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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남편 글쓴님께.
게시물ID : wedlock_63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빠나빠
추천 : 29
조회수 : 1467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7/01/10 13:38:27
안녕하세요?
이 글을 쓴다는 것이 주제 넘는 것 같아 조금 조심스럽지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 글을 남깁니다.

저도 글쓴님 남편분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과 혼전 임신으로 결혼, 지금 아이가 10개월이지만 이혼 준비 중입니다.


임신 중기, 해외로 간 신혼 여행에서 돌아 오던 날 몸이 많이 안 좋았어요.
남편이 빌린 스포츠카를 어쩔 수 없이 타고 다닌 탓에 배에 무리도 많이 가고..
몸이 안 좋으니 기분도 덩달아 힘들어서 시무룩해 있었거든요.
어디 아프냐고 무슨 일 있냐고 먼저 걱정해 줄거라고 생각 했는데
돌아오던 비행기 안, 제 관자놀이를 검지로 툭툭 치면서 너는 인성이 글러 먹었다며
나도 힘든데 너 임신 한 걸로 유세 떠냐며 거지 같은 년아 제발 내 인생에서 꺼지라는 둥..
너 때문에 이 비행기 탄 사람들 다 칼로 쑤셔 죽여버리고 싶다고 너가 날 이렇게까지 만드는 이상한 애라고 퍼붓더니 옆에서 자더라구요.

저는 다른 승객들 눈치에 말 한 마디 제대로 못 하고 퍼붓는 말을 다 듣고..
스트레스를 받으니 배가 뭉치고 너무 아팠어요.
승무원 도움 받아 비행기 뒷좌석에 누워서 한참을 울며 오는데 남편이 제 다리를 툭툭 치더니
여기서 뭐하냐고 쑈하지 말고 자리에 와서 밥이나 먹으라대요..
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누워만 있는데 착륙시간이 다 되어 어쩔 수 없이 자리로 돌아가 앉았어요.
가보니 저 없이도 기내식에 간식에 혼자 먹을거 다 먹고..
제 얼굴 제대로 보더니 그제서야 아차 싶었는지 승무원 탓을 하기 시작했어요.
승객이 이 상태인데 당장 응급차 불러 달라, 대응을 왜 이딴 식으로 하냐면서...
착륙 중이라 응급차는 부를 수 없어 휠체어를 타고 내리고 응급으로 산부인과 가서 검진 받고, 수액 맞고 돌아왔죠.
그 때만 해도 내가 내 몸이 안 좋다고 너무 배려 없이 행동 했나 싶어 죄인처럼 지냈어요.. 바보 같이...


그 외에도 만삭 때 씨*년, 개 같은 년 쌍욕은 물론이고 자기 기분 나쁘다고 한겨울에 배 부른 와이프 강남 한 복판에 버리고 혼자 차 타고 가고.. 밥상 엎고... 다 쓰기 너무 부끄러울 정도로 일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도 아기 낳고 아빠가 되면 나아질 줄 알고, 그리고 제가 지고 살면 괜찮아질거라고 생각 했어요.

근데 점점 더 심해지더라구요.
저랑 싸우고는 애기를 던지려고 위협하고, 막말은 더 심해지고..
나중에 니 애새끼가 너 같은 마누라 데리고 와도 기분 참 좋겠다며 사람 쓰레기 취급에..
얼마 전에는 저를 밀쳐 바닥에 내팽겨치고는 또 아이를 던지려고 하길래 소리를 막 질렀더니 닥치라고 식칼을 들이 밀더라구요.

하지만 결과는 다 제 탓이예요.
너가 날 이렇게 만든다고 너 성격 진짜 이상하다면서..

그 일이 있고 나서도 아이 때문에 넘겼는데 진짜 정신병 걸리는 것 같아서 애기 짐만 챙기고 친정으로 왔어요.
저는 살면서 친동생들이랑도 큰 소리 내며 싸워 본 적이 없는데 이젠 악을 쓰고 대드는 저의 모습이 너무 싫었고..
잠꼬대 심한 남편이 새벽에 소리치는 소리에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아 뜬 눈으로 밤을 지새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런 상황이 반복 될 수록 자존감이 너무 떨어지더라구요.
나만 없으면 되지 않을까.. 진짜 나만 없었다면 모두 일어나지 않았을 일인데..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구요.

제가 혼자였다면 진짜 죽었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사랑하는 아이 때문에 살아보고자 집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처음엔 더 참아볼걸 그랬나 후회하고 힘들기도 했는데 심리 상담도 받고 생각 정리를 좀 해보니 그만 해야겠다는 마음이 확실히 생겼어요.
진작 이 관계를 끊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들었지만 아이를 위해 더 늦지 않게 그만 둬야겠더라구요.
집에 있을 땐 식욕도 없고 무기력 하기만 했는데 벗어나보니 우울한 마음이 점점 가시고 있구요.
물론 아기와 둘이 살아가는 것이 녹록치 않겠지만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괜히 기운도 나요.

남편과의 과거를 한 번 되새겨 보세요.
물론 웃고 행복하고 좋은 날도 있었겠죠.
저는 떨어져 지내며 차근차근 생각해보니 너무 힘들었던 날들이 즐거운 날을 모조리 집어 삼켰어요...
기뻤던 날이 거의 생각 안 날 정도로 제가 너무 힘든 상태였는데 바보 같이 참고만 있었더라구요.

한 발 물러나 한 숨 고르고 생각해보니 정말 살 것 같아요.
제 남편도 강박증에 완벽주의 성격인데.. 엄청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저와 아이는 그 사람에게 걸림돌일 뿐일거예요..

두려워하지 마시고.. 힘드시겠지만 냉정해지세요.
저도 결단력 없이 감정적이고 나약한 사람이었는데 이제 한 아이의 엄마로서 이성적으로 행동하려고 해요.

제 이야기가 도움 되실지는 모르겠지만..
모쪼록 아이와 글쓴님이 행복하시길 빌게요.
힘내세요.. 같이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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