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는 동안, 뭐 모든 연인들이 그러겠지만, 서로 앞으로 이보다 더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생각하며 싸울 땐 싸우고 또 잘 풀고 그럭저럭 만났어요. 마지막도 나쁘게 헤어지지 않았고, 그냥 서로가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합의하에 헤어지기로 했어요 .
전남친는 작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직장문제, 가족문제가 겹치면서 힘들어했고 그러면서 저에게 소홀해졌고, 거기에 맞춰 기대치를 낮추고 맞춰주고 기다리다 저도 지쳤고 (거진 일 년 정도를 노력해봤어요), 제 상황도 그닥 좋지 않았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질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잡아보자 하고 연락을 해보았고, 서로 담담하게 대화했습니다. 전남친은 현재 홀가분해서 좋지만, 문득문득 힘들다고 하더군요. 아직 제가 준 선물들, 저와 관련된 물건들 하나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제 생각 나면 마음이 무겁다고 했습니다. 저에 대한 감정은 그대로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지만 현재 자기혐오와 맞물려 누구와 연애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알겠다고 하면서, 이제 포기하겠다고 했더니, 왜 잡거나 포기하는 것밖에 모르냐, 전략적 후퇴라는 말을 아느냐며, 서로가 시간을 갖고 현재 각자가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만날 수 있지 않냐고 합니다. 언젠가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저에게 더 어울리는 자신이 되어 더 강하고 행복해진 저를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다만 그게 언제가 될지 자기도 모르겠다고 기다려달라고 말은 못하겠다 합니다.
저는 만약 이 좋아하는 감정이 사라지지 않아 다시 만나더라도 전남친이 지금까지 했던 노력의 몇 배는 더 하지 않는다면 좋은 미래는 없다고 생각해요. 뭘 바라고 해준 것도 아니고 이기적인건 알지만 제가 비교적으로 받은게 정말 너무 없거든요. 이건 전남친도 인정하고 미안해하는 부분입니다.
저런 발언들은 미안한 마음때문에 나쁜 사람으로 남기 싫어서 저러는 걸까요, 아니면 정말 진심으로 더 나은 미래를 믿고 있는걸까요. 헤어진 직후보다 더 혼란스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