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2일을 맞이하는 1월 11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신승희 학생의 생일입니다.
신승희 학생입니다.
승희는 연년생 언니가 하나 있는 두 자매의 막내입니다. 언니하고 굉장히 친해서 어머님 말씀으로는 "쌍둥이처럼 붙어"다녔다고 합니다. 언니는 승희를 아주 귀여워해서 밤에 잠도 같이 자고 시간이 나면 승희랑 언니랑 둘이서 "뒹굴뒹굴"하면서 놀았습니다. 승희를 잃은 뒤에 언니는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승희는 하늘에서 뭐 하고 있을까" 하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쓸쓸해 합니다.
승희네는 아버지가 특히 자상하셔서 딸들한테 "사랑한다" "예쁘다"고 자주 말씀해 주시고 "내 새끼 토닥토닥" 이렇게 듬뿍 애정을 쏟아주시는 화목한 가정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승희도 부모님한테 사랑한다, 감사하다는 표현을 많이 하고 언제나 언니와 부모님을 먼저 생각하는 속 깊은 아이였습니다. 식사할 때 부모님이 생선이나 고기반찬을 챙겨주시면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하고 말하고 용돈 천원이나 이천원에도 꼭꼭 감사하다, 잘 쓰겠다고 말하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뵈면 "사랑한다"고 안아드리는 아이였습니다.
승희는 원래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문과로 진로를 정했습니다. 그러다가 2학년 올라가서는 경영학과에 진학하고 싶다고 꿈을 조금 바꾸었습니다. 부모님은 승희가 워낙 알아서 뭐든지 잘 하니까 어떤 진로든 지지해 주셨다고 합니다.
승희가 생활했던 2학년 3반 기억교실 칠판입니다. 영란이랑 영은이 이름 사이에 "승희"라고 칠판 정가운데에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경기도 교육청 안산시 교육지원청 별관에 마련된 새 2학년 3반 기억교실 풍경입니다.
승희 자리는 좀 더 오른쪽에 있는데 사진찍은 날이 세월호 참사 1000일이라 기억교실 방문하신 분들이 많아서 사진을 못 찍었습니다.
승희는 학교생활을 잘 했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2학년에 올라가자마자 안산시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고등학교 들어가서 처음 받아보는 장학금이라며 승희는 굉장히 자랑스러워했고 장학금 받은 돈으로 수학여행 떠나기 바로 전 주말인 4월 12일에 엄마 아빠 강원도 여행을 보내드렸습니다. 장학금 증서는 4월 14일 날짜로 발급되었는데 5월에야 학교를 통해 전달되었습니다. 승희 부모님은 장학금 증서를 받고 한없이 우셨다고 합니다.
세월호가 침몰할 때 승희는 부모님한테 전화해서 상황을 알리면서도 "구조될 거야, 괜찮아"하고 끝까지 부모님을 안심시켰습니다. 부모님도 승희가 너무 의젓하니까 구조될 줄 알고 팽목항에 가실 때 승희가 추울까봐 갈아입힐 옷을 가지고 데리러 가셨습니다.
승희는 4월 22일에 부모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로 문자 보내 승희 생일을 축하해 주시면 승희네 가족분들뿐 아니라 모든 세월호 가족분들께서 보실 수 있습니다. 언니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했던 마음의 기둥 승희, 다정하고 성실했던 승희를 잊지 말아 주세요.
세월호 참사는 아직 진행중이고, 예은아버지 (유경근 416가족위원회 집행위원장님)는 1000일 이후 1일부터 다시 시작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