히 싸맸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무사히 즉묵땅까지 달아날수 있었다.
즉묵성의 성주는 연나라 군사와 싸우다 전사했기때문에 즉묵에는 성주가 없었다.
그때 즉묵 사람들이 전단을 추천 했다.
"전단은 현명한 사람이다.
그는 수레바퀴를 철엽으로 감싸서 여러사람이 안평의 난리를 피할수 있게 하였다."
그래서 전단은 즉묵성의 유수겸 장군이 되었다.
전단은 간첩을 풀어 악의를 모함하는 소문을 퍼뜨렸지만 연소왕은 그 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러다가 연소왕이 죽고 연혜왕이 즉위 했다.
전단은 "이제야 때가 왔다." 고 생각하고 즉시 여러 사람을 연나라에 풀어 악의를 모함하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게 했다.
"제민왕이 이미 죽고 남은것은 오직 거주와 즉묵 뿐이다.
그런데 악의는 그 두성을 함락시키지 않고 있다.
이것은 악의가 제나라 사람들에게 마음을 사서 남면하여 제나라 왕이 되려하기 때문이다."
전편 악의열전에서도 말한바 있지만 연혜왕은 악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악의를 의심하게된 연혜왕은 즉시 기겁을 제나라로 보내고 악의를 파면했다.
악의는 조나라로 달아나 버렸고 연나라 병사들은 그런식의 장군교체에 매우 분개하였고
그래서 연나라 군사들의 사기는 떨어져버렸다.
 
어느날 전단은 군사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나는 지난밤 꿈에 하늘의 옥황상제를 만났는데 그때 옥황상제께서 나에게 한 신인(神人)을 소개하시며
[장차 제나라는 흥하고 연나라는 망할것이다.
이제 이 신인이 제나라 군사를 지휘 할것이니 어찌 이지기 못하겠는가.]
라고 말씀하셨다."
전단의 말이 끝나자 모여있던 군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였다.
이때 그 군사들 중에 한 영리한 소졸이 있었는데 이 소졸은 전단의 말을 듣고 느낀바가 있어
전단 앞으로 나서며 조용히 말했다.
"제가 가히 그 신인이 될수 있겠습니까?"
소졸은 말을 마치기 무섭게 달아나기 시작했다.
전단은 황급히 일어나 소리쳤다.
"저분이 바로 내가 어젯밤꿈에 뵌 그 신인이시다.
저분을 속히 이리로 모셔오라."
전단의 부하들이 즉시 뛰어가서 달아나던 그 소졸을 붙들어 모셔왔다.
전단은 곧 그 소졸에게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히고 찬란한 관을 씌우고 군막 위 상좌에 모시었다.
그리고 전단은 그 소졸 앞에 엎드려 절하며 말했다.
"신인이시여 연나라 군사를 쳐 물리치시고 우리 제나라를 구원하여 주시옵소서.."
그 소졸은 나즈막한 목소리로 전단에게 말했다.
"제가 감당할수 있을까 두렵습니다."
전단역시 꿇어앉은채 낮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너는 그저 입다물고 가만히 앉아서 내가 시키는대로만 하여라.
사세가 매우 급하니 너의 임무가 막중하다."
이에 신인이 된 소졸은 수많은 군사들 앞에 높이 앉아서 굽어보며 말없이 고개만 두어번 끄덕거렸다.
이를 본 군사들은 또다시 일제히 환호성을 올리며 기뻐하였다.
이리하여 소졸은 신인이 되고 하늘에서 내려온 사자로 행세하게 되었다.
그후로 전단은 신인과 짜고 매일같이 무언가를 보고하는듯이 아뢰고 분부를 받았다.
 
어느날 전단이 성안 사람들을 불러모아 놓고 말했다.
"신인께서 내게 명하사 성안 사람들은 누구나 식사때마다 밥을 먹기전에 뜰에 음식을 차려놓고
하늘과 조상께 제사를 지낸후에 식사를 하도록 하라고 하셨다.
그러니 오늘부터 여러분은 반드시 아침저녁으로 하늘에 제사를지내도록 하라."
그날부터 성안 사람들은 조석으로 마당에서 제사를 지냈다.
이에 제사가 끝나면 새들이 집집마다 날아들어 뜰에 놓인 제사음식을 먹었다.
 
한편 성 바깥의 연나라 군사들은 아침저녁으로 날짐승들이 즉묵성 안으로 날아 들어가는것을 보고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후 어느덧 이런 소문이 성 밖에 연나라 군사들에게까지 퍼졌다.
"즉묵성 안에 신인이 강림하셨다.
그래서 새들이 아침저녁으로 즉묵성으로 모여드는것이다."
"이거 야단났다. 하늘이 제나라를 돕고 있으니 우리가 어찌 제나라를 이겨내겠는가?"
이런 소문이 오가는 사이에 연나라 군사들은 자연히 사기가 떨어지게 되었다.
전단은 다시 부하들을 시켜 다음과 같은 소문을 퍼뜨렸다.
"지난날 악의는 매우 인자하여 우리 제나라 사람들에게 어떤 피해도 끼치지 않았다.
그래서 즉묵성의 사람들은 제나라 군사를 두려워 하지 않았는데
이제 새로온 연나라 장수 기겁은 우리 제나라 사람을 잡기만 하면 코를 베어버린다고 한다.
큰일이다. 이러니 우리가 어찌 이 성을 지켜낼수 있겠는가?"
이 말은 계획적으로 성 밖의 연나라 군사들에게까지 퍼져 나갔다.
이말을 들은 연나라 기겁은 무릎을 치며 말했다.
"그렇다. 제나라의 마지막 남은 즉묵과 거주를 함몰 시키지 못한것은 너무 부드럽게 대해준 탓이다.
악의가 실패한것이 다 그때문이로구나.
이제 제나라의 포로를 사로잡으면 모두 코를 베어 그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줘야 한다.
그래야만 즉묵사람들이 겁을 먹고 항복할 것이다."
그후에 연나라 군사들은 제나라 포로를 잡기만 하면 무조건 코를 도려내어 버렸다.
그러자 제나라 백성들은 누구도 연나라에 항복하거나 탈주하는자가 없었고
코를 베이지 않으려고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게 되었다.
전단은 또다시 성안의 군사를 모아놓고 말했다.
"우리 즉묵사람들의 조상의 묘는 전부 성 밖에 있다. 만일 연나라 군사들이 여러분의 묘를 파헤치면
이일을 어찌하겠는가?"
역시 이 말도 연나라 장수 기겁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기겁은 연신 머리를 끄덕이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그렇다.성밖에 있는 무덥들을 모두 파헤쳐라."
과연 연나라 군사들은 제나라 조상들의 무덤을 파헤쳐서 송장을 끌어내어 불을 질렀다.
그리고 해골을 모아 제나라 즉묵성에서 볼수있도록 한곳에 늘어 놓았다.
이를 본 즉묵 사람들은 이를갈며 분노 하였다.
"내 언제고 성밖에 나가는날 연나라놈들의 생살을 뜯어 씹어먹겠다."
"지금 당장 나가서 저놈들과 싸워 사생 결단을 해야 한다."
"우리모두 전단장군에게 싸우기를 청하러 가자."
제나라 사람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기세였다.
즉묵의 군사들은 군문 앞으로 몰려와서 전단에게 나아가 싸울것을 소리높여 청하였다.
"장군께서는 우리 조상들의 원수를 갚게 해주십시오."
전단은 속으로 이제야 싸울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전단은 우선 병사들을 다독거린뒤에 결사대5000명을 선발 했다.
전쟁준비를 하면서 전단은 몸소 사병들과 함께 일하였고 처첩들을 대오에 편입 시키고
음식을 풀어 사졸들을 배불리 먹였다.
그리고 나서 전단은 명을 내렸다.
"결사대 5000명은 지금부터 백성들의 집안에 숨어 있고 성벽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
그대신 노약자와 부녀자들만 성루에 올라가 성을 지켜라."
연후에 전단은 사자 한명을 즉묵의 부자처럼 가장하게하여 연나라 진영으로 보냈다.
"지금 성 안에는 양식이 모두 떨어졌습니다.
즉묵은 곧 항복할것입니다. 여기 황금 1천일(鎰)을 바칠터이니 입성 하시더라도 저희 가족만은
해를 입지 않도록 살펴 주십시오."
기겁은 크게 기뻐하여 주위를 돌아보며 자랑스레 뽐내었다.
"나와 악의를 비교해 보라. 과연 둘중에 누가 더 훌륭한가?"
"장군께서는 악의보다도 백배는 훌륭하십니다."
연나라 군사들은 즉묵이 항복할것 이란 소식에 모두 만세를 부르며 좋아 하였다.
그래서 연나라 군사들의 군기는 해이해질대로 해이해 졌다.
연나라 군사들은 아무런 방비도 없이 그저 즉묵이 항복할 날을 기다리며 하품만 하고 세월을 보냈다.
 
한편 전단은 성내의 소 1천여 마리를 모았다.
병졸들을 시켜 소들에게 붉은 비단으로 옷을 해입히게 하였다.
또 그 비단옷에 오색 칠로 용의 무늬를 그려넣었다.
날카로운 비수를 여러개씩 묶어 양쪽 뿔에 비끄러 매었다.
그리고  갈대를 한묶음씩 묶고 기름을 듬뿍 먹여 큰 빗자루만큼씩 하게 하여 소의 꼬리에 매달았다.
 
전단은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가 밤이 되자 그동안 숨겨뒀던 5000결사대를 소집했다.
5000의 결사대는 얼굴에 붉게 푸르게 환칠을 했다.
전단은 성벽 모퉁이에 몰래 구멍을 뚫고 5000의 결사대가 소들을 몰고 성 밖으로 나갔다.
 
드디어 전단의 신호가 떨어지자 결사대는 소의 꼬리에 달린 기름먹인 갈대에 일제히 불을 붙였다.
소들은 꼬리에 불이 붙자 크게놀라 괴성을 지르며 내닫기 시작했다.
결사대는 손에 횃불을 들고 소들의 뒤를 따랐다.
 
한편 연나라 군사들은 며칠후면 즉묵성이 항복할것이란 생각에 아무 방비도 없이 편히 잠들어 있다가
갑자기 지축이 흔들리는듯한 소리를 들었다.
정신을 차리지도 못하고 나와보니 대경실색할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눈앞에 수없이 많은 불덩이가 달려드는데 그 불빛속을 자세히 보니
이것은 범도 아니요 사자도 아닌 오색찬란한 용이었다.
아니 용같으면서도 용도 아닌시뻘건 괴물들이 기괴한 울부짖는 소리를 내며 달려오고 있었다.
이를 본 연나라 군사들은 혼이 달아나고 넋이 빠져버렸다.
 
소들은 꼬리가 뜨거워 질수록 더욱 크게 괴성을 지르며 또한 더욱 미친듯이 달려들며
연나라 군사들을 닥치는대로 들이받고 짓밟았다.
연나라 군사들은 놀라서 달아나지도 못하고 죽은자가 태반이었으며 정신을 차려 달아나던 군사들도 소뿔에 달린 날카로운 칼에 찔려 죽고 소에게 짓밟혀 죽고 불에 타죽은자가 부지기수였다.
용케 달아나던 군사들은 또다시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였다.
지옥의 야차처럼 얼굴에 피칠갑을 한 귀신들이 큰 칼을 들고 달아나는 연나라 군사들을
닥치는대로 쳐죽였다.
연나라군사들은 수백만의 귀신들이 하늘에서 내려온줄로만 알았다.
더구나 연나라 군사들은 즉묵성 안에 하늘의 신인이 하강하여 와있다는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크게 겁을 먹게 되었다.
이러한때에 전단은 성 안의 남은 군사들과 백성들까지 모조리 끌고 나왔다.
병사들은 싸우고 노약자들은 놋그릇이나 솥단지 같은것을 두드리며 뒤를 따랐다.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뒤집히는듯 했다.
살아남은 연나라 군사들은 거의 넋을 잃었다.
그들은 다리가 떨리고 눈앞이 아찔하여 달아나며 쓰러지고 짓밟히고 이리저리 죽어 자빠졌다.
 
장군 기겁은 어찌나 놀랬던지 수레를 몰고 달아나다가 바위에 걸려 나가 떨어졌다.
기겁은 황급히 일어나서 달아나려 했지만 앞을 가로막고 달려오는 전단과 마주쳤다.
전단은 창을 높이 들어 단 한번에 기겁을 찔러죽였다.
 
연나라는 대패하였고 날이 밝은후 대오를 재정비한 제나라군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연나라 군대를 추격 하였다.
이러한 소문이 삽시간에 제나라 전역에 퍼졌다.
ㅡ연나라 장군 기겁이 죽고 우리 제나라가 크게 이기고 있는 중이다.ㅡ
이 소문이 퍼지자 제나라 모든 지방이 일제히 연나라에 반기를 들고 일어났다.
전단의 군사는 나날이 늘어났다.
전단은 각지에서 모인 군사들을 모아서 하상 땅까지 치달아서 연나라 군사들을 제나라 북쪽 경계선 밖으로 몰아내고 말았다.
이리하여 연나라에게 빼앗겼던 제나라의 70여 성을 일거에 되찾게 되었다.
 
제나라 장수들은 나라를 되찾은것은 오로지 전단의 공이라 칭송했다.
사실 전단의 공로는 컸다.
모든 장수들은 전단을 제나라의 왕으로 추대하려 하였다.
전단은 조용한 음성으로 모든 장수들에게 말하였다.
"지금 태자께서 거주땅에 계십니다.
원래 나도 왕족의 한사람인데 친척간인 태자를 두고 어찌 이나라 왕위에 오를수 있겠소?
여러분은 그런말 마시고 어서 태자를 모셔올 차비를 서두르시오."
그리하여 태자 법장은 어가를 타고 거주를 떠나 임치성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태자가 대궐 정전에 높이 앉아 왕의 자리에 즉위했으니 그가 바로 제양왕 이었다.
제양왕은 전단을 숙부라 부르며 공로를 치하하고
전단이 처음으로 명성을 얻은것이 안평 땅이었다 하여 전단을 안평군에 봉하고
만호의 식읍을 하사하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태사공은 전단에 대하여 이렇게 평하였다.
 
"전쟁이란 정병으로 적과 맞서고 기병으로 허를 찔러 승리하는것이다.
기병을 내는 계책이 무궁무진한 자를 전쟁을 잘하는자라 할것이다.
처음에 처녀처럼 갸냘프게 보이면 적이 방심하는데 그럴때 그물을 벗어난 토끼처럼 재빠르고 맹렬하게 행동하여 적이 방비할 틈을 주지 않는것이 바로 전단의 경우라 하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평소에 다른 열전은 여기서 끝을 맺는것이 보통인데 사마천은 이 전단열전에 태사공 왈(太史公曰)
이라 해놓고 끝을 맺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 끌어간다.
그래서 필자도 이야기를 좀더 이어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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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에 뇨치가 제민왕을 죽였을때 거주성 사람들이 제민왕의 아들 법장을 찾았는데
그때 태자 법장은 태사 교 의 집에 숨어 있었다.
태사 교는 남들이 그가 태자인것을 알지 못하도록 가족들에게도 비밀로 하고
태자를 집안의 하인으로 삼아 농삿일을 하게 하였다.
평생 노동이라곤 해본적이 없는 태자는 농사를 짓느라고 매우 고생이 심했다.
이때 태사 교에게 딸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날 농장에 바람쐬러 나갔다가 그 일꾼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어찌 저리 잘생긴 사람이 있을까?
저렇듯 귀하게 생긴 사람이 이런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니?"
태사교의 딸은 속으로 생각하기를
"이사람은 남의 집 일꾼 노릇을 할 인물이 아니다.
이는 필시 흰 용이 형편상 물고기의 복색으로 잠시 수어있는 것이 틀림 없다.
이사람은 지금 곤궁하지만 나중에 반드시 부귀하게 될것이니 그 연유를 물어 더이상 괴롭힐 필요가 없다."
태사 교의 딸은 그후에 종종 맛난 음식과 새 옷을 보내주었다.
그래서 둘은 차츰 가까워 지게 되었다.
 
어느날 달이 밝은데 둘은 후원에서 만났다.
태자 법장은 태사 교의 딸에게 자기의 본색을 밝혔다.
둘은 마침내 장차 부부가 될것을 굳게 맹세하고 농원에서 교정 하였다.
그러나 이일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단이 연나라 군사를 모두 몰아내고 태자가 왕위에 즉위한후에 왕은 태사교의 딸을 데려오게 하여
왕후로 삼으려 하였다.
그러나 태사 교는 자기 딸이 부모 허락도 없이 태자와 정분을 맺은것에 대해 크게 노하였다.
"너는 중매도 두지 않고 네 맘대로 시집간 여자다.
우리 집안엔 자고로 이런법이 없었다.
이제 너는 내 딸이 아니다. 이것이 너와 나의 마지막이다.
내 너를 다시는 만나지 않을것이니 너는 너의 갈곳으로 떠나라."
태사 교의 딸은 하염없이 울며 부모의 슬하를 떠나 임치의 궁궐로 가서 왕후가 되었다.
그후 제양왕은 장인 태사교에게 높은 벼슬을 내리려 하였으나 태사교는 끝끝내 거절하고 벼슬하지 않았다.
그러나 왕후는 철이 바뀔때마다 친정으로 사람을 보내어 부모님께 문안을 올리기를 잊지 않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악의가 처음 제나라를 공격하였을때 획읍 이란곳에 왕촉이라는 현인이 살고 있었다.
악의는 군령을 내려서
"획읍주변 30리 이내에 연나라 군사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라."
고 엄명 하였다.
악의는 왕촉을 연나라에 천거하기 위해 한 장수를 시켜서 황금과 비단을 보냈다.
그러나 왕촉은 악의의 초빙을 거절하였다.
"나는 늙어서 집밖에 나가지 못하오."
악의의 심부름을 온 장수는
"우리 악의 장군께서는 선생을 모셔다가 우리 대왕께 천거하여 장군으로 삼고 만호후의 봉록을 받도록
할것입니다.
그래도 선생께서 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획읍땅을 쑥대밭으로 만들것입니다."
왕촉은 조용히 대답 하였다.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열녀는 두 남편을 섬기지 않는다 합니다.
ㅡ충신불사이군(忠臣不事二君)정녀불경이부(貞女不更二夫)ㅡ
제민왕이 나의 충간을 듣지 않아 나라는 이지경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시골로 내려와 밭 갈며 살고 있는데
그러한 나에게 군사로 위협하여 연나라의 신하가 되라하니 나는 살아서 절의를 잃느니보다 의를 위해 죽는것이 나을것이오."
연나라 장수가 더이상 권할수 없어 물러간 후에 왕촉은 나무에 목을 매고 자결 하였다.
악의는 왕촉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크게 탄식했다.
악의는 왕촉을 성대히 장사지내 주고 친히 글씨를 써서 왕촉의 무덤앞에 비석을 세웠다.
ㅡ제나라 충신 왕촉의 묘(齊忠臣 王之墓)ㅡ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마천이 이왕에 이야기를 추가한 바에 필자도 한사람을 더 소개해야 겠다.
사기.전단열전에는 나오지 않는 사람이지만 이 당시에 제나라에는 또 한명의 충신이 있었다.
제나라가 나라를 되찾은데 이사람의 공로또한 지대하였으니 그의 이름은 바로 왕손 가 라는 청년이었다.
젊은 나이였던 왕손가는 아버지가 일찍 죽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일찌기 제민왕은 왕손가를 불쌍히 여겨서 왕손가에게 대부벼슬을 주었다.
제민왕이 제나라를 버리고 달아났을때 왕손가도 따라갔었다.
그러나 왕손가는 왕과 헤어지게 되었다.
어느날 밤에 자고 일어나니 제민왕이 혼자 밤중에 달아나고 없어져 버린 것이었다.
왕손가는 왕을 찾아 이리저리 헤메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할수없이 몰래 임치의 자기집으로 돌아왔다.
그가 돌아오자 그의 어머니가 놀라 물었다.
"왕은 어디에 계시는데 너만 혼자 돌아왔느냐?"
왕손가가 대답하였다.
"소자는 왕을 따라다니다가 위나라까지 갔으나 밤중에 왕이 어디론지 달아나셨기때문에 찾지 못하고 할수없이 혼자 돌아왔습니다."
늙은 어머니가 왕손가를 꾸짖었다.
"나는 네가 아침에 나가고 저녁때가 되면 문에 기대어 너를 기다렸다.
또 네가 저녁에 나가 돌아오지 않으면 네가 돌아올때까지 문에 기대어 너를 기다렸다.
왕이 신하를 기다리는 마음이나 어미가 자식을 기다리는 마음이나 다 같은것인데
이제 너는 왕이 가신곳을 모르고 혼자 돌아왔으니 이러고도 네가 제나라 왕의 신하라 할수 있느냐?"
어머니의 꾸지람을 들은 왕손가는 크게 부끄러웠다.
그는 어머니께 하직하고 그 즉시에 제민왕을 찾아 다시 길을 떠났다.
그후에 왕손가는 제민왕이 거주땅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 한달음에 거주땅으로 향하였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왕손가는 거주땅 가까이에 이르러서야 제민왕이 초나라 장군 뇨치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왕손가는 크게 통곡한후 거주성으로 들어갔다.
그는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며 백성들에게 호소했다.
"우리는 다 제나라 사람이다. 초나라 장수 뇨치가 우리 나라를 구원하러 왔기때문에 우리 왕은 뇨치를 제나라 정승으로 삼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제나라의 신하가 된 뇨치는 왕을 죽였다.
우리는 불충한 놈을 그대로 살려둘수 없으니 그놈을 치고자 하는자는 모두 나를 따르라."
이말을 들은 거주성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저사람은 나이 젊건만 오히려 충성이 매우 높다.
우리도 나라잃은 억울함은 다 똑같은것 아닌가?
자 우리도 모두 저사람을 따르자."
이리하여 400여명의 장정이 왕손가를 따랐다.
 
이때 뇨치는 제민왕이 기거하던 별궁에들어앉아 여자들이 탄주하는 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초나라 군사가 비록 많았지만 궁궐을 지키는군사는 수백명에 불과했다.
왕손가는 400여명의 장정을 이끌고 바람처럼 궁으로 들이닥쳐서 수비병들을 쳐 죽이고 궁궐내의 뇨치를 찾았다.
술에 잔뜩 취한 뇨치는 달아나지도 못하고 왕손가의 칼에 목이 달아났다.
격분한 400여명의 장정들은 칼로 뇨치의 가죽을 모조리 벗겨내고 살을 짓찢어서 큰 항아리데 장을 담갔다.
초나라의 군사들은 뇨치가 죽었다는것을 알고 뿔뿔이 흩어져서 본국으로 달아났다.
이리하여 초나라의 군사들이 모두 제나라에서 물러갔다.
왕손가는 태자법장을 모시고 거주땅에서 끝까지 저항하다가 전단이 연나라 군사를 몰아낸후에
마침내 태자를 모시고 임치성으로 들어가 태자를 궁궐의 높은 전상에 앉게 하였다.
제양왕은 왕손가에게 아경 벼슬을 제수하여 그 공로를 치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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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전단열전을 모두 살펴 보았다.
제민왕이 무도하여 제나라는 연나라의 침략을 받았고 악의의 작전에 힘입은 연나라는 제나라의 70여 성을
거의 대부분 점령 하였다.
악의는 제나라를 영원히 연나라 영토로 만들기 위해서 제나라 백성들에게 가혹하게 대하지 않고
오히려 유화책을 써서 제나라 백성들이 스스로 감복하여 연나라의 백성이 되게 하려하였다.
그러나 연혜왕과 무능한 장수 기겁의 성급함 때문에 악의를 소환하였고,
제나라는 전단의 신묘한 기병전술로 잃었던 국토를 모두 되찾았다.
제민왕의 잘못으로 나라가 위기에 빠졌으나 큰 나라는 일거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대마 불사의 예를 볼수
있었다.
전단은 스스로의 현명함으로 위기의 제나라를 구했으면서도 지극히 높은 자리를 사양하고
공로를 내세우지 않았으며 조용히 뒤로 물러나 군주를 높였으니
전단의 공로는 극에 달하였고 그의 겸양또한 대단한 것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연나라는 공연히 황금대를 세워 현인을 초청한다고 했지만 위대한 장수를 바꾸지만 않았어도
제나라를 무찌르고 천하 강국이 될수 있었던것을 어리석은 연혜왕때문에 오히려 약소국으로 전락하여
결국 진나라의 침략으로 멸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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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양어깨에 나라의 운명을 짊어지고 고군분투한 전단을 보면 우리의 이충무공이 떠오른다.
"신에게는 아직 전선 열두척이 있나이다."
라는 굳은 결의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여 결국 외적을 물리치고 나라를 구한것은 전단과 충무공의
매우 유사한 점이라 할수 있을것 같다.
 
독자들은 오자서가 초나라를 쳤을때 신포서가 진나라 궁궐 뜰에서 칠일낮 칠일밤을 피눈물을 흘리며
통곡하였던 일을 기억할것이다.
그 피눈물에 감동한 진나라의 임금은
"초나라에 이같은 충신이 있는데 내 어찌 초나라를 돕지 않을수 있겠는가?"
라고 하며 군사를 내주어 마침내 오나라를 몰아내고 잃었던 초나라의 국토를 회복 할수 있었다.
 
이 전단열전을 읽다보면 어리석은 군주와 간신배들의 모략이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오직 구국의 일념으로 자신을 돌보지 않고 전선에 나가 싸우는 충신열사들의 깊고 그윽한 향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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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저의 글을 읽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제 2013년도 가의 다 가고 2014년 새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즐거운 연말을 보내시고 희망에 찬 새해를 맞이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송구영신의 인사말씀과 함께 저도 잠시의 방학기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연말이다보니 모임과 행사도 많고 방학에 들어갈 아이와도 시간을 가져야 겠기에
잠시 짧은 시간동안 연재를 쉽니다.
새해 1월초순에 다음이야기로 여러분을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새해에 다시만날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투더코아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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