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옛날에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 본다.
엄청 부끄럽고 창피하고 내가 왜 이렇게 썼지라며 오글거림을 참을 때
난 내가 한걸음 더 성장한 줄 알고 내심 기뻤다.
높은 산 정상에 오르면 내가 올랐던 길이 보이는 것처럼
내가 잘못썼던 부분,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그 만큼 더 성장한 줄 알았더랬다.
요즘 생각해보면 그건 발전이 아니라
오히려 감수성이 메말라 공감능력이 떨어진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작은 글귀하나에도 가슴벅차고
주인공 말 한마디에 전율을 느끼는 그런 시절은 이제 끝났구나
공감보다는 분석을, 낭만보다는 현실이 가까운 나이가 되었구나
결국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난 조금 달라지긴 했다.
좀 더 자란 것이 아닌 그냥 변한 것이다.
그때가 좋다든가 지금이 낫다든가가 아닌
탄산음료보다 건강음료가 입맛에 맞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