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5일을 맞이하는 1월 14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10반 김유민 학생의 생일입니다.
김유민 학생입니다.
유민이는 여동생이 하나 있는 두 자매의 맏이입니다. 동생하고는 사이가 아주 좋았는데 유민이가 얌전하고 침착하고 성실한 성격이고 동생은 명랑하고 발랄하고 자기주장이 강하고 호기심 많은 성격이라 정반대였다고 합니다.
유민이는 항상 힘들게 일하시는 부모님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옷을 사러 가면 유민이는 고르고 골라서 옷가게 안쪽이 아니라 가판대에 나와 있는 할인상품 중에서도 제일 싼 것으로 딱 하나만 선택했다고 합니다. 진로 문제도 유민이는 대학교 등록금이 걱정되어 대학을 안 가고 빨리 취직해서 돈을 벌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유민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시면서 대학교 등록금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민이는 그제야 대학을 가고 싶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유민이는 공부를 아주 잘 했고 그 중에서도 특히 수학을 뛰어나게 잘 했습니다. 그래서 유민이는 대학에 가면 수학을 전공해서 은행에 취업하는 것이 장래 희망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유민이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친구가 많지는 않았지만 마음 맞는 친구와 깊이 사귀었습니다. 같은 10반 김슬기 학생하고 특히 친해서 등하교도 같이 하고 학교 끝나고도 집에 와서 저녁까지 같이 놀곤 했습니다.
유민이네는 아버지가 오랫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하시며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져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천안에서 직장을 다니시고 엄마랑 유민이랑 동생이랑 안산에 남았습니다. 그러나 비정규직과 경제상황 때문일 뿐 가족간에 문제는 없었고, 부모님은 여전히 사이가 좋으시고 함께 아이들을 잘 키우려고 신경을 많이 쓰셨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가면 언제나 가족 네 명이 함께 가고 가족끼리 다같이 모이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습니다. 유민이 아버지는 유민이 얘기를 하시면서 "아이들이 정서가 황폐해지면 안 되니까"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셨습니다. 돈이 없어 힘들 뿐, 유민이네는 보통의 평범한 가족이었고 화목한 가정이었습니다.
유민이는 치킨이나 고기를 아주 좋아했다고 합니다. 명절 때면 유민이네는 할머니 댁에 모여서 고기 파티를 했는데, 그러면 유민이는 아빠 등을 꼭 껴안고 기다리고 있다가 아빠가 고기를 구워서 등 뒤로 넘겨주시면 열심히 먹었다고 합니다. 유민이하고 아빠하고 사이가 좋아서 친척분들이 언제나 모두 부러워하셨습니다.
단원고 기억교실 2학년 10반에 있었던 유민이 책상입니다.
원 기억교실에 있었던 유민이 책상은 사진 속에서 어쩐지 좀 휑해 보이는데, 새 기억교실 책상에는 초상화와 기억달력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선물들이 놓여 있습니다.
유민이는 세뱃돈이나 용돈도 모두 저금하고 부모님한테 뭘 조르는 일이 없는 속 깊은 맏이였습니다. 수학여행을 떠나게 되었을 때도 유민이는 자기가 모은 돈이 있으니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혹시 모르니 5만원을 주셨습니다. 참사 8일만에 돌아온 유민이의 지갑 속에는 엄마가 주신 5만원과 유민이가 스스로 모아둔 용돈에서 가져간 1만원, 이렇게 6만원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지금도 유민이가 남긴 그 만원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계십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로 문자 보내 유민이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1111은 무기한 정상 운영하며 무료입니다. #1111로 문자 보내시면 세월호 가족분들과 분향소를 찾으시는 모든 분들께서 보실 수 있습니다. #1111로 문자 보내 잊지 않는다고, 언제나 함께 한다고 말씀해 주세요. 생각이 깊고 성실하고 착했던 유민이, 대학에 진학해 수학을 전공하고 싶었던 유민이를 잊지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