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생일이다. 사실 이젠 기억만 남고 감정은 다 사라져 거의 아무렇지도 않다고 느끼지만 가끔 빌어먹을 새벽감성에 떠밀려 오는 가슴시림은 시간이 아무리 지난들 어쩔수가 없다. 너를 짝사랑 하고 나서, 나는 무엇을 얻었을까 생각해보면 그다지 좋은 것을 얻진 않았다. 없어진 자존감, 끝없는 외로움, 트라우마처럼 남은 짝사랑의 흉터들은 이제 다른 방향으로 나를 괴롭히고 다시금 너를 떠올리게 만든다. 누누히 생각하며 왜 나한테 이런일이 일어날까, 왜 너는 나한테 그래야만 했을까 생각해봐도, 내가 너였어도 그랬겟다는 자조감섞인 합리화로 끝내 너를 변호해주고야 마는 내 의식은 단단히 미쳐버린게 틀림없다. 이제 내게 남겨진 과제는 너를 잊는것이 아닌 너로인해 내가 자해한 내안의 상처들을 다루는 것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진작에 그래왔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시간이 흘러 너를 내 마음의 구석탱이로 치우고나서야 보이는 현재 내 상태는 엉망진창이다. 두달 전쯤, 새로운 만남에 실패하고 좌절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얼마나 외로운지, 내가 속으로 얼마나 자존감이 낮아져있었는지 잠시나마 깨달았던 슬픈 순간이였기 때문이다. 그후로 뭐가 달라졌나 생각해보지만 사실 모든것은 그대로, 시간만 흘러 이렇게 12월 19일이 다시 돌아왔다.
만약에, 물론 만약을 믿지 않지만, 정말 만약에 너가 돌아온다면, 우리둘은 잘 될수 있을까 라는 상상을 가끔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