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진행됩니다.
이해 못 하실 겁니다. ‘탁’ ‘탁’ ‘탁’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였습니다. 막 잠에 들려던 찰나라 몽롱하긴 했지만 그 소리만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비가 오는 걸까?’
‘빗줄기가 사나워져 창을 두드리는 거겠지...’
귀찮음은 안이한 태도로 용의자를 확정했고 저는 이불을 머리 위까지 쭈욱 끌어 당겼습니다.
하지만...
‘탁’ ‘탁’ ‘탁’
또 다시 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빗줄기의 부대낌이라 하기엔 너무도 규칙적인 소리였습니다. 흡사 정신나간 비둘기가 창문을 쪼아대는 것 같은, 혹은 누군가... 손톱으로 창문을 두들기는 건 아닌가 싶은, 날카로이 높으면서도 단단함이 느껴지는 두들김이었습니다.
그제야 나태한 저의 기억력은 일기예보의 한 대목을 넌지시 일깨워줍니다.
‘맑고 화창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비 소식은 없습니다.’
‘탁’ ‘탁’... ‘탁!’
그렇다면 무었일까요? 한창 단잠에 빠져있어야 할 시간이건만, 기묘한 소리는 호기심을 불러왔고 저는 잠의 길목 앞에 우뚝 선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숙면과는 무관한, 그야말로 쓸데 없는 것들을 잔뜩 떠올리고 만 것이죠.
예를 들어...
제 원룸 오피스텔이 무려 13층이라던가...
외벽의 대부분은 통유리로 되어 있으며, 하나 뿐인 창은 밀고 닫는 미닫이 형식이라 창틀이 없어 새가 앉을 공간이 없다던가...
그리고 내가 창문을 잠궜던가? 아닌가? 따위의 것들 말입니다.
이러한 쓸데 없는 고민이 지속되자 잠은 점차로 멀어지고 짜증이 치밀었습니다. 뻐근한 몸을 버둥이며 ‘뭐 어쩌라고!’, ‘아무렴 어때! 도둑만 아니면 됐지!’, ‘자자! 내일 출근 안할거냐!’ 뭐 그런 푸념들을 늘어 놓으며 다시금 잠을 청하고자 열띤 몸부림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실겁니다. ‘잠을 자야 한다! 잠을!’ 그런 강박이 생겼다는 것의 의미를 말입니다. 몸은 청개구리 같습니다. 의식하면 할수록 더 또렷해지고 의지와는 반대의 길을 갑니다.
강박이 생긴 순간 잠은 이미 망친거나 다름 없습니다. 다리는 연신 배배꼬이고 몸뚱이는 레슬링 선수마냥 좌우로 뒤척이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느라 미칠지경인 제 귀에 ‘끼이익’ 소름을 유발하는 창틀의 삐걱임과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디 있어?”
눈이 떠졌습니다. 말 그대로 눈이 확 치켜 떠졌습니다. 내내 무거운 눈꺼풀에 덮여 있던 두 눈이 화들짝 놀란 채 시커먼 이불 속의 어둠을 응시합니다. ‘잘 못 들은 것이 분명하다.’ ‘착각이다.’ 스스로를 달래 보았지만, 짧은 그 한 마디의 말이 이상하리만치 귓가를 맴돕니다. 잊어버리려 해도 자꾸만 떠올라 머릿속을 떠 다닙니다.
이제껏 그렇게 섬뜩한 음성을 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스멀스멀 두려움이 밀려오고 있었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심장을 조여 왔습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조심히 이불을 걷어냈습니다. 살포시 고개도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비는 오지 않았고 새나 여타의 것들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 된 거 아니냐고요? 아니죠! 소리는 났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사실 무언가 있는 것보다 이게 더 미치고 팔짝 뛸 일입니다.
돌연 겁이 난 저는 다시금 이불을 뒤집어 썻습니다. 머리까지 바짝 올려 숨어버렸죠. 그리곤 무의식적으로 작금의 상황을 부인하듯 중얼거렸습니다.
“아니야. 잘 못 들은거야... 무... 무슨 말도 안돼!”
일종의 방어기재 같은 거였습니다. 강력히 부인하지만 마음 한 켠에선 ‘뭔가 있어!’ ‘분명히 들었잖아!’ 따위의 말들이 떠올라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두 가지의 마음이 싸우는 겁니다.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는 쪽과 무사 안일을 추구하는 평범하고 소심한 제 마음이 말입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소심한 긍정론이 우세였습니다. ‘오피스텔은 원래 방음이 형편없다.’ ‘옆 집 TV 소리를 잘 못 들은 거다.’ ‘복도를 지나던 사람의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긍정론은 안일하기 그지 없는 추론으로 마음 놓고 어서 잠을 자라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도 부질 없이, 목소리는 또 다시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어디... 어디에 있어...”
이번엔 보다 명확했습니다. 제 귀를 의심할 수 없을 만치 또렷한 목소리였습니다. 가늘지만 어딘가 몹시 불편한, 사람의 목소리에 온도가 있다면 시베리아 벌판에서 부는 영하 30도의 냉기를 머금은 그런 목소리였습니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이불 밖에 내놓아져 있던 발 끝이 시려웠습니다. 바람이 새어든 듯 살며시 간질이며 또한 냉랭합니다. 재빨리 이불 안으로 끌어 당겼지만 소름이 가시지 않습니다.
그 서늘함은 정말이지 모공이 송연해지는 느낌이었거든요.
어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뭐랄까? 밤 늦은 시간 집에 돌아와 혼자 머리를 감고 있을 때 느껴지는 뒷 목의 서늘함?
그 느낌의 10배 정도라면 조금은 이해가 되실까요?
사실 저는 겁이 많은 편입니다. 괴담 따위를 좋아하지도 않고, 그런 두려움에 대항하거나 원인을 규명하고 싶단 생각은 해본 적도 없는 보통 사람입니다.
하여 ‘무대응이 최선의 대응’이란 안일함으로 두 눈 꼭 감고, 두 손 가지런히 모은 채, 어서 잠이 들기만을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애시당초 그게 되겠습니까? 닿기만 해도 섬뜩한 냉기와 ‘톡톡톡’ ‘톡톡톡’ 원인을 알 수 없는 괴상한 소리까지...
벽 너머 옆 집에서 들려온다 하기엔 너무 가깝고, 문 밖 복도의 소리라 하기엔 너무 생생합니다. 마치 제 오피스텔 안, 아니 흡사 제 침대 주변을 맴도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아... 하아...”
호흡은 점차로 가빠지고, 저도 모르는 새 이와 이가 맞부딪혀 ‘딱딱딱’ 소리를 내며 떨려왔습니다. 온 몸 구석구석, 소름이 돋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습니다.
‘젠장... 더는 못 참겠다. 으아아앗!’
정말이지 더는 참을 수 가 없었습니다. 더 버텼다간 미쳐버릴 지경이었으니까요. 저는 냅다 이불을 걷어찼고 용수철처럼 몸을 일으켜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응시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체 무슨 용기였을까 싶지만 사실 저에겐 믿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야! 나 너 안 무섭거든! 저리꺼져!”
“거기 있는 거 알아! 근데 나 자야되니까 방해하지 말라고!”
“예수님! 부처님! 알라신! 삼신할매 퇴퇴툇!”
다소 생뚱맞고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이건 어린 시절부터 지속해온 저만의 퇴마의식(?)입니다.
[해보신 적 없으세요?]
뭐 그런 것 있잖아요. 괜시리 마음이 불안하고 무서울 때, 아무도 없는 빈 공간을 향해 뚱단지같이 외치는 그런 행동 말입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 혹은 저 자신이 만들어낸 망상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입니다. 나는 네가 무섭지 않으니 저리 썩 꺼져라. 뭐 그런 뜻이죠.
얼핏 황당해보일지는 몰라도 효과는 꽤 좋아서 이런 식으로 한바탕 외치고 나면 위안도 되고 어딘가 안전한 느낌? 뭐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 종종 애용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어떤 무속인 분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이게 일종의 영(靈)적인 기 싸움이라고 하네요. 잡귀나 애매한 귀신들은 이렇게 호통을 치면 기에 눌려 알아서 떨어져 나간다나요?
못미더우시겠지만 혹 저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 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꼭 한 번 시도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거 은근 효과 만빵!]
‘......’
모든 것이 고요했습니다.
호통에 놀라 귀신이 떨어져 나간 것일까요?
저는 생각했습니다.
‘됐다. 상황종료다.’
정말로 쥐죽은 듯 조용했습니다. ‘톡톡톡’ 그 기분 나쁜 소리도 더는 들려오지 않았구요. 제법 안도가 됐던지 가빠졌던 호흡도 안정되고 시끄러이 쿵쾅대던 심장의 박동도 점차로 잦아듭니다.
때마침 차가운 바람도 불어와 달아오른 제 얼굴을 식혀줍니다.
‘이제 됐다. 자자... 자자...’
그렇게 한 밤의 기 싸움에서 승리한 저는 여느때처럼 이불을 덮고 누웠습니다. ‘이겼어!’ ‘장하다!’ ‘이제 자자’ 뭐 그런 승리의 멘트들을 떠올리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애매한 의문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아까 처음에... 눈 떴을 때... 창문! 그래 창문...’
‘분명히 닫혀 있었지?’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톡’ ‘톡’ ‘톡’ 아까 유리창 두들기는 소리에 깼을 때, 그게 얼마나 됐다고 잊겠습니까? 잠금장치까지는 몰라도 창문은 분명 닫혀 있었습니다.
그럼 대체 뭐였을까요?
조금 전...
마치 제 불안을 식혀주려는 듯 얼굴 위로 살랑대던 차가운 밤바람 말입니다.
“하아... 하아...”
얼굴은 찡그려지고 호흡은 다시금 거칠어졌습니다. 급작스레 밀려온 두려움 탓인지 몸도 잔뜩 웅크려졌습니다.
저는 두 눈을 꼬옥 감은 채 스스로를 위로하고 또 위로했습니다.
‘우풍이야! 우풍이 새어 들어온거야. 창문은 닫혔어! 쓸 데 없는 생각따위 하지마! 창문은 열리지 않았어!’
‘그래... 바... 바람은 무슨... 그냥 방이 추워서... 그냥 그런 우주의 기운이...’
‘그... 근데... 마... 만약 그게... 아니라면? 으헉!’
밀려든 의구심은 불안을 먹고 쑥쑥 자랍니다. 얄미운 새끼 고양이 같던 놈이 점점 더 몸집을 키우더니 어느새 수십미터짜리 괴물이 되어 말합니다.
‘난 이제 의구심이 아니야.’
“그럼 뭔데?”
‘너의 두려움!’
“으허허허!”
목은 자라마냥 움츠러 들고 불길한 상상들은 식은땀이 되어 흘러내립니다. 두려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벌떡 일어나 확인하고 싶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소심하고 겁 많은 보통 사람입니다.
이 거대한 두려움에 재차 몸을 일으켜 맞설 만큼 용기있는 위인이 못 됩니다.
‘귀신은 없다. 귀신은 없다!’
필사적으로 되뇌였습니다. 솔직히 귀신 안 믿습니다. 죽으면 다 썩어서 먼지가 되는 거지, 뭔 혼이 빠져나와 둥둥 떠다닙니까? 그게 사실이라면 왜구를 물리치다 안타깝게 돌아가신 이순신 장군님도 떠다니시고,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누나도 둥둥 떠다니셔야 합니다.
하지만 아시잖습니까?
‘친일파들이 더 잘사는 거지 같은 대한민국, 그게 증거죠.’
머리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건만, 실천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열심히 공부 하면 성적이 향상된다.‘ 그것과 같아요.
알지만...
귀신, 그걸 확인하는 사람이 왜 하필 ‘나’야 하냐 이 말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정말로 창문이 열렸던건지, 내가 느낀 그 바람이 우풍이 아닌 진짜 바깥에서 불어온 바람인지부터 확인해야 했습니다.
하여 저는 평소의 소심한 성격을 십분 활용, 마치 원래부터 잠버릇이 험한 사람인 것 처럼 ‘음냐음냐’ 거짓 잠꼬대까지 해대며 슬며시 손을 이불 밖으로 꺼내었습니다. 부디 콧등을 스친 한 순간의 냉기가... 오롯이 저 혼자만의 착각이자 망상이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옹졸하고 유아기적인 대처였지만, 믿어주세요. 그것은 제가 가진 용기의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흐아앗!”
탄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정찰병의 임무를 부여받은 손은 그렇게 외마디 비명과 함께 꺼내어 질 때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이불로 복귀했습니다. 그리곤 자신이 느낀 바깥의 정황을 소상히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창문이 열리지 않고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한기였다. 손가락 마디 사이를 스치는 바람의 나부낌, 나는 그것을 느꼈노라고 말입니다.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불 속에 숨었... 아니 스스로를 가두었습니다.
이불 안... 그 얇고 좁디 좁은 헝겊 속은 철저히 외부와 격리된 감옥이자 저를 지켜주는 유일한 대피소였습니다. 손 끝 하나, 발 끝하나 행여나 머리칼 하나 밖으로 빠져나갈까 두려워 잔뜩 몸을 움츠리고 또 움츠렸습니다.
비좁고 답답했지만 도리가 없었습니다. 뒤척이다 들춰진 이불 사이로 몸의 일부가 빠져나가면 황급히 잡아 당기길 수차례, 급기야 이불 안은 거칠어진 숨결이 만들어낸 뜨거운 습기로 가득차 숨쉬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공포에 질렸던걸까요? ‘한 번 더 고개를 내밀어서 소리쳐 볼까? 꺼지라고 말야!’ 한참을 고민하여 내 놓은 머리란 놈의 해결책은 무성의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방안을 실행해야 할 ‘모가지’란 놈의 반대도 상당합니다.
아시죠? 섣불리 고개를 내밀었다간 뎅겅 잘려나갈 것 같다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말입니다.
게다가 ‘귀신과의 기 싸움’ 이것은 이미 한 번 실패한 작전이기도 합니다.
늘 꼿꼿하던 모가지가 움츠러 들자, 신체의 다른 부위들도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습니다. 손발부터 허리까지 둥글게 말린 꼴이 흡사 김밥같습니다.
출출해져서인지 문득 오피스텔 인근 김밥들의 천국이 떠올랐습니다. 2,500원이란 정당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그 곳의 조물주님(?)은 종종 옆구리를 터트리십니다.
‘아 총각 까칠하네! 김밥이니까 터지쥬. 사람 옆구리가 터지면 되유? 히히히’ 따위의 넉살을 늘어 놓으면서 말입니다. 평소라면 ‘그래... 조물주도 때론 귀찮을 때가 있는 거야. 원빈 얼굴이랑 내 얼굴, 정성의 차이지 뭐...’그런 생각으로 이해해 보려 노력이라도 할 테지만, 지금은 ‘내 운명이 옆구리 터진 김밥처럼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불안감만 커져 갑니다.
하지만 마냥 겁에 질려 숨어 있을 수 만은 없었습니다. 잠을 자야했고, 출근도 해야 합니다. 잔뜩 움츠러든 허리와 목도 아프고, 조금 전 부터는 분위기 파악 못하는 방광도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해결책을 떠올려야 했습니다.
두려움을 이기고 내 방안에 침범한 그 무언가도 쫓아보낼 수 있는 확실한 방안...
그때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래! 휴대폰!’
그걸 왜 여태 생각 못했나, 정말이지 아차 싶었습니다. ‘오피스텔 귀신을 물리치는 방법’을 검색해 존재하는지 어쩐지도 모를 귀신과 맞다이를 뜨는 것까지야 어렵다 쳐도, 유튜브를 검색해보면 ‘귀신 쫓는 굿판‘ 내지는 명망높은 스님의 ’불경 낭독‘이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샘솟았습니다.
하다못해 신나는 댄스 음악이라도 틀어 놓으면 두려움이 한층 가실거라는 계산도 있었구요.
하지만 아뿔싸!
‘근데... 어디다... 뒀더라?’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휴대폰이 만져지지 않습니다. 정신없이 이불 안을 뒤져봤지만 오리무중입니다. 늘상 손에 붙들고 떼어놓지 않던 녀석이기에 그 허전함과 절박함은 더 큽니다.
‘침착하자... 휴대폰 들고... 마지막으로 뭐했지? 카톡? 인터넷 했나? 사진을 봤던 것 같기도 하고...’
긴장하고 당황하니 불과 수십분 전의 일도 잘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물 버린다고 화장실에 갔다가 놔두었쓰까?
아니면 식탁에서 귤 까먹을 때 거기 두었쓰까?
그도 아니면 귀신이 채갔쓰까?
분명 어딘가에 놓아두긴 했을텐데,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하여... 이미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든 저의 그것 – 당연히 용기 또는 오그라든 손 끝을 뜻합니다. - 을 감싸 쥔 채, 사라진 휴대폰의 행방을 쫓기 시작했습니다.
휴대폰 은닉의 첫 번째 용의자는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 식탁이었습니다.
‘잠깐 확인만 하는거야. 살포시... 아주 살포시 들면 귀신도 모르지 않을까?‘
지극히 주관적인 합리주의가 얼토당토 않은 긍정론을 펼치자, 귀 얇은 심장이 동조해 박동수를 늦췄습니다. 허파도 크게 숨고르기를 하며 용기를 내라 말합니다.
침을 ‘꼴깍’ 손은 ‘덜덜’, 이불을 들어올리자 기다렸다는 듯 냉기가 스며듭니다. 그 현격한 온도차가 손 끝을 주저케 합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씻고 밥 먹고 인터넷도 하던 살가운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이불 밖이 마치 낯선 미지의 공간처럼 두렵게만 느껴집니다.
그러한 두려움에 문득 떠오른 망상까지 겹치자 저는 급히 열었던 이불을 닫고야 말았습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들춰진 이불 사이로 휴대폰 대신 산발한 귀신과 시뻘건 눈동자가 저를 노려보는 그런 망상이요.
그리곤 말하는 겁니다.
‘찾았다!’
생각만 해도 살 떨리지 않습니까? 이건 정말이지 뻑하면 등장하는 괴담 속 단골 멘트인데도 도저히 적응이 안 됩니다. 멘트만 무서운 게 아닙니다. 우리는 그러한 괴담의 결말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보통은 이렇죠.
‘죽었어!’
“엥? 그게 끝이야?”
‘그럼 죽지... 뭐 다른 결말이 있을라고?’
“그... 그래도...(별 일 없었다던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던가...)”
‘혹시 이런 걸 바란거야? 귀신이 날카로운 손톱을 이불 속에 쑤셔넣어 눈 알을 파버리는 거지, 그 다음 피흘리는 주인공의 머리칼을 움켜 쥐고 침대 밑으로 끌어내 그 다음... 흐흐흐 살려달라고 외치는 그의 목을 잔인하게 움켜 쥐어. 극도의 공포 탓에 그는 파내어진 눈의 고통조차 잊고 몸부림 치지만 소용없었어. 상대는 원혼이야. 무언가 일그러진 사념의 집합체라고! 나약한 인간의 발버둥따윈 아무런 의미가 없는거야. 움켜쥔 손이 목을 졸라 점차로 숨이 막히고 그래서 살려달라 소리치지만 목을 움켜쥔 원혼의 손에 가로막혀 비명소리조차 낼 수 없어. 그리곤 컥컥거리면서 그대로 허공으로 끌려가는거야. 최후의 피날레지. 자! 이 정도면 만족해?’
어떠세요?
이제 좀 감이 오십니까?
제 기분 아시겠냐구요.
정말이지 손이며 발이며 뭐며 – 당연히 용기를 뜻합니다. -죄다 오그라들고 심장은 터져나갈 듯 뛰고, 악다문 입 안에선 비명이 토해지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휴대폰을 찾아야 뭐가 되도 될 것 같은데...
결국 저는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아냐...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고! 귀신은 없어! 없을 거야... 없다고들 하던데... 없어야 하는데... 없지 않을까? 없었으면 좋겠는데... 없잖아 그치? 에라 모르겠다!’
이쯤되면 이판사판입니다. 참다 못 해 냅다 - 사실은 소심하게 - 이불을 들추려던 찰나!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난데 없는 웬 여성의 목소리!
‘띵동 –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으허허헉!”
비명이 내질러지고 갑작스런 오두방정에 이불은 물론 침대까지 들썩입니다. 어찌나 놀랐던지 기겁을 하는 통에 하마터면 침대에서 굴러 떨어질 뻔 했지 뭡니까.
문자 메시지 소리 하나에 너무 오바하는 거 아니냐구요?
당해보세요. 당해보면 압니다. 딱 그 타이밍, 모든 신경을 손 끝에 집중한 바로 그 순간, 갑작스레 등 뒤에서 들려오는 예상치 못한 소리, 이게 말로는 참 쉬운데 실제로 그걸 당하면 누구라도 놀라고 기겁하고 맙니다.
오줌을 살짝 지릴지도 모릅니다.
[물론 제가 그랬다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혹! 비웃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비웃은 당신! 당신도 똑같은 일을 당할지어다. - 하지만 이 글 끝까지 읽으시면 봐드릴게요. 이거 협박임! - ]
화들짝 놀란 저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 한참을 떨어야 했습니다. 일단 타이밍 자체가 너무 경악스러웠고 계속된 소리와 기이한 현상 탓에 신경이 과도하게 곤두 서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겨우 정신을 차린 건, 한참 지나 하느님, 부처님, 삼신할매에 얼굴도 모르는 조상님들까지 몽땅 찾아 난리 부르스를 추고 난 뒤의 일이었습니다.
이를 갈며 스스로를 질책했죠.
“느어서(누워서) 흐대포으로(휴대폰으로) 이떠네뜨하고(인터넷하고) 치때 빠따케타 나떠짜나(침대 바닥에 나뒀잖아) 이 므추으아!(이 멍청아!) 으흐! 모싸라!(으휴 못 살아!)”
가슴은 아직도 콩닥콩닥 뛰지만 가슴 한편에선 안도가 밀려 옵니다. 고심하던 답을 찾았으니까요. 식탁은 서너걸음, 하지만 침대 밑은 팔만 뻗으면 됩니다. 희망이 샘솟자 용기도 차올랐습니다.
그러나...
‘톡’ ‘톡’ ‘톡’
그 망할 소리가 또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전보다 한층 가까워진 기분이었습니다. 마치 휴대폰이 놓여있는 침대 바닥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것 처럼요.
‘소... 손을 뻗기만 하면 돼... 그... 근데... 침대 밑에 손을 뻗자마자 그게... 내 손을 잡아채면 어쩌지?’
어두운 침대 밑으로 손을 뻗을 생각을 하니, 또 다시 근거없는 망상들이 몰려왔습니다. 주말이면 진공청소리는 물론 손까지 척척 넣어 청소하던 침대 밑이 갑자기 두렵게만 느껴집니다. 덜컥 겁이 나고 무언가 밑에 있는건 아닌가하는 생각에 여간 망설여지는 게 아니었습니다.
‘어서 빨리 휴대폰을 주워들어야 한다.’
‘내가 살 길은 그것 뿐이다.’
‘이러다가 심장마비로 고독사... 아니 강제 자살당할라!’
주저와 함께 조바심이 치밀었습니다. ‘그래 죽기 아니면 살기다.’ 그런 생각으로 신중히 이동해 이불을 들췄습니다.
고요한 가운데 차가운 한기가 밀려옵니다. 이불 자락 너머로 침대 끝, 아찔한(?) 벼랑도 보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저의 용기...
갈갈이 찢기고 남루해져 누더기나 다름없는 제 용기의 발현 뿐이었습니다
‘그래! 겨우 손만 뻗는거야!’
하지만 손은 생각처럼 내밀어지지 않습니다. 손 끝이 부르르 떨리며 이불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강력히 피력합니다. 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손이 나가야지 머리통을 내밀어 입으로 물어 올 순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발을 뻗어 쥐어보려 꼬물꼬물... 그것역시 말이 안됩니다. 이불 밖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 판국에 낭비할 시간이 어딨습니까.
적임자는 오직 손 뿐입니다. 하지만 임무를 부여받은 손은 끊임없이 망설이다 종내엔 입 속으로 도망쳐 ‘잘근잘근’ 그로테스크한 이빨표 네일아트로 현실을 도피하려 합니다. 보다 못한 주둥이가 혀를 놀리며 입 바른 소리를 토해냈습니다.
“내밀자! 내밀어! 이 소심한 것아! 설마 죽기야 하겠냐?”
그제야 손은 입에서 빠져나와 흉칙하게 잘라진 손톱을 내보이며 열려진 이불 앞에 섭니다. 하지만 손 끝의 주저함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고 원망스런 손짓으로 저를 보며 말합니다.
“이봐 몸뚱이! 지금 나 떨고 있니?”
“그래 오른손 이 쫌팽이야! 너무 떨어서 난 니가 휴대폰인줄... 그런 진동 기능있었으면 야동 볼때나 쓸 것이지...‘
“하하하 그랬구나... 근데 지금 나 무슨 생각 하는 줄 알아?”
“무슨 생각?”
“혹시 이게 다... 꿈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꿈? 꿈 좋지... 나도 그래... 자! 할 말 끝났으면 어서 나가 휴대폰을 주워오렴! 어서! 냉큼! 당장! Right Now!”
“보채지마! 안 그래도 꿈이 아닌가 싶어서 눈알을 후벼파고 혀를 뽑는걸로 확인해 보고 싶어지니까 말이야!”
“으헉!”
혀가 급히 입술을 닫고 이를 모아 뒤에 숨습니다. 놀란 눈동자가 허둥지둥 눈꺼풀을 끌어 내립니다. 하지만 이제 질끈 감고 이도 악물었으니 바야흐로 결단의 시간입니다.
재빨리! 마치 한 줄기 벼락같은 동작으로 침대 밖 조난자인 휴대폰을 이불 속 베이스 캠프로 끌어 올려야 합니다.
“가자!”
숨 죽인 외침이 이불 속에 토해지자 손은 체념한 듯 뻗어 나갔습니다. 마지막 보루인 이불의 장막을 넘어, 바늘처럼 저며오는 냉기를 뚫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끝없이(?) 나아 갑니다.
‘손, 그리고 팔뚝... 그들의 찬란한 희생과 용기에 빛나는 앞 날 있으라!’
짧은 순간이지만 극도의 긴장감이 엄습했습니다. 침대 위에서 바닥까지, 그 수십센티 밖에 안되는 공간이 아득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냥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다 같이 내려갔으면 어땠을까?’
머리통에 위치한 지휘부에선 작전검토서 하나가 뒤늦게 보고되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손은 어둠을 향해 떠났고, 어쩌면 가장 완벽했을 이 보고서는 현실의 정치가 그렇듯 폐기 될 것입니다.
‘어떤 위협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를 침대 밑에 몸뚱이 채 바닥에 내려가는 것은 위험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따윈 관신 없는 두뇌 지도층의 일방적인 판단과 함께 말입니다.
네... 그냥 무섭다는 얘깁니다.
‘턱!’ ‘터터턱!’
1969년 7월 16일,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의 그 날처럼 숭고한 희생과 용기의 착륙이 이루어집니다. 단단한 우드륨 재질의 장판이 손 끝에 와 닿았지만 감탄하고 있을 새는 없었습니다. 언제 어디에서 무엇이 나타날지도 모르는 급박한 상황입니다. 오른 손에게 부여된 미션은 오직 하나 휴대폰을 찾고 안전하게 복귀하는 것 뿐입니다.
‘여기는 이불 속 관제센터! 손 대원! 바깥의 상황은 어떠한가? 오바!’
‘여기는 손, 너무 춥고 어둡다.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는다. 좌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착륙장소 인근에 휴대폰이 만져지지 않는다. 조금 더 먼곳을 더듬어 보겠다 오바!’
‘좋다. 하지만 너무 무리하지는 마라... 네가 없으면 야동은 무슨 재미로 보겠나? 쉿! 왼손에겐 비밀이지만... 네가 최고다!’
‘훗! 걱정마라. 꼭 돌아가겠다. 참! 왼손에게도 일러주겠나? 자가 위로는 내 차지니 넌 휴지나 준비하라고!’
‘걱정마라! 뽀비가 아닌 구리넥스로 준비하겠다.’
통신을 마친 오른 손은 착륙지점을 벗어나 조금 더 먼 곳의 바닥을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손목을 건 필사의 탐험이었죠. 이불 속의 모두가 숨죽였습니다.
뭐... 일설에는 이 마지막 통신 이후 오른손의 실패를 우려한 지도부가 컵라면, 참외, 휴지심, 고무장갑 등(feat Maxim : 알뜰한 자기 위로법) 오른 손의 대체제로 사용 될 다양한 자가 위로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는 음모론이 제기됐지만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탓’ ‘타타탓’
지도부의 이러한 부도덕함은 알지 못 한 채 오른 손은 넓지 않은 공간 위를 맴돌며 수색작업에 한창이었습니다. 그것은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함이자 또한 모두의 안전을 위한 의지의 발로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숭고한 희생정신 덕분인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탁’하는 소리와 함께 모두가 기다려온 플라스틱 재질의 경쾌한 촉감이 전달됐습니다.
“브라보!”
“찾아냈다.”
마치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한 역사적인 순간처럼 오장육부가 일제히 들고 일어나 환호성을 내지릅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희망뒤엔 이내 절망적인 소식도 들려 옵니다. 급박한 상황 탓에 긴장한 오른손이 휴대폰을 잡기는커녕 외려 침대 밑으로 밀어내고 만 것입니다.
촉감과 함께 들려온 ‘탁’하는 소리, 그것이 휴대폰의 생환을 어둡게하는 절망의 소리임이 전해지자 이불 속은 무거워진 분위기와 함께 곳곳에서 탄식과 성토가 흘러 나왔습니다.
‘이고막씨(33 : 이창주市 상반신구 머리면 귓속리 : 저는 사실 전부터 오른 손이 좀 못 마땅했어요. 수도 없이 들었거든요. 악필도 저런 악필이 없다. 이게 손으로 쓴거냐 발로 쓴거냐. 그런 친구가 중요한 일이라고 잘 하겠어요? 저기요 이거 음성 변조에 모자이크 되는 거 맞죠?’
‘이엄지씨(33 : 이창주市 하반신구 족하면 발등리 : 원래부터 조심성이 없는 친구드래요. 거 뭐냐! 무거운거 막 바닥에 떨어뜨리고, 저도 한 번 머리가 깨질뻔 했드래요.’
‘이왼손씨(33 : 이창주市 상반신구 어깨면 팔뚝리 : 저는 뭐 그 친구 원망하고 싶은 마음은 없구요. 뭐랄까?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내가 갔어야 했나. 이럴려고 그 친구를 보냈나... 막 자괴감이 느껴지고 안타깝네요. 예? 지금이라도 대신 나갈 용의가 있냐구요? 허허!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egg fire씨(33 : 외쿡인, 체외장기 체류자 : very surprised[매우 놀랐습니다.] I completely shrunk.[저는 완전히 쪼그라들었죠.] but I still remember his warm touch. [하지만 저는 아직도 그의 따듯했던 손길을 기억합니다.] I just wanna he comes back safely [그가 안전하게 돌아오길 바래요.] Good luck my fantastic lover Right hand![행운을 빌어 내 환상의 연인 오른손아!]’
나서지도 못하는 주제에 뒤에서는 이러쿵 저러쿵, 그건 현실이나 망상 속이나 매한가지인 모양입니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니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이제와서 포기할 순 없습니다.
곧 오른손이 차가운 냉기를 가르며 휴대폰이 밀려나간 방향으로 나아갔고, 목표물이 멀지 않다는 확신은 그의 임무수행에 적극성을 부여 했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약간의 모자름, 침대 밑 공간에서는 오른 손의 외로운 사투가 이어졌습니다. 분명 코 앞인데 한 마디가 모자라는 지 닿을 듯 말 듯 아른 거립니다. 그러자 이번엔 이불 속의 모두가 일치 단결해 침대 끝에 매달립니다.
‘힘내 오른손아! 넌 닿을 수 있어!’
‘모두 힘을 합쳐 어깨를 도와 조금이라도 오른 손이 더 멀리 뻗을 수 있게 말야!’
‘영차! 영차!’
‘흥분하지 말고 두 다리는 최대한 중심을 유지해줘. 자칫 무리하다 침대밑으로 굴러 떨어졌다간 소심한 이 몸뚱이의 주인 놈, 놀라서 기절 할 지도 몰라!’
[뭐라고? 이 주둥이 새끼가!]
그리곤...
‘턱!’
촉감이 느껴졌습니다. 이건 분명 고대하고 고대하던 휴대폰의 감촉입니다. 지난 실패를 딛고 드디어 오른 손이 휴대폰 움켜 쥔 것입니다. 이 촉감은 즉시 전달됐고, 이불 속은 곧 오장육부의 환호성으로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이입술씨(33 : 이창주市 상반신구 머리면 얼굴리 : 저는 믿음이 있었어요. 이 친구라면 어떻게든 꼭 해내고 말꺼란 그런... 기대? 힘들때면 늘 제게 찾아와 손톱을 내밀곤 했지만 내면은 단단한 친구였으니까요.’
‘이배꼽씨(33 : 이창주市 중앙구 복부동 : 살다보면... 누구나 가려운데가 있게 마련이잖아요. 하지만 그걸 해소 해 줄 수 있는 친구는 별로 없죠. 헌데 그 친구가 그랬어요. 사람 많은 엘리베이터, 사무실, 집, 학교 할 것 없이... 제가 힘들면 늘 와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곤 했습니다. 원래 그런 친구에요... 자기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때론 귀찮고, 때론 냄새가 나도 한번 찡그린 적이 없어요. 그게 바로 오른 손이란 친굽니다.’
하지만 그때였습니다.
모두의 환호성과 달리 차가운 이불 밖, 그 두려온 공간 속에 홀로 서 있던 오른 손의 문득 요동칩니다. 손가락이 요상한 방향으로 뒤틀리고 힘줄 역시 과도하게 불거집니다.
[무.언.가.잘.못.되.었.다.]
슬픈 예감이 뇌리를 스치고, ‘무엇하나 오른 손! 어서 빨리 복귀하라!’ ‘듣고 있나 오른손?’ 지휘부의 거듭된 무전에도 답은 오지 않습니다. 휴대폰을 감싸쥔 손 끝이 떨려옵니다. 애써 태연한 척 온 힘을 다해 잡아 당기고 흔들어 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흡사 바닥에 붙은 듯, 무거운 쇳덩이가 짓누르 듯...
아니 어쩌면...
[무.언.가.잡.아.당.기.는.듯]
손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불길해! 다 그만두고 돌아와!’
‘작전을 포기한다. 복귀하라! 복귀하라!’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온 몸에 1급 소름 경계가 발동됩니다. 하지만 이미 늦은 듯 손은 움직일 생각을 않습니다. 마치 마비가 온 것처럼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그제야 시끄러운 잡음 섞인 무전이 들려왔습니다.
‘치지직... 관제탑! 나 오른손이다. 난 틀렸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여기는 관제탑, 아니 나다 왼 손! 무슨 소리야! 포기하지마! 넌 돌아올 수 있어! 흑흑’
‘아니! 내 상태는 내가 알아... 난 끝났어. 왼 손, 그 동안 휴지심부름에 볼륨 조정, 구간반복만 시켜서 미안하다. 앞으론 네가 모두 맡아야 해! 큰 짐을 남겨두고 가 미안하다. 치지직...’
‘웃기지마! 넌 내 유일한 라이벌이야! 내가 인정한 인생의 라이벌은 너 뿐이란 말이다! 포기하지마! 포기하는 순간 모든 게 끝나! 넌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고!’
‘아니! 즐거웠어 왼 손... 항문에게 안부 전해줘... 더 이상 네 눈물(?) 닦아 줄 수 없어... 미안하다고! 치직’
‘야 이 자식아! 오른손! 통신 끊지마! 끊지 말라고 흐흐흑!’
‘치지지직’
이불 속의 모두가 비통함 잠겼습니다. 팔은 마비된 듯 꼼짝도 하지 않았고, 그 아련히 저려오는 감각의 상실은 팔을 따라 천천히 이불 속의 모두에게로 전이되고 있었습니다.
사태를 파악한 지도부의 대뇌가 말했다.
“그 놈이다!”
“설마 이게 그... 말로만 듣던...”
“그래... 가위... 무서운 놈이지... 문헌을 찾아보니 13살에 한 번, 그리고 23살에 한 번 찾아왔다고 하는 군... 가위 십년 도래설... 그것이 사실이었다니!”
“말도 안됩니다. 가위는 자다가 걸리는 게 아닙니까! 우리는 지금 움직이는 도중이었습니다. 설사 그렇다해도, 이대로 꼼짝 못하고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겁니까?”
“지난 두 번의 치욕에도 속수무책이었다. 현재 가위의 악몽에 잠식되지 않은 것은 우리 지도부의 뇌하수체들과 잘 해야 눈과 감각 정도...”
그때였다. 당황한 듯 멍한 표정의 뇌신경이 말했습니다.
“큰 일입니다. 동공이... 동공이...”
“무슨 일이지?”
“급작스런 가위와 마비증상에 그만, 미처 눈꺼풀을 닫지 못하고 그대로...”
“젠장! 하필 이런때 눈을 감지 못 하다니...”
뉴런들도도 달려들어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큰 일입니다! 큰 일이요!”
“넌 또 뭐야! 동공이 미처 눈꺼풀을 닫지 못한 채 개방되었다는 보고라면 이미 전달받았다.”
“그... 그게 아닙니다.”
“그럼 뭐지?”
“무... 무언가...”
“무언가?”
“무언가가 오른손과 연결된 팔뚝을 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뭣이! 전원 비상이다. 현 상황을 보고하라!”
“심박수가 너무 높습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습니다.”
“맥박도 비정상입니다. 지나치게 빠릅니다.”
그것은 촉감이었습니다. ‘톡톡톡’하며 침대 주변을 배회하던 그 촉감이 ‘톡톡톡’ 손등을 두드리고, 또 다시 팔뚝을 두드리며 천천히 팔을 타고 올라옵니다.
그야말로 비상상황이었습니다. 이질적인 무언가가 팔에 닿아 생기는 이 기묘한 감촉, 그것은 차라리 팔을 잘라내 버리고 싶을 만큼 두렵고 섬뜩한 느낌이어서 점차로 호흡이 가빠지고 경련까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손?’
‘오른...손?’
미처 감기지 못한 동공이 말합니다.
‘톡톡톡’ 손 등을 시작으로 팔목을 지나 천천히 팔을 따라 올라온 그 것은 급기야 들춰진 이불 사이를 스걱거리며 헤치고 들어왔고, 어깨 위를 잠시 서성이다 끝내 엎드린 얼굴 앞에 다가섰습니다.
‘손이라면 오른 손이 돌아온건가?’
쿵쾅거리는 심장의 쇼크를 최대한 버텨내던 대뇌가 물었지만 동공으로부터의 보고를 전달받은 좌뇌는 말이 없습니다. 믿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하얗고...
긴 손톱을 지닌...
붉은색 매니큐어의 손...
그리고 손목은 없었다.
짧게 간추려진 동공의 생생한 보고가 머리통을 온통 뒤흔들어 놓자, 모두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여성의 부드러운 손길을 염원해 온 지난 33년을 무색케 만든 한 밤의 하얀 손...
기절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였습니다.
[기절해! 차라리 기절하라고!’]
스스로를 향한 끔찍한 절규가 울려퍼지고, 그렇게 저는 ‘손’을 만났습니다. 제 것이 아닌 누군가의 잘라진 손 말입니다.
그리고 그 손이 다가와 엎드린 제 뺨 위에 오릅니다.
‘톡톡톡’
긴 손톱으로 ‘톡’ 코를 찌르고, 또 한 걸음 내밀어 ‘톡’ 광대뼈 위를 디디고, 다시 ‘톡’ 볼을 찌르며 서성입니다. 단단한 손톱의 촉감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금방이라도 제 볼을 꿰뚫어 버릴 듯 단단합니다.
아마도 처음 창문을 두들겼던 그 단단한 소리의 주인공은 필시 이 손과 손톱이겠지요.
‘이런 망할... 이게 말이 되는거야? 몸통도 없이 홀로 움직이는 손이라니...’
탄식이 터져나오고 두려움은 몸을 한층 더 마비시킵니다. 제발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부디 저것이 나를 지나쳐 어딘가로 사라져주길, 끝없는 기도와 바람이 스쳤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디 흐르는 시간...
그리고 공포...
그렇게 참담한 상황에 직면하자 즉각 체내의 방어기재가 작동했고 곧 현실을 도피하기 시작합니다.
오그라든 주름을 쥐어짜며 말하는 대뇌, 뭐 그런 망상 말입니다.
‘저 대뇌는 늘 말해왔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하지만 오늘 드디어 알게 되었습니다. 그게 얼마나 개소리인지! 이제 저는 당당히 말합니다.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네?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두려움에 임계점이 있다면,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보십시오. 지금 정상적인 사고가 전혀 안되니 상황이 전혀 진행되지 못하고 우리들의 주절거림만 길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호흡도 심장의 박동도 이미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이리 된 이상 차라리... 본체를 기절시키겠습니다.”
“위험합니다. 본체는 소심한데다 심약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런 찐따 같은 인간을 강제로 기절시키려 했다간 심장마비가 올 지도 모릅니다.”
[뭐라고? 찐따? 아무리 망상 속이지만 이것들이 진짜!]
“찐따에 소심한 인간인건 맞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제 주름을 봐주십시오. 더 견뎠다간 실어증을 동반한 정신병리학적 병변으로 사람구실을 못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십시오. 이 인간... 모쏠에 찾아오는 사람도 없이 혼자 삽니다. 심장의 쇼크는 자칫 고독사로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고... 고독사? 하지만 가위상태를 유지한다고 더 달라질 게 있습니까? 이러다가 본체가 똥오줌도 못 가리는 신세가 되면 누가 돌봐줍니까? 정신병원 입원은 공짜로 됩니까? 부모님께 폐나 끼치는 쓰레기로 사는 건 지난 33년이면 족합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죽는게...”
“아...
[쓰레기? 이... 이것들이 진짜! 보자보자하니까! 누굴 보자기로 보나!]
그때였다. 뇌 내 뉴런 중의 하나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큰일입니다. 인위적 기절을 위한 심박 조절 기능이 조금 전부터 말을 듣지 않습니다. 두려움에 완전히 폭주하고 있습니다.“
“뭣이? 이런 망할! 이대로 본체가 기저귀 차는 모습을 봐야 한단 말인가!”
탄식이 터져나왔습니다. 모두가 말은 않지만 침통한 표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 혼란스러운 뇌 내의 좌중들을 헤치며 나섭니다. ‘톡톡톡’ 자꾸만 제 얼굴 주위를 맴도는 하얀 손의 촉감에도 굴하지 않고 침착하게 깊어진 주름을 드러내며 말합니다.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될지...”
“소뇌다!”
“저거 소뇌 아냐? 소뇌가 왜?”
소뇌, 예상치 못한 그의 등장에 머리통 안의 모두가 술렁입니다. 하나같이 찌푸린 주름 일색으로 수군거리며 손가락질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러자 뇌 내를 총괄하는 지휘부의 수장 대뇌가 호통치며 말했습니다.
“소뇌! 네 이놈! 또 무슨 간계를 부리려고! 너만 아니었어도 본체는 좋은 대학도 가고 부모님께 효도도 할 수 있었어! 다 너 때문이야! 야간 자율 학습 토끼고 PC방 가는 법, 부모님 속여서 돈 타내는 법, 교과서 뒤에 몰래 만화책 숨겨 보기! 성적표 조작! 그렇게 본체의 인생을 망쳐놓은 네가 무슨 낯짝으로 나선다는 게야! 왜! 네 덕에 본체가 효도 한 번 못 하고 실패한 인생으로 끝장나게 생겼으니 죄책감이라도 느끼는 건가!”
대뇌의 묵직한 팩트 폭격에 소뇌의 주름이 미세하나마 흔들립니다. 바라보던 뉴련과 뇌신경들의 혈관도 날카롭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내 평온을 되찾은 표정으로 모두에게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저 소뇌, 이제껏 잔머리나 굴리고 본체를 향락과 안일함 속에 사는데 일조 해 왔습니다. 하지만, 저라고 본체를 위하는 마음이 없겠습니까? 지금은 위기상황입니다. 하나로 뭉쳐야 할 때입니다. 제발 이번만큼은 선입견 없이 들어주십시오.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닥쳐! 항상 피하고 도망치고 살살 빠져나가는 것만 일삼던 네가, 이제와서 방법을 이야기해! 지나가던 백혈구가 웃지! 뭣들 해! 저 자식 끌어내지 않고!”
뉴런들마저 조롱섞인 질책을 퍼부어대자 모두의 힐난이 소뇌를 향합니다. 연결된 신경들은 그를 의식 저 너머로 끌어내려 합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그의 주름들, 이를 눈여겨보던 대뇌가 돌연 외쳤습니다.
“잠깐 멈춰! 이봐 소뇌! 지금 방법이라고 했나? 심장의 박동마저 우리 손을 떠난 이 상황을 타개할 묘안이 네게 있는건가?”
“물론입니다.”
“대단한 자신감이로군... 그 주름... 그 색상... 좋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속지! 말해봐! 네 생각, 네 잔머리를 말이야!”
“안됩니다. 저 놈은 또 무슨 꾀를 낼지 모릅니다. 잔머리의 대가라구요!”
“시끄럽다. 지금은 방법이 없어! 믿어보는 수 밖에... 어서 말해봐라 그 방법이란 무언지!”
신경들이 얽어맨 혈관을 풀자, 그제야 소뇌는 특유의 날카로이 접힌 주름을 번뜩이며 앞으로 나섰습니다. 그가 보여온 그간의 행태를 마음에 들어하는 이는 없었지만 그가 가진 승부사적인 기질 만큼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 합니다.
그리고 그가 말했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말인가!”
“저 손부터 뇌압, 맥박, 호흡, 심장 박동까지 모두 말입니다.”
“자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손이 나타났어. 하얀손! 몸통도 없이 홀로 걸어다니는 저주 받을 물건이 말일세! 그리고 그 붉게 칠한 손톱으로 ‘톡톡톡’ 뺨 위를 지나고 있네! 그런데 뭐? 이상하다고? 그래 이상해! 내가 미쳐버리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어떻게 이게 꿈이 아닌지 그게 이상해! 방법이란 게 그런 뻔한 헛소리였나? 잠시라도 자넬 믿은 내가 바보일세!”
“진정하십시오. 지금 우리의 맹점은 지나치게 현 상황에 집중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작 우리가 봐야 할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본질? 우리가 보지 못 한다? 그건 무슨 뜻이지?”
“과도한 공포에 짓눌려 모든 수치가 한계에 달했습니다. 외줄타기하듯 위태로운 상황이죠. 강제로 심박수를 올려 기절시키겠다는 말씀을 하실만큼 말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미 기절했다해도 이상할게 없다는 말도 됩니다. 이해하시겠어요?”
“그건 설마?”
“맞습니다. 기절 하는게 맞다. 이미 기절했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기절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모든 수치는 임계점 직전까지 치솟은 채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통제도 되지 않는다. 헌데 이상하리만치 선을 넘지 않는다. 이게 바로 우리가 알아채지 못한 수치상의 맹점, 즉 상황의 본질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추측해야 합니다. 공포에 가려 보지 못한 수치 이면의 메시지, 우리가 왜 기절할 수 없고 또 기절하지 않는가! 모든 상황엔 납득타당한 이유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럼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기현상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논리정연한 소뇌의 말은 순식간에 좌중을 사로잡았고, 곧 모두의 시선이 소뇌를 향했다. 그의 주름이 가진 이 사건의 본질, 즉 해답을 원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는 모두를 애태우려는 듯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주변을 한 차례 훑어보았다.
그리곤 어서 빨리 그 이유를 답하라는 좌중의 거센 함성을 묵도하고서야 비로소 하나의 질문으로 입을 열었다.
“장화홍련을 아십니까?”
“아...”
“뭐야 그게... 그게 여기서 왜 나와?”
“내 이럴 줄 알았지 저 자식 또 헛소리로 우리를 현혹하려는 거야!”
“아니야! 뭔가 있는 거 같아!”
탄식과 조롱 그리고 불만의 목소리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누구의 주름진 목소리인진 알 수 없지만 그 탄식은 ‘그래 그 동화 속 원님!’이란 누군가의 한 마디에 절정으로 치달았다.
“그게 뭐야? 원님이 왜?”
“그거 귀신 나오는 이야기잖아.”
“그래 맞아 원한을 풀기 위해 사또를 찾았다는 그 죽은 두 자매의 이야기야! 헌데 그게 왜...”
모두가 경악에 찬 표정으로 소뇌의 말을 곰곰이 떠올리는 사이, 가장 먼저 그가 말한 ‘장화홍련전’의 저의를 깨달은 대뇌가 자신의 주름을 활짝 펼친 채 외쳤습니다.
“설마!”
“맞습니다.”
알 듯 말 듯 묘한 미소를 띈 소뇌의 주름, 모두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그제야 소뇌는 자신의 깨달은 것들을 털어 놓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수치가 임계점에 달해 있지만 조금도 넘치지 않고 위험상태에서 멈춰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절하지 못 하지만, 이는 어쩌면 우리를 기절시켜서는 안되는 어떤 이유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오오! 그렇다면 설마!”
“우리를 기절시켜서는 안 되는 이유, 단순히 겁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 이 끔찍한 가위속에 담긴 무언의 메시지... 그것은 바로... 저 손이 가진 사연입니다.”
“아아!”
“그래서 저 소뇌는 지금, 뇌 내의 모든 역량을 총 동원, 저 손과의 대화를 요청합니다.”
“빌어먹을! 말도 안돼! 저 섬뜩한 괴물과 대화를 하라고? 당신은 정말 미친건가?”
“맞아! 보는 것만으로도 주름이 오그라든다고! 그런데 뭐? 대화를 해? 미쳤군! 미쳤어!”
좌중의 웅성거림은 점점 더 커졌다. 모두가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고 나아가 그를 비난하는 자도 있었다.
하지만 대뇌는 말했다.
“대화 채널을 연다.”
“네? 말도 안됩니다. 저 작자를 아시지 않습니까! 저 자는...”
“두 번 말하지 않겠다. 대화 채널을 연다. 소뇌! 냉철한 분석과 명쾌한 해답이었네. 이제껏 꼼수나 쓴다며 자네를 무시해온 지난 십수년간의 나를 반성하네. 자네가 옳아. 저 손이 나타나 주변을 맴도는 것도, 얼굴 위를 지날뿐 그 이상의 위해를 가하지 않는 것도 모두 자네의 추론과 딱 맞아 떨어져! 이제까지의 모든 단서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추론일세!”
하지만 뇌신경 그리고 뉴런들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못 했다. 일단 소뇌가 살아온 지난 이력들이 못 미더웠고, 둘째로 살아 움직이는 죽은 이의 손목과 대화를 하자는 그의 의견 자체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이에 격분한 소뇌가 외쳤다.
“너희들은 죽은 원님이 되고픈가?”
그가 내뱉은 한 마디 ‘죽은 원님’ 그것의 파괴력은 컷다. 그나마 어린시절엔 제법 똘똘한 소년이었던 본체의 영향탓에 다들 ‘장화 홍련전’이 어떤 내용인지 잘 알고 있었고, 그 동화 속, 그러니까 사건을 해결되기 이전에 부임한, 즉 귀신이 두려워 떨기만 했던 원님들의 말로가 어떠했는지를 떠올린 것이다.
“자네 말이 맞네... 두려움에 휩싸여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떨고만 있다 기력을 다해 죽은 이전의 원님들... 그 죽은 원님들이 될 순 없지! 뭣들하나! 어서 체내의 남은 기력들을 모아라!”
“네!”
지휘부의 수장 대뇌가 일성하자 순간 뇌내의 모든 신경과 뉴런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직이 다시금 체계를 잡은 것이다. 그들은 미미한 체내의 신호를 확인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했으며 일부는 무력화된 행동체계를 복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리고...
“혀를 복구했습니다. 턱은 엉망으로 마비됐지만 혀만이라면 어떻게든 소리를 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 모태솔로 인생 33년, 언제 있을지 모를 첫 키스를 위해 부단히 혀를 단련하며 기력을 비축한 덕인가? 아아... 무절제하게 혀를 놀려온 커플이었다면 아마 절대 복구하지 못 했을게야!”
“맞습니다. 역시 솔로가 최곱니다!”
희소식이었다. 뇌내의 모두가 뛸 듯이 기뻐하며 환호했다. 그리곤 곧바로 각종 신경들의 상태를 체크하며 보고가 계속됐다.
“고막 OK, 막에는 마비가 전이되지 않아 듣는 것은 문제 없습니다.”
“동공의 위치 조정도 끝났습니다. 화면을 송출하겠습니다.”
그렇게 부릅 뜬 눈 사이... 하얗고 가녀린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핏기 없는 하얀 손, 그것은 여전히 ‘톡톡톡’ 손가락 끝으로 두드리듯 얼굴 위를 디디며 맴돌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소뇌의 추측처럼 반드시 전해야 할 어떤 메시지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비로소 모두의 염원을 담은 모태솔로의 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 눠야(너 뭐야!) 나하테 애그래(나한테 왜 그래!)“
대뇌가 말했다.
“이게 최선인가?”
“턱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 이것이 최선입니다.”
“할 수 없군... 동공 쪽은 어때? 반응이 있나?”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손의 움직임이 잠시 주춤한 것은 사실입니다.”
“주춤이라... 과연...”
그때였다. 이제까지의 행동양식으로 보아 볼에서 출발해 관자놀이 주변을 지나야 할 망자의 손이 돌연 이동 경로를 바꿨다. 갑자기 돌아서서는 왔던길을 거슬러 볼로 되돌아온 것이다.
그리곤 아뿔싸, 뇌 내 통제부에 위치한 뇌신경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아아악! 손톱이... 손톱이...”
“무슨 일인가?”
“손톱이 강하게 뺨을 찔렀습니다. 고통이 느껴집니다. 이제까지와는 강도가 다릅니다.”
“설마...”
“저 소뇌란 놈에게 또 당하신 겁니다. 저 놈은 얼토당토 않은 몽상가예요. 애초에 합리적인 추론보다는 상황을 모면할 생각만 하는 놈이란 말입니다.”
뇌신경의 고통스런 비명과 한탄, 대뇌의 주름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안면근육을 관장하는 신경도 겁에 질려 외쳐댔다.
“내려옵니다. 내려와! 볼을 타고 입술쪽으로 내려옵니다.”
“진정하게 진정해!”
“이는 필시! 저 망자의 손이 소리를 낸 혀를 뽑기 위해 오는 것이 분명합니다!”
“아니야 이 멍청이들아!”
소뇌가 거칠게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맞습니다. 저 흉찍한 손이 혀를 뽑으려는 것이 확실합니다.”
“끝장입니다. 혀가 뽑히고 공포와 전율에 매몰돼 우리는 미치고 말 것입니다. 다 저 소뇌 탓입니다!”
모두가 아우성쳤다. 소뇌를 흘겨보며 원망의 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멈췄습니다.”
“입 앞에서 멈췄습니다.”
“두드립니다.”
“신호를 보내 볼까요?”
혀를 잡아 뽑을 듯 날카로이 움직이던 손톱의 움직임이 멈추자 지휘부의 모두가 돌연 바빠지기 시작했다.
“애(왜?) 어 때내 그래(뭐 땜에 그래?)”
긴장된 회심의 통신이 전해지고 모두가 손에 땀을 쥔 채 상황을 주시했다.
그리고 그것이 말했다.
“어디있어?”
좌중은 순식간에 환호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성공입니다. 그것이 말했습니다. 분명히 물었습니다. 고막에서 전해진 진동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지휘부의 수장 대뇌는 흥분하지 않고 보다 침착한 주름으로 지시했다.
“흥분하지마! 진짜는 이제부터다. 저 요물의 속셈이 무언지... 숨겨진 사연이 있다면 무엇인지 그걸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경거망동하지 말 도록!”
“옛!”
곧바로 망자의 손을 향한 응대의 무전이 전해졌다.
“어가(뭐가?) 어 차자(뭐 찾아?)”
어눌한 음성이었지만 손은 순간 제 손목을 갸우뚱하며 대답했다.
“내 몸...”
“내 몸 찾아야 해...”
손에게서 전해진 망자의 명확한 목소리는 분명 소뇌의 주장대로 어떤 사연을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아낸 것만으론 손이 가진 사연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 오 어디으데(니 몸 어딨는데?) 너 누구고(넌 누구고?)”
“잘렸어... 그가 나를 잘라 은행나무 옆 하수구에 버렸어. 그래서 나는 잠들지 못해... 어디있어 내 몸...”
“아대(안돼)”
순간 잘려진 손목이 이불을 들썩이며 펄쩍 뛰었다. ‘안돼’라는 말의 뉘앙스를 고지곧대로 인식한 모양이었다. 우리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어 때매 오이 구더서 지그으 아대(너 땜에 몸이 굳어서 지금은 안돼) 나이 바그며(날이 밝으면) 도아주게(도와줄게)”
그리고 손이 답했다.
“고마워... 그리고 부탁해... 몸을 찾지 못하면... 나는 잠들 수 없어!”
놀랍게도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저는 곧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떴을 때의 저는 눈부신 아침햇살 아래에 있었습니다. 마치 지난 밤의 모든 일이 꿈이었던 것처럼, 오피스텔은 모든 것이 평화로웠고 고요했습니다.
오직 뻐근한 목과 침대 아래 축 쳐져 있는 오른 손만이 간밤의 급박했던 상황을 이야기해주고 있었죠.
“손... 오피스텔 인근 은행나무 옆 하수구...”
저는 재빨리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향했습니다. 간밤의 기억이 그 두려움이 저로 하여금 서둘러 원혼의 한을 풀어주라 말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동화 장화홍련전 속의 원님처럼 말이죠.
“끙차!”
커다란 은행나무와 그 옆에 위치한 하수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나 하수도 뚜겅을 들어올리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꽤나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고 무게도 상당했습니다.
길을 오가는 사람들은 하수구 뚜껑과 씨름하고 있는 절 흡사 정신나간 사람 보듯 바라보았고, 유일하게 말을 걸어준 사람은 다름 아닌 이 오피스텔을 소개한 공인중개사 박씨였습니다.
“아이구! 이게 누구야! 이번에 1308호 입주한 총각아냐? 총각 거기서 뭐해!”
세상에... 이렇게 반가울수가...
저는 너무 놀랍고 반갑고 또한 신기하여 저에게 이런 불운을 선물해주신 ‘행운공인중개사’ 대표 박성출 사장님의 멱살을 움켜 쥔 채 소리쳤습니다.
“야! 이 쓰레기 같은 인간아! 집을 소개해도 어디서 그 딴걸!”
저의 우레와 같은 함성이 행인들이 놀라 쳐다봅니다. 멱살을 잡힌 박씨 역시 당혹스런 표정으로 저를 향해 손을 휘휘 젓습니다. 처음엔 한사코 그런 일 없다 부인하던 박씨, 하지만 저의 계속된 추궁에 끝내 사실을 실토하고야 맙니다.
“아이구! 미안허요... 어떻게 아셨데... 아! 그게... 비밀 지키라고 집주인하고 관리인한테 그렇게 말했는데... 어이쿠... 죄송합니다. 뭐 왜 그런말 있잖아요. 싼게 비지떡이라고! 내가 그래서 DC해 드렸잖소!”
“잔말 말고 어떻게 된 일인지나 말해봐요!”
“그게 말이오. 전에 그 집에 살던 아가씨가 있었는데, 그 아가씨가 내내 스토킹을 당했다고 안 합니까. 그래서 경찰에도 몇 번 신고하고 했는데 소용이 없었나봐... 그러다가 그 아가씨 끝내 외면하니까 그 미.친.놈이...”
“손목을 잘랐군요?”
“어이쿠! 잘 아시네... 맞아요. 그 미.친.놈이 거 뭐냐! 경찰에서 그러는데 성도착증 환자였데요. 손 페티쉬라나? 암튼 사람보다는 손을 좋아했다나봐! 그래서 산채로 그 아가씨 손을... 아가씨는 그 쇼크로 죽고... 근데 그거 벌써 6개월 전 얘기야. 범인도 잡혔고 다 끝났어!”
이야기는 간단했습니다. 심각한 손 패티쉬가 있던 성도착증 환자가 그 오피스텔에 살던 아가씨를 죽이고 손을 잘라 낸 겁니다. 결국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고 사건 이후 계속된 과도한 피비린내와 수개월에 걸쳐 피해자가 스토킹을 당했다는 증언을 확보한 경찰이 CCTV를 증거로 그를 체포한 겁니다.
물론 그 이후는 아시는 대로입니다.
범인을 체포했지만 그의 집에서 발견된 것은 그녀의 사체와 왼 손뿐, 오른 손은 끝내 찾아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경찰입장에선 그녀의 사망사실을 확인했고 증거 또한 완벽했기에 ‘버렸다.’는 그의 진술만 받고 잃어버린 오른 손을 찾지 않은 것이죠.
“후우... 이제 됐니? 잃어버린 몸을 찾을 순 없지만, 너도 같이 화장하여 몸이 불타 뿌려진 곳에 함께 뿌려지니... 부디 성불하거라!”
경찰의 협조를 통해(사실은 하수구 뚜껑을 열자, 주물로 된 하수구 뚜껑을 훔치려는 도둑으로 오인 받아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 됨, 하지만 장시간에 걸친 하소연 끝에 하수구 아래 슬러지에 묻혀있던 손을 건져 내 오해를 품, 아울러 친절하게도 저를 체포해 주신 경찰분의 도움으로 수소문, 가족을 만남)죽은 피해자가 뿌려진 곳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화장된 그녀의 오른 손을 그녀가 뿌려진 호숫가에 뿌리고 오던 날...
저는 꿈을 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은혜 어찌 갚을지...”
그 날과 똑같이 가위에 눌려 옴짝달싹 할 수 없었지만, 무섭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오른 손 혼자가 아닌 완전히 하나가 된 그녀가 왔었거든요.
저는 말했습니다.
“고아기요(고맙긴요) 제 도리르 해쓰뿌니져(제 도리를 했을 뿐입니다.)”
네... 아직 가위가 익숙치 않아 턱이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점 양해 바랍니다.
“아닙니다. 어떻게든 꼭 보답하고 싶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을지...”
그녀는 활짝 웃으며 재차 간청했지만 저 역시 간곡히 만류했습니다.
뭐 물론 그 날의 일로 다시금 모두의 신임을 사게 된 소뇌는...
“귀접(鬼接)이란 게 있다하던데... 낭자! 어짜피 죽어 불타버린 몸! 소생의 동정을! 귀접을 부탁 헙! 이거 놔! 이거 놔! 니들 동정 안 뗄거야! 몽정이면 어때? 그게 챙피해?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으아!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으아아악!”
뭔가 이상한 소리를 끊임없이 하다가 끝내 뇌신경과 뉴런들에게 끌려 강제로 의식 저편에 잠시 유배가 됐다나 어쨌다나...
그렇게 웃지 못할 섬뜩한 에피소드는 끝이 납니다.
그녀는 꼭 보답을 하고야 말겠노라는 가열찬 의지를 보이며 사라졌지만 저는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일단 하수구에서 죽은 피해자의 잘려진 손목이 발견되고, 간밤엔 귀신까지 출몰했다는 소리에 집주인께선 울며겨자먹기로 보증금은 물론 월세까지 절반으로 깍아주셨구요.
제게 집을 소개해주신 고맙고도 고마운(?) 불운한 ‘행운 공인중개사’ 박 사장님께서는 제게 받아간 소개비를 전액 토해내심은 물론, 귀신 나오는 집 소개해줬다는 오명만은 제발 잊어달라며, 사건 은폐조로 거액 30만원을 기탁하셨습니다.
저로서는 뭐... 꿩먹고 알먹고, 귀신보고 방값 깍고... 나쁘지 않은 결말이었습니다.
물론 그때까지는 그랬죠.
그녀가 제게 했던 말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그때까지는요.
“아닙니다. 어떻게든 꼭 보답하고 싶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을지...”
대뇌가 말했습니다.
“망할년! 평생 손모가지 잘려나간 채로 살았어야 맞을 년! 벼락맞아 활활 탈 년! 고마우면 소뇌 말대로 몽정이나 한 번 하게 해 줄 일이지... 그게 뭐라고 니 년이 소문을 내냐 소문을!”
악다구니 저 편... 창가를 어른거리는 손가락들이 보입니다.
“저기... 소문 듣고 왔는데요. 여기 오면 잃어버린 몸을 찾을 수 있다고...”
“아 거! 차례 지킵시다. 나 발모가지 잘린지가 벌써 10년이우! 발톱이 다 썩어 문드러졌데도? 내가 먼저유! 이보시오 백수양반! 내 몸뚱이 좀 찾아주시오.”
“어허! 이 발모가지 보게 망자라고 급이 다 같은가! 이보시오 백수양반! 나는 저런 개돼지들과는 다르오! 나는 저명한 여당 대표 손가락이오! 허허! 내 주인이 쓸 데 없이 탄핵 통과되면 장을 지지니 그런 말만 안했어도 흑흑 내가 이 지경은 안됐는데... 대통령이 정말 탄핵되서 감방에 가니까 이 양반이 충성을 다하겠다나 어쨌다나... 진짜로 장을 지지다가 내가 이 모양 이 꼴이 됐소... 그 양반은 심장마비로 죽고... 내 몸뚱이 좀 찾아주시오!”
네... 저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입소문이란 게 정말 무섭긴 무섭더군요.
하지만 뭐! 아무렴 어떻습니까!
전국 100만 몸뚱이 잃어버린 망자 여러분... 오십시오. 다 오십시오!
제가 몽땅 찾아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저 당신들이 찾아오는 통에 회사 짤리고 백수(白手) 됐습니다.
오실 때 오시더라도... 손가락에 금붙이라도 하나 끼고 찾아오는 성의를 보입시다.
우리 예의를 지키는 몸뚱이가 됩시다.
도리를 아는 망자가 됩시다.
끝.
공포소설 창작자 야설왕 짐보입니다.
끝까지 보셨다면 소설인 건 다 아셨을테고...(옵션에 창작글 분명히 체크함!!)
얼토당토 않고 닉값 못 하는 이야기지만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네요.
다 보신 분들은 가위 안 눌리니까 걱정마시고 즐거운 밤 되셔요.
bye~
p.s 추천은 저 같은 아마추어 창작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