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소에 경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관련 영상이나 책들을 자주 접하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어제 우연찮게 손혜원의원과 청문회스타 주진형의 합작인 '주진형의 경제 알아야 바꾼다(이하 경제알바)'를 보고나서... 참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상에서 함께 생각해봤으면 하는 부분을 추리고 제 생각을 덧붙여보려 합니다.
(영상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H2fPGtOB8gY)
주진형 박사는 고려대 장하성박사의 책 '왜 분노해야하는가'를 인용하며 유연안정성(Flexicurity)에 기반한 소위 '귀족노조' 비판논리를 전개합니다. (25분 16초)
노조의 기득권을 빼앗기 위해 성과연봉을 시행해야 한다고도 말하고요.
말인즉슨 대기업, 은행, 공기업 등의 '강성노조'가 응당 떨어져야 할 임금을 사수하면서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임금을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 논리는 노-노 갈등을 유발시키는 데 있어 거의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됩니다. 하나의 사실을 이용해 다른 거짓을 은폐시키는 논리기도 하구요.
하나의 사실이란 바로 노조에 가입된 노동자들이 그렇지 못한 노동자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임금 협상력을 측정해본다면 노동조합에 속한 노동자가 그렇지 않은 노동자보다 더 높을 것임은 자명합니다.
이 사실을 이용해 어떤 거짓이 숨겨지고 있을까요?
가장 큰 거짓은 이 강성노조원들의 임금을 깎으면 여기 속하지 못했던 중소기업의 노동자들의 임금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기정 사실화하는 것입니다.낙수효과죠. 그런데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같은 노동자인 우리가 지급합니까? 다들 아시다시피 노동자들의 임금은 사용자가 지급하죠. 우리 임금이 깎인다고 중소기업의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더 준다는 것을 누가 확신할 수 있습니까? 대기업은 악마고 중소기업은 착취당하는 피해자라는 순진무구한 생각에서 나온 주장에 불과합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오너는 항상 이윤을 추구하기 마련이니까요.
이 큰 거짓에 뒤따르는 정책을 주장하는 가짜 진보적 경제전문가들이 내놓은 방법도 뜯어보면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제조업 분야 이야긴데요, 완성품을 생산하는 원청기업과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기업에 대한 이야깁니다.
이 하청기업이 납품하는 부품의 단가를 후려치는 원청의 이야기는 이제 삼척동자도 알 정도로 제조업계에 만연한 관행이 되었습니다. 나쁜 관행이고 사라져야만 하는 관행 맞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가짜 진보적 경제전문가들은 어떻게 접근합니까? 간단하게 납품 단가를 올리도록 국가가 강제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현장에 대해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에 불과합니다.
왜냐? 제조업계에서 대부분의 하청기업들은 원청에 물건을 납품하지 못한다면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간과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납품단가를 국가가 막대한 행정비용을 소모해가며 일일이 나서서 정해준다손 치더라도, 원청은 어떻게든 더 적은 금액으로 물건을 납품받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낼겁니다. 아니, 그럴필요도 없습니다. 음성적으로 국가가 정해준 납품단가보다 더 낮은 가격에 물품을 납품해서라도 생존하려는 하청기업은 넘쳐날겁니다. 왜냐구요? 하청기업 오너 입장에선 낮아진 물건 가격만큼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버리면 되니까요. 따라서 이 정책은 하청기업 노동자들이 전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엄청나게 높습니다.
진짜 진보적 경제학자는 납품단가가 아니라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자고 말합니다. 더해서 고용보험도 당연히 보장범위가 넓어져야한다고 하고요.
산별노조가 기능을 하지못하다시피 하는 한국의 특성상 현상황에서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이는 방법은 최저임금을 올리고 이를 준수하도록 엄격히 집행하는 수밖에는 없을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할 경우 값싼 노동력을 경쟁력으로 삼아 기업을 꾸려나가던 기업들은 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노동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만한 임금조차 지급할 능력이 없는 회사가 계속해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가진다는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아무튼 회사가 망하면 실업자가 된 노동자들이 나오겠죠. 이들을 어떻게 보호해줄 수 있을까요? 전통적인 방법은 바로 실업급여입니다. 현재 한국의 쥐꼬리만한 고용보험료와 실업급여가 아니라, 사회의 모든 노동자가 높은 고용보험료를 부담하는 대신, 실직 후 충분한 직업교육을 통해 다시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고용보험입니다. 스웨덴 같은 경우 실직을 하더라도 성실하게 직업교육을 받고 재취업 하려는 열의를 보인다면 실직 전 급여의 80%를 실업급여로 지급했습니다. 게다가 이 직업교육에는 정부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에서도 참여하여 실질적이고 질 높은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요.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납품단가를 올리느냐와 임금을 올리느냐의 문제는 결국 자영업자들의 이해관계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좀더 설명하자면, 선진적인 노동조합이 운영되는 외국들은 대부분 자영업 비중이 낮고 산업별 노동조합이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처럼 현기차, 대우조선 등 특정 기업의 노조가 부각되지 않고 금속이면 금속, 운수면 운수 등 산업별로 노동조합이 존재하여 같은 산업에 속한 노동자들의 연대와 권익을 위해 노력하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같은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비슷한 임금을 받는 '연대임금'제도의 정착이 이 산업별 노동조합의 가장 큰 성과였습니다. 한국에도 산업별 노조는 있으나, 정말 명목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러한 운동을 전개하기는 그 역량이 부족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하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방법밖에는 없는데, 최저임금은 산업종류를 가리지 않죠. 하청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기 위해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결국 중국집 사장님, 명퇴당하고 치킨집 차린 프로그래머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프랜차이즈 창업이 노후대책의 일환으로 주목받는 이 시기에 무턱대고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죠.
자영업자라도 결국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못 줄 능력이면 당연히 망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물으신다면... 어찌됐던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자영업자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유권자 맞습니다. 제조업 원청-하청만 신경쓰고 자영업자는 죽든지 말든지 상관없다고 말씀하시진 못하실겁니다.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위해 몇년의 텀을 두고 충분히 국민들에게 고지한 뒤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올린다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완벽한 방법은 아니죠.
사족을 달자면, 이런 유튜브 영상을 제작한 손혜원 의원에게 감탄했습니다 ㅎㅎ
그 어떤 국회의원이 이런식으로 정책방향을 공개하고 전문가와 대담식으로 진행하면서 유권자들에게 정책정당으로써의 정당을 홍보할 수 있었을까요? 정책에 대한 의견차이는 접어두더라도 이런 식으로 소통하려는 브랜드 디자이너 출신인 손혜원 의원의 신선함과 영상에서 느껴지는 열의를 보니 참 문재인 전대표의 스카웃 능력에도 감탄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