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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고 준비중인 잡지에 들어갈 글... 관심 부탁드려요.
게시물ID : freeboard_14662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ediac
추천 : 2
조회수 : 19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1/11 07:29:14
서울소재 모 대학교에 다니는 중인 한 대학생입니다.

이번에 '우다'라는 제목으로 잡지를 내게 되서 평가를 받아보고자 이렇게 오유에도 글을 올려보게 되었습니다.

읽어보시고 마음에 드시면 아래 페이스북 페이지와 제 계정 좋아요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친추도 마니마니 받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2. 설탕물 1
나는 재 속에서 천천히 타오르는 불씨다.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아무도 나를 만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나는 재 속에 가려진 불씨이므로.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리는 일은 너무 귀찮은 일이다.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는다. 나는 도구로서 사용되고 싶은데. 그러기를 기다리는데.
설탕물을 마시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 것이다. 나는 설탕물을 마시고 스스로를 소진해가는 중이다. 아무도 나를 만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를 꺼뜨리는 일 뿐이다.
나는 샤먼이다. 나는 제사를 지낼 때 이외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존재이고 또 일상 속에서 마주치기엔 너무 기괴한 존재일 뿐이다. 나는 도구로서의 효용성 밖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나는, 사실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러하듯이, 도구로서만 존재할 뿐이다. 나는 기능이다.

나의 가면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기로 한다. 그것은 아무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아무것도 없거나, 대답할 수 없다.

인간이 서로를 도구로서만 대한다는 사실을 지각하는 것이 이렇게 괴롭다니. 모두가 도파민을 위한 버튼일 뿐이다. 우리의 게임 속 사후세계에서 사람들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딱 한가지, 어떤 종류의 진정제 뿐이다. 우리는 그것을 마약이라고 불렀다. 마약은 다른 존재를 죽일 때만 얻을 수 있다.

생각해보면 현실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나 물건을 소모하고 소비해야만 생존해 나갈 수 있다. 나는 설탕물을 마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로를 너무 아무렇지 않게 소비한다. 교수님의 말 대로 아무런 의미 없이. 그리고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나는 그게 소름 끼쳤다.

나는 향정신성 약물을 복용했을 때만 잠시 빛을 발하고 사라지는 자아이다. 카페인 니코틴 알약 설탕 초콜릿. 타인 대신 자신만을 소모하고 소비해가며 지낸다는 것이 왜 그렇게 기괴한 일처럼 되었는지. 나는 아무도 접근 불가능한 분장 뒤의 나의 열화판 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끝없이 키치일 뿐이다. 모두가 그러하듯이. 나는 설탕물을 마신다.
우리가 찾아낸 사후세계에서 사람들은 모두 불온한 존재였다. 그래도 우리는 사람들을 확립체라고 불렀다. 발버둥을 치고 우리의 형태가 어느 하나로 고정되고 나아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사후세계의 어떤 인물은 술에 취하면 그런 현실에 대해서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우리는 이미 한 번 죽은 자들이고, 그럼 이것보다는 나아야 한다고, 최소한 이것과는 달라야 한다고. 하지만 모두가 외면하는 말을 꺼내는 자는 언제나 싸늘한 눈초리를 받는다. 왜 또 그런 말을 해? 그는 맥주를 마시다가 맥주를 가만히 쳐다볼 뿐이었다.

내가 배운 것은 인간만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인간은 너무 복잡한 존재이다. 구원은 구원 받는 존재를 모두 포함하고 포괄해야 하므로,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인간만큼 복잡한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상도 종교도 하나의 인간만큼 복잡할 수는 없다. 모든 개체 중에서 오로지 인간만이 인간만큼 복잡하며, 고로 인간만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가졌다.

나에게는 그것이 이토록 당연했는데. 나에게 당연한 사실들은 사람들에게 별로 당연하지 않다. 나는 왠지 모르게 눈초리를 받는다. 내 착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눈초리란 착각이더라도 실존하는 종류의 것이 아닐까?
나는 누군가 입김을 불어 주길 기다리는 불씨와 같다. 하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입김을 불어주더라도 나는 소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그 증거이다. 나는 설탕물을 마신다. 나는 소진해가는 중이다.
누군가 나를 제사에 불러준다면. 나는 신을 불러낼 자신이 있는데. 나는 아직 신을 불러낸 적 없는 샤먼일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에서 우리는 모든 빈 곳을 자신의 처소로 삼는 신과 같은 존재에 대해 읽었다. 그는 절망이었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그를 경배할 수 있는 존재는 불 뿐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돌멩이.

설탕물은 따뜻해야 더 달다. 결국 그 정도일 뿐이다. 잠깐의 따뜻함으로 설탕물을 데우는 일. 어차피 모두가 설탕물을 마신다. 우리 게임의 마약처럼. 연애도 친구도 장래도 직업도 결국 설탕물을 데우기 위해 소모되고 소비될 뿐이다. 모두가 설탕물이 더 달아졌다고 좋아한다. 내 생각에 중요한 것은 따뜻함인데. 뜨거운 설탕물을 마시지 않고 쥐고만 있는 아이를 보면 울 것 같다.
나는 긴 글을 적지 못한다. 솔직히 말을 부풀릴 자신이 없다. 그건 너무 역겨운 일 같다. 얼마 전에는 시인들에 대해 많은 혐오감을 느꼈다. 소설가에 대해서도. 문장을 기능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건 너무 충격적인 일이었다.
사람들은 문장을 문장으로 내버려두지 못한다. 모두가 그걸 가지고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문장은 그냥 문장일 뿐이다. 문장에는 소통도 의미도 지시도 없다. 문장은 정말 그냥 문장이다. 그걸 그냥 내버려두는 일이 이렇게 어렵다니. 모두가 모두를 기능으로서 대하고자 한다. 나는 그냥 그게 싫었다.

결국 나도 순수하지 않다.

위 문장에서 결국이라는 단어를 지운다.

결국 아포리즘만이 남았다. 아마도 이건 내가 멍청한 탓이다. 나는 글
을 길게 하는데 소질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이야기도 이미지도 별로 만들지 못한다. 그냥 그것들과 별로 친하지 않은 것 같다. 아마 이야기와 이미지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소비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경멸을 품는 것은 괴이한 일이다.

나는 분을 덧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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